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11.02 23:20
- ▲ 구길본 국립산림과학원장
![](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111/02/2011110202090_0.jpg)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서 인정하는 조림성공국으로 ㏊당 125㎥의 입목축적을 보이며 산림자원량도 꾸준히 늘고 있다. 예로부터 강원도 금강소나무는 궁궐 등의 최고급 한옥재로 쓰였다. 어느 대목장은 "나이 들어 저물어가는 나무를 보면 그 나무를 다시 살리고 싶은 충동에 휩싸인다"고 했다. 나무를 베어 잘 말리고 켜서 기둥이나 대들보로 만들면 나무를 또 다시 살게 하는 것이다. 나무도 나이 들면 자라는 속도가 늦어지고 CO₂흡수량도 줄어든다. 충분히 자란 나무를 베어 도심에 목조건축의 숲을 가꿔 목재에 탄소를 오랫동안 저장하면서, 베어낸 자리에 어린 나무를 심어 왕성하게 자라게 한다면 환경을 살리고 돈도 벌게 되는 이치다.
우리 민족은 탁월한 기술로 646년 삼국시대에 황룡사 9층 목탑을 지었고, 이 기술을 전파해 일본이 자랑하는 세계문화유산이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인 호류사 5층 목탑을 짓도록 도왔다. 그러나 우리가 멈칫하는 사이 일본, 북미, 유럽에서는 9층 목조 아파트를 비롯한 대형 목조건축물을 짓고 있으며, 경간 170m가 넘는 목조 돔구장도 만들고 있다. 세계적 명소가 될 평창 동계올림픽경기장을 우리 낙엽송과 소나무, 잣나무로 지을 것을 제안한다. 평창에 친환경성이 입증된 멋진 목조 경기장을 지어 에코 올림픽의 새 지평을 열고 동시에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도 극대화하자.
강원도산 목재로 경기장을 지으면 서울숲 면적의 40년생 소나무림이 9년간 흡수하는 CO₂량과 같고, 중형 승용차가 지구 1100바퀴 돌 때 배출되는 CO₂량만큼 저감하는 효과가 있다. 또 최고의 악기를 만드는 천연 목재 하이테크 소음저감기술을 적용하면 경기 중 발생하는 소음을 흡수,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어 기록단축에도 도움을 준다. 목조경기장은 우수한 내진성능과 친환경성, 내화성, 차음성을 비롯, 아름다움과 따뜻함, 친근감까지 더해준다. 나아가 국제적인 명품 복합스포츠센터로 운영한다면 흑자 올림픽에도 기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