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기지 건설 반대시위에 법정에선 '김정일 만세' 부르고 북한인권집회 공개적으로 습격
정권말기 틈탄 종북세력에 맞서 북한 협박에 굴복하지 않고 대한민국 근본 지키는데 나서야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는 1년 남짓 남았다. 실제로 일할 수 있는 시간은 6~7개월뿐이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더 이상 욕심내지 말고 차분히 '이명박 시대'를 마무리해야 하는 시점이다.이런 상황에서 그가 해야 하는 마지막(?) 임무는 한마디로 대한민국의 근본을 지키는 일이다. 지금 이 나라는 정치, 경제, 북한관계에서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특히 이 나라의 이념체계를 뒤흔들려는 종북세력이 정권 말기에 취약점을 노려 여기저기서 대한민국 체제의 방호벽을 시험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제주 강정마을의 해군기지 건설반대시위가 대표적이다. 한진중공업 노사분규 개입 사태도 그 중 하나다. 대한민국의 법정에서 '김정일 만세'가 나오고, 북한 인권상황을 개탄하는 집회가 공개석상에서 종북세력의 습격을 받는 사태는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들이다.
천안함이 피격되고 연평도가 북한의 포격을 당했을 때 "돈 좀 주고 달래면 될 일인데 공연히 돈줄 막아 북을 성나게 했다"는 일부 국민들의 의식 없는 반응이나 "이러다가 전쟁 나면 군대에 간 우리 애들만 결딴나는 것 아니냐"는 무개념의 넋두리는 종북세력이 기식(寄食)할 수 있는 좋은 터전을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반공'(反共)은 구시대적 발상이라든가, '간첩'은 반정부 세력과 야권을 탄압하기 위한 '조작'이라는 따위의 선전술이 버젓이 행세하는 것이 요즘의 세태다.
북한 정권이 핵을 포기하고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사과하지 않으면 북한과 교섭하거나 지원할 수 없다는 이 정부의 대북 기조는 이미 흔들리기 시작했다. 오히려 그 기조의 진정성과 확고함을 믿는 사람은 점차 줄고 있고, 정부·여당의 고위인사들조차 천안함·연평도 사건 사과와 대북지원을 분리하자는 주장을 해 정부까지 한발 물러선 상태다.
심지어 지난 보궐선거 패배 후 여당의 간부까지 나서서 "남북 경색이 북한을 자극해 결국 천안함·연평도 포격 등 안보불안사태를 초래한 만큼 앞으로 남북관계를 유화적으로 관리하지 못하면 총선과 대선에서 표 얻기 어렵다"는 주문을 내놓고 있다. 지난 8월 24일 치러진 무상급식 범위에 관한 서울시 주민투표 이후 보수·우파진영은 무력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근본을 흔드는 이런 현상들을 직시하고 여기에 칼을 들이대야 한다. 그에게 '반공 알레르기'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도 성장한 만큼 이념적 포용력을 가질 때가 됐고 서구식 좌·우의 공존과 병행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또 사회는 진보적이고 리버럴한 사유(思惟)에 의해 발전하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그것도 어디까지나 대한민국의 틀 안에서 가능한 일이다.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작금의 사태는 단순한 이념적 대안(代案)의 테두리를 넘어 대한민국의 체제를 뒤바꾸려는 기도에서 기획되고 시행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이 대통령의 통치스타일에서 이념적으로 어떤 확고한 신념과 의지를 읽기 어려웠다. 오히려 들쭉날쭉하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이 대통령이 적어도 행정 면에서, 관리(管理) 면에서, 경제적 득실 면에서 남다른 시각과 능력을 보여왔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그가 그런 면에서 탁월성을 발휘할 때마다 많은 사람, 특히 보수·우파 진영에서는 그가 대한민국의 이념적 바탕과 그 체계를 지키는 데서도 뚜렷한 면모를 보여주길 기대했었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보수·우파 진영은 종북좌파들의 기승을 보면서 불안해하고 있다. 사람들은 다수의 국민이 그렇게 원하면 그리로 가는 것이 민주주의라고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종북자들의 주장에 맞서 그리로 가면 안 된다고 국민을 설득하고 그 길을 막아서는 의지를 보여주는 지도자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북한의 협박에 굴복하지 않는 지도자다. 북이 무력으로 위협하면 무력으로 맞서고 북이 평화를 인질잡으면 평화를 위해 대가를 지불할 자세를 확고히 보여줌으로써 북한이 지난 50여년간 해왔던 것처럼 때리고 어르고 남쪽을 분열시키며 '평화'를 위협해서 남쪽 사람들을 두렵게 만드는 양면전략의 악순환을 깨주는 지도자들이다.
시중에서는 '민주당을 민노당의 2중대'라고 하는 소리가 있다. 좌파·종북이념 측면에서 민주당이 민노당에 끌려다닌다는 얘기다. 거기에 이제 '한나라당이 민주당의 2중대'라는 비아냥이 나오고 있다. 복지, 대북 인식에서 한나라당이 민주당의 짝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만이라도 임기 말에 국가안보에 직결되고 국민안녕에 영향을 미치는 대북 사안에 업적주의에 치중한 결정을 내리거나 방향을 바꾸는 우(愚)를 범하지 않기 바란다. 또 포퓰리즘에 맞서 종북적 요소에 철퇴를 가하는 지도자로 서기 바란다. 그래야 대한민국은 이명박을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다. 바로 여기에 이 대통령의 마지막 역할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