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 트레이드 부활하나
부활 부추기는 3대 여건 - 美 국채 금리, 사실상 마이너스… 부동산 등 미국내 투자처 꽁꽁 원화가치 올라 환차익 매력 커
달러 핫머니 몰려오면 - 주식·채권 등 자산 시장 활기, 외환자금 조달도 쉬워져… 한꺼번에 빠지면 충격 클 것
달러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의 거대한 물결이 다시 신흥시장으로 몰려들 것인가.풍부한 달러 유동성과 미국의 초저금리 정책 연장, 미 국채 수익률의 하락, 선진국의 경제 불안 지속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유례없는 규모의 달러 캐리 트레이드가 한국 등 신흥국으로 대거 유입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캐리 트레이드란 금리가 낮은 국가에서 자금을 조달해 금리가 높은 나라에 투자하는 방식. 2000년대 중반 엔 캐리 트레이드가 기승을 부리면서 캐리 트레이드의 개념이 널리 알려졌다. 글로벌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든 2009년 이후 증가세를 보이던 달러 캐리 트레이드는 최근 글로벌 경기후퇴 우려로 잠시 주춤한 상태다.
그러나 여러 정황으로 볼 때 본격적인 달러 캐리 트레이드가 나타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점점 더 힘을 얻어 가고 있다.
◆캐리 트레이드 3대 여건 무르익어
달러 캐리 트레이드의 부흥을 점치는 이유는 캐리 트레이드에 필요한 세 가지 여건이 모두 무르익었기 때문이다. 첫째는 자금 조달 국가와 투자 국가 사이의 금리 차이다. 달러 공급 국가인 미국과 투자대상 국가의 금리 차이가 커질수록 수익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캐리 트레이드의 욕구도 더 강해진다.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에도 불구하고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과도하게 몰리면서 미 국채의 수익률은 역사상 가장 낮아진 상태다. 올해 초 0.6%대였던 미 2년물 국고채 금리는 1일 현재 0.18%로, 10년물 금리는 3.3%에서 2.1%대로 낮아졌다.
물가상승률(연 3.6%)을 감안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의 2년짜리 통안증권 금리와 3년물 국고채 금리는 3%대 중반으로 큰 변화가 없다.
두 번째 여건은 선진국과 신흥국의 경제 펀더멘털의 차이다. 2000년대 초반 IT버블이 붕괴되고 경기가 침체에 빠졌을 때도 미국은 지금과 비슷한 저금리 정책과 확대 재정정책으로 대응했다. 하지만 이때는 달러 캐리가 그다지 활성화되지 않았다. 늘어난 돈이 부동산과 주식, 채권 등 대부분 미국 내 자산시장으로 흘러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미국의 부동산 시장이 극도로 침체된 데다 CDO(부채담보부증권) 같은 고수익 파생 시장도 얼어붙었다. 여기에 유럽 등 다른 지역들은 경기 침체와 재정위기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견실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신흥시장이 유일한 투자처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한국은 주식과 채권시장의 유동성이 좋은 데다 채권 시장의 경우 전체 상장 채권 중 외국인의 보유비중이 7%대로 낮은 편이어서 투자 비중을 늘릴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많다.
최근의 원화 강세 흐름도 달러 캐리 트레이드를 부추기는 요소다. 원화 가치가 상승하면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그만큼의 환차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유동성과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달러화가 장기적으로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캐리 자금이 몰려올 경우 원화가치 상승(환율 하락)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
달러 캐리 트레이드의 규모가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는 통계를 내기 어렵지만 한국 주식·채권 시장의 최대 투자국인 미국은 2009년 이후 한국 주식과 채권 투자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 미국계 자금은 한국 주식시장에서 최근 3년간 27조원 이상을 순매수했고, 올해 들어서도 주요 투자국 가운데 유일하게 5조원 이상을 순매수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대혼란에 빠진 8월에도 미국은 한국 채권시장에서 1조원어치 이상을 사들였다.
이런 상황에서 얼마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2013년까지 현재의 초저금리를 유지하기로 약속한 것은 캐리 트레이드의 고삐를 푼 것이나 다름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전에는 출구전략(기준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 때문에 캐리 트레이드가 단기 투자에 집중됐다면, 이제는 본격적으로 장기 투자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됐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글로벌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더 이상 출구전략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보장을 받은 것이어서 안심하고 '이머징 쇼핑'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신흥국 자산투자 활기, 자금 일시에 빠져나갈 땐 큰 혼란
캐리 트레이드의 여건이 무르익은 상황에서 마지막 방아쇠 역할을 하는 것은 투자 심리다. 현재는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와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안전자산에 대한 극도의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만약 이런 악재가 정리되면 위험자산 투자심리가 되살아나 캐리 트레이드가 본격화될 수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권혁부 금융세제팀장은 "엄청나게 풀린 유동성이 갈 곳은 신흥국이나 안전자산밖에 없다"며 "신흥국 인플레이션 우려가 완화되면 지난해보다 훨씬 강한 달러 캐리 트레이드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본격적으로 한국에 들어오면 주식, 채권, 부동산 등 자산 시장이 활기를 띠는 한편, 외화자금 조달이 쉬워지는 등의 장점이 있다. 반면 원화가치 절상 압력을 가중시켜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통화 정책의 효과를 제약할 수 있다. 한국 채권에 대한 외국인들의 투자가 늘어나면서 기준금리를 올려도 시중 금리는 오히려 떨어지는 '그린스펀 수수께끼' 현상이 이미 국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캐리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경우다. 글로벌 경제 상황이 나빠져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갈 경우 자본시장과 외환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갑자기 빠져나가자 전 세계 증시가 큰 혼란에 빠진 적이 있다.
☞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
금리가 낮은 국가의 통화를 차입·환전해 금리가 높은 나라의 통화·주식·채권 등 투자하는 것. 두 국가 간의 금리 차와 환율 변화를 이용해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방식이다. 일반적으로 고수익을 좇아 이동하는 핫머니(hot money) 성격이 있고 유입될 때보다 청산될 때 속도가 훨씬 빠르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빠져나갈 경우 금융시장에서 환율 폭등, 주가 폭락 등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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