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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북(從北)주의자로 왜 낙인 찍나… 유럽 기준으로 난 중도 우파"

화이트보스 2011. 10. 13. 11:27

"종북(從北)주의자로 왜 낙인 찍나… 유럽 기준으로 난 중도 우파"

서울시장 후보 인터뷰 - 박원순
"아름다운가게가 좌파냐? 희망제작소가 좌파냐?
이념시대 포로 아직도 많아, 네거티브 한번 나갔는데 일절 그러지 말라고 했다
할아버지 징용 문제 사실은 정확지 않아 들은 게 없다…
천안함·박왕자씨 사건 北에 1차책임, 정부 간접책임
안철수 원장에게 지원요청? 아직은… 염치가 없다"

무소속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는 12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둘러싼 이념 논란에 대해 "나는 한국 기준으로는 진보일지 모르지만 유럽 기준으로 치면 중도 우파 정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의 검증 공세에 대해서는 "(11일) 대정부 질문에서 한 사람을 향해 그렇게까지 하느냐"면서 "대한민국이 그렇게 한가한가. 이런 걸 바꿔달라는 것이 시민의 요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서울 정동 조선일보사 3층 인터뷰룸에서 이뤄졌다.

―작년 지방선거 때 민주당으로부터 서울시장 후보를 제의받았으나 거절한 것으로 안다. 그때와 지금 어떤 변화가 있었나.

"그때는 내가 해온 일을 그대로 하고 싶었다. 그러나 정부 실정이 계속되고 심지어 시민사회단체 일조차도 못하게 만들었다. 사회가 계속 후퇴하는데 그대로 보고만 있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이명박 정부에 대해 굉장히 비판적인 것 같다.

"우리 시대가 가야 할 방향과 반대로 간 정부라고 생각한다."

―역대 대통령들을 평가해달라.

"노무현 대통령은 참 좋은 분이었는데 안타깝다. 김대중 대통령은 큰 나무, 지혜로운 분이셨다. 김영삼 대통령에 대해서는 여러 비판이 있지만 금융실명제, 군 중립화의 초석을 놓았다."

이승만·박정희 대통령은.

"역사학자들에게 맡기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

―관훈토론회에서 "시대가 변했는데 정치권이 아직 모르는 것 같다"고 했다.

"여의도 정치로 대변되는 갈등과 대립, 부정적인 일들 때문에 국민들이 스트레스를 받는다. 정치권에서는 상식과 합리성이 통하지 않는다. 한나라당이 네거티브 선거를 하는데, 국민들이 다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제 우리 쪽에서도 네거티브 성격의 얘기가 한 번 나갔는데 오늘 아침에 일절 그러지 말라고 했다."

안철수 원장은 언제 처음 만났나?

"2002년 무렵인가, 아름다운가게 만들 때 처음 만났다. 그후에 미국 북캘리포니아 지역에 아름다운가게를 만들 때 안 원장이 스탠퍼드대학에 와 계셔서 기조 강연자로 모시기도 했다. 함께 여행도 많이 했다. 그후 아름다운재단 이사도 했고 포스코 사외이사도 같이했다. 내가 항상 요청하는 입장이었다."

―선거 지원을 요청할 것인가.

"염치가 없다. 안 원장도 (출마를) 어느 정도 준비했던 것 같은데 양보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아직은 (도와달라는) 말씀을 드리지 않고 있다."

한진중공업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 시대의 가장 큰 문제이자 꼭 풀어야 할 과제인 비정규직 문제가 담겨 있다. 하지만 갈등이 상대방과의 만남조차 없이 확대된 측면이 있다. 경영자와 노조원들이 공동 운명체라는 인식을 정착시켜야 한다."

