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고령화에 대한 준비

도시농부’ 도전기 (9)쑥쑥자란 배추밭…벌레와의 한판 전쟁

화이트보스 2011. 9. 27. 14:19

도시농부’ 도전기 (9)쑥쑥자란 배추밭…벌레와의 한판 전쟁
 

  <위>도시농부 손장희씨가 배추에 벌레가 없는지 꼼꼼히 살피고 있다. <아래>배추잎을 갉아 먹는 배추흰나비 애벌레. 나비로 변하기 직전에는 검은색에 솜털도 부숭부숭하다.

 김장채소철이다. 서울 강동구에 있는 우리 텃밭에선 배추와 무를 8월21일에 심었다. 인근의 다른 밭에 비해 서두른 덕분인지 심은 지 4주가 지난 지금, 배추·무는 밭에 오는 사람마다 놀랄 정도로 쑥쑥 자라고 있다.

 지난 주말, 밭 식구들은 톡토기·벼룩벌레 등 각종 벌레들과 한바탕 전쟁을 벌였다. 친환경농사를 추구하는 우리는 약을 쓰지 않고 일일이 벌레를 손으로 잡아 죽였다. 벌레가 있는지 확인하려고 잎을 한장씩 뒤집다 보면 잘못해서 잎이 뚝 꺾일 수도 있어 조심해야 했다.

 흔히 배추벌레라고 부르는 배추흰나비 애벌레는 배추잎을 갉아 먹고 잎 앞뒷면에 동글동글한 똥을 싸 놨다. 특히 어린 애벌레 시기에는 색깔이 배추잎과 같아 눈을 크게 뜨고 보지 않으면 찾기가 어려웠다. 이 녀석들이 조금 크니 검은색에 솜털이 부숭부숭한 게 꼭 송충이 같이 변했다.

 “꺄악~!” 밭에 외마디 비명이 몇차례 울렸다. 섬서구메뚜기를 죽이면서 내가 낸 소리다. 큰 놈을 밟아 죽이면 노란 물이 찍 나오는 게 얼마나 징그럽던지…. 대강 밟으면 죽지도 않고 다시 풀쩍 튀어 올랐다. 아무리 징그러워도 배추잎과 무잎 사이를 뛰어다니며 소중한 내 식량을 있는 대로 갉아 먹는 것들을 가만 놔둘 순 없었다.

 이 얄미운 녀석들은 몸집이 큰 놈 위에 작은 놈이 올라가 있었는데, 실은 암컷 위에 수컷이 올라타 짝짓기를 하는 것이라고 한다. 덕분에 ‘1타2피’를 할 수 있어 효율적이었다. 밭 식구 누군가는 “쾌락을 즐기면서 죽음을 맞기 때문에 오히려 행복할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배추에 양·수분이 가장 많이 필요한 때가 바로 지금이다. 속이 들어차기 시작하면서 겉잎이 점차 안으로 모아지는 이때, 수분이 부족하면 잎 끝이 타들어 가고 양분이 부족하면 잎 색깔이 옅어진다. 이럴 땐 배추가 바로 양분을 흡수할 수 있도록 질소질 액비를 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란다.

우리 밭은 다행히 양분도 수분도 모자라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배추값이 언제는 금값이니 또 언제는 껌값이니 요동을 치는데, 우리 밭에 가득 심겨진 배추·무를 보고 있으니 마음이 든든해졌다.

 9월 초에는 파도 심고, 알타리무와 청갓·적갓 씨앗도 줄뿌림했다. 마늘쪽 같이 생긴 파 비늘줄기는 마른 뿌리를 잘라낸 뒤 위쪽의 싹 부분도 살짝 자르고 심으면 잘 자라고, 알타리와 갓은 땅을 갈아엎어 흙을 부드럽게 만든 뒤 씨앗을 얕게 뿌리는 게 좋다. 많은 양은 아니지만 별미인 갓김치·파김치·알타리 덕분에 우리 집 겨울 식탁은 풍성해질 것이다.

 서리태 줄기의 아래쪽 깍지가 벌써부터 통통하게 차오르고 있다. 수확할 날이 멀지 않았다. 사실 내가 심은 콩은 순지르기를 많이 해 주지 않아 높이가 허리께까지 올라오고 깍지도 중구난방으로 달려 있다. 그런데도 쓰러진 콩대를 일으켜 세울 생각에 앞서 수확할 날만 꼽고 있는 나는 역시나 철없는 도시농부다.

김인경 기자 why@nongmin.com


[최종편집 : 2011/09/21]

ⓒ 농민신문 & nongmi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보기
김인경 기자 ‘도시농부’ 도전기 (7)주렁주렁 달린 열매…텃밭은 ‘화수분’
김인경 기자 ‘도시농부’ 도전기 (6)첫 수확의 깊은 맛 ‘하하하’…직접 키워 먹는 맛 ‘호호호’
김인경 기자 ‘도시농부’ 도전기 (5)채소 지주로 ‘나무젓가락’을 준비하다니…
김인경 기자 ‘도시농부’ 도전기 (4)연초록 아가들아 튼튼하게 자라다오
김인경 기자 ‘도시농부’ 도전기 (3)텃밭, 너를 우습게 봤다가 허리 끊어지는 줄 알았다
김인경 기자 ‘도시농부’ 도전기 (2)“이렇게 향긋할 수가”
김인경 기자 ‘도시농부’ 도전기 (1)“딩동~ 도시농부학교 수업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