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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의 복지 비전은 左派와 달라야 한다

화이트보스 2011. 7. 12. 14:15

보수의 복지 비전은 左派와 달라야 한다

입력 : 2011.07.11 23:31 / 수정 : 2011.07.12 00:49

 

한나라당은 10일 최고위원·정책위 연석회의에서 대학 등록금 완화 및 대기업 규제 강화, 법인세 추가 감세철회를 결정했다. 최고위원 한두 명이 사안에 따라 반대 입장을 밝혔을 뿐 만장일치에 가까운 결정이었다. 여당 지도부가 법인세 감세와 기업규제 완화라는 이명박 대통령 경제정책(MB노믹스)의 핵심에 해당하는 내용들을 뒤집었기 때문에 MB노믹스는 사실상 동력(動力)을 상실했다.

집권당이 정부의 정책노선을 종교 교리처럼 받들어 모셔야 한다는 법은 없다. 정책목표와 현실에 나타난 정책효과의 괴리(乖離)가 크다면 더욱 그렇다. 올 들어 대기업의 수출은 늘고 순익도 기록을 고쳐 써가고 있다지만, 의원들은 지역구에서 회사를 다니다 일자리를 잃었거나 대학을 졸업하고 첫 직장을 얻지 못해 풀이 죽은 젊은이들을 매일 접하고 있다. 물가와 전세값 폭등은 서민들과 내 집 장만하지 못한 세입자 부부의 어깨를 내리누르고 있다. 보수 집권당이 '통계적 성장'이란 외형(外形) 아래 쌓여가고 있는 사회의 밑바닥과 변두리에 대해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좌파세력에 정권탈환의 호기(好機)를 갖다 바치는 꼴이 되고 말 것이라는 여당 신주류의 걱정에도 일리가 있다.

4년 전 대선에서 유권자 1150만명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표를 던져, 530만표 차의 대승을 안겨준 가장 큰 이유는 10년 좌파 정권을 거치며 탄력을 잃어가고 있던 나라 경제를 되살려 놓겠다는 약속 때문이었다. 집권당이 자기네 정부가 지난 3년여 동안 추진해온 경제 정책 노선을 바꿀 때는 경제정책의 바탕이 된 경제철학을 완전히 폐기하고 어떤 새로운 방식으로 대체할 것인지 먼저 결정하고 그 연장선상에서 유지해야 할 정책과 수정해야 할 정책을 가리는 것이 순서다. 그런 고민도 없이 모든 정책의 존폐(存廢)를 여론조사의 결과에 맡기겠다면 그것은 정당과 정치의 소임을 내팽개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리 한 해 살림 규모를 309조원으로 정하고 그중 28%에 해당하는 86조원을 복지 분야에 할당하기로 한 것은 우리의 경제 역량규모 내에서 정부의 정책노선에 의해 정해진 우선순위에 따라 결정된 것이다. 등록금을 반값으로 만들기 위해 연간 4조원가량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면 그에 따라 복지예산 항목이나 비(非)복지예산 분야에서 그만한 액수를 줄여야 한다. 같은 복지라도 보수정당의 복지에 대한 비전은 좌파정당의 그것과는 달라야 하고 다를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은 자신들의 보수 철학에 따른 복지의 옷을 맞춰 입을 것인가, 아니면 좌파의 옷에 자기 몸뚱이를 억지로 우겨넣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