 
무소속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가 12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제기된 각종 의혹들에 대해 설명했다. 박 후보는 자신의 이념에 대해“한국 기준으로는 진보일지 모르지만 유럽 기준으로 치면 중도 우파 정도”라고 말했다. /오종찬 기자 ojc1979@chosun.com

―2000년 낙선·낙천운동 당시 "악법은 법이 아니다"고 했다. 만약 서울시장에 당선된 후 서울광장에서 불법 점거 농성이 벌어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광장은 늘 개방되고 비어 있어야 한다. 서울광장은 서울시가 채우는 게 아니라 시민들이 채워야 한다. 보수든 진보든 관계없다. 하지만 일반시민에게 불편을 끼친다거나 폭력이 들어가선 안 된다. 그렇게 되면 경찰권과 서울시 권한의 문제가 된다."

―국가보안법이 폐지되어야 한다는 소신에 변함 없나.

"국보법에 관심이 많았던 시절은 1980~90년대 인권변호사 할 때였다. 그때 변호사로서의 내 양심에 비춰볼 때 국보법은 남용됐고 희생자도 있었다. 거기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거다. 그 이후에는 크게 관심을 못 뒀다. 정부가 악용하지 않는다면 사문화된 상태로 남을 수 있는데, 악용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남용될 수 있다면 그 조항은 개폐되는 게 맞다고 본다. 이 문제도 좌·우의 시각이 아니라 국가 안보, 인권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된다."

―천안함 폭침사건과 관련, 지난 10일 관훈토론에서 "이 정부가 북한을 자극해 억울한 장병들이 수장됐다"고 말했다.

"전문을 읽어보면 그런 취지가 아니다. 정부 발표를 믿지 않을 수가 없다. 다른 정보가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하지만 북한은 다루기 힘든 실체다. 그걸 잘 다뤄서 안보와 평화를 확보하는 게 좋은 정부다. 개성공단 10개만 생기면 긴장이 훨씬 완화될 수 있다. 그런데도 이 정부 들어 금강산에서 박왕자씨가 억울하게 죽었다. 천안함 장병들도 억울하게 죽었다. 1차 책임은 북한이지만 북한을 잘못 다룬 정부도 간접 책임은 져야 한다."

―서경석 목사가 박 후보를 '좌파 종북주의자'라고 비판했다.

"내가 어떤 점에서 종북주의자인지 묻고 싶다. '88만원 세대'를 쓴 우석훈 박사가 나에 대해 '유럽 기준으로 치면 중도 우파쯤 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 사회 관점에서 보면 진보일지 모르지만. 일방적으로 낙인찍으면 안 된다. 아름다운가게가 좌파인가, 희망제작소가 좌파인가. 나는 실용의 관점에서 일을 해왔다. 80년대에 끝난 이념시대의 포로가 된 분들이 아직도 많다고 생각한다."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는, 이명박 시장 때 대중교통 시스템이 완성됐고 오세훈 시장 때 대기의 질이 좋아졌다고 했다. 동의하나.

"동의한다. 시정의 연속성을 중시하겠다고 이미 말했다. 잘한 거 분명히 있다. 하지만 바꾸고 보완할 부분도 많다."

―한나라당은 박 후보 집의 한 달 생활비가 월세, 부채 이자 등을 포함해 1500만원쯤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변호사 할 때 잘 나가다가 그만두고 나서는 생활을 아내가 맡아서 했다. 최근 아내 사업이 실패하는 바람에 어려워졌다. 빚도 냈다. 이사 가고 싶은데 책이 많아서 쉽지 않아 보증금 까먹고 있다."

―강연료가 꽤 많은 것 같던데….

"강연료는 집에 가져다준 적이 거의 없다. 제가 그래도 기관장이지 않나. 수십 군데 사회단체 회원이기도 하다. 경·조사비, 기부금, 회비 등으로 거의 나갔다. 아내 사업 실패하면서 요즘은 조금 달라지기는 했다."

―가계의 과거사가 명확지 않은 부분이 많다.

"아주 어릴 때 일인데. 할아버지는 징용 안 가셨고 작은할아버지가 대신 가셨고…, 사실은 그것도 정확지 않다. 아버님은 81년에, 어머님은 85년에 돌아가셨다. 들은 게 없다. 큰누님이 연세가 많으신데 누님도 정확히 기억 안 난다고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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