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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FTA 합리派', 與·野 수뇌부 부끄럽게 만들다

화이트보스 2011. 11. 10. 11:16

민주당 'FTA 합리派', 與·野 수뇌부 부끄럽게 만들다

입력 : 2011.11.09 23:33 | 수정 : 2011.11.09 23:36

한·미 FTA 비준안 합의 처리의 실낱 같은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민주당 내 상당수 의원들은 정부가 FTA 발효 즉시 투자자·국가 소송제도(ISD)의 유지 여부에 대한 협상을 시작하겠다는 약속을 미국에서 받아오면 비준안 처리를 몸으로 막지 않겠다는 절충안을 마련해 동료의원들에 대한 설득 작업에 들어갔다. 지금까지 민주당 의원 87명 중 절반이 넘는 45명이 이 안(案)에 동의했다고 한다.

한나라당은 이런 움직임을 반기면서 민주당이 당론을 이 방향으로 결정해주기를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미 FTA 합의 처리의 앞날은 첩첩산중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민주당 수뇌부다. 정동영 최고위원 등 강경파들은 ISD 폐지 논의를 비준안 발효 이후로 넘기는 것은 ISD 조항을 인정하는 셈이라며 강하게 버티는 데다 손학규 대표마저 이들 편에 서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난달 30일에도 FTA 발효 후 3개월 이내 ISD의 유지 여부에 대한 협상을 시작한다는 여·야 원내대표 합의문을 내쳤다.

정상적 정당의 지도부라면 의원들이 눈앞의 당리(黨利)에 눈이 어두워 대국(大局)을 놓칠 때 이들을 설득하고 끌고나가는 책임있는 자세를 보일 것이다. 지금 민주당은 완전히 거꾸로다. 일반 의원들은 여당 시절엔 ISD가 꼭 필요한 제도라고 주장하다 이제 와 그 조항 하나를 문제삼아 한·미 FTA를 무산시키려 하는 건 국익에는 물론 당의 앞날에도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걱정한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FTA를 처리할 경우 민노당이 등을 돌려 야권 대통합이 물건너갈 것만 걱정하고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 경우 자신들의 '대권(大權) 꿈' '당권(黨權) 꿈'에 무슨 영향을 주겠느냐를 계산하는 데만 머리를 싸매고 있다.

FTA 처리를 앞둔 대통령과 청와대 보좌진, 그리고 한나라당 수뇌부의 행동을 바라보면 입에서 거친 말이 절로 나온다. 대통령은 FTA 문제로 그간 야당대표를 만나고 의원들에게 편지 보내고 몇 차례 전화를 돌리곤 그걸로 끝이었다. 그러니 어떤 야당의원들로부터도 대통령이 진심으로 자신들의 애로를 듣고 설득하려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얘기는 나올 리 없다. 그러고서도 대통령 비서실장 정책실장과 수석비서관들은 어떻게 꼬박꼬박 월급을 받아가는지 모를 일이다.

여당은 모처럼 한·미 FTA를 합리적으로 처리하려는 야당 의원들이 당 안에선 물론, 국민 속에서 든든한 성원을 받을 수 있도록 ISD 추후 논의에 대한 미국 약속을 받아내라는 이들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고, 야당을 상대로 마지막 순간까지 설득 작업을 계속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