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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는 정치단체 되고 야당은 거기에 흡수되고기사 100자평(54) 크게 작게 요즘

화이트보스 2011. 11. 13. 09:41

시민단체는 정치단체 되고 야당은 거기에 흡수되고

입력 : 2011.11.11 23:19

좌파·진보 성향의 시민 단체 인사들이 '내가 꿈꾸는 나라(내꿈나라)'란 정치조직을 만들고 10일 창립식을 가졌다. 참여연대, 여성단체연합 등 100여개 진보·좌파 단체에 몸담았거나 몸담고 있는 인사 483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이들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정치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중립적 목소리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식으론 한계가 있어서 직접 정치에 나서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똑같은 명분을 내걸고 출마를 선언했던 박원순 서울시장처럼 아예 시민운동의 겉옷을 벗어버리고 권력을 잡으러 뛰어들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동안 그들이 시민운동가란 이름 아래 얼굴에 덮고 있던 '정치 중립'은 가면(假面)이었을 뿐이고, 그들의 활동은 특정 정파(政派)를 위한 정치행위였다고 고백한 것이기도 하다.

이 모임 공동대표인 김기식 전(前) 참여연대 사무처장과 남윤인순 전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는 민주당과 통합을 협상 중인 '혁신과 통합'의 공동대표도 맡고 있다. 또 다른 한명의 공동대표인 조국 서울대 교수도 '혁신과 통합'에 참여하고 있다. '혁신과 통합'은 문재인씨를 비롯한 친노(親盧)인사들이 이끄는 것처럼 보이나 박원순 시장과 박 시장을 만들어 낸 주력부대인 시민단체 인사들이 가세하지 않았더라면 열린우리당의 잔당(殘黨) 이미지를 벗기 어려웠을 것이다.

박 시장 당선 이후 야권 통합 과정에서 제1야당인 민주당은 '혁신과 통합'에 더욱 매달리고 '혁신과 통합' 내 친노들은 시민단체 인사들을 받들고 가는 그림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상당수 의원들이 제1야당인 민주당이 야권통합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시민단체 인사들은 이런 주장을 "기득권을 지키려는 구태(舊態)"라고 일축하고 있고 야권 통합에 정치 생명이 걸렸다고 여긴 민주당 지도부는 이들을 받들어 모시기 바쁘다. 과거 독재와 맞서던 시절 야당의 영입 대상이었던 재야 시민 단체 인사들이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가 논의되는 판에 거꾸로 칼자루를 쥐고 정당을 호령하고 있다.

정당은 의회 정치의 기둥이고 권력 창출의 주체다. 언론과 함께 이 정당과 권력을 감시해야 하는 게 시민단체의 역할이다. 시민단체가 이 본연의 사명과 명분을 내던지고 시민운동의 밑동을 허물어 정당의 뿌리를 뽑아내고 권력과 하나가 됐을 때 견제세력 없는 권력이 갈 길은 어디겠는가. 국민들은 권력과 한 몸이 된 시민단체가 정당정치와 의회민주주의를 허물고 있는 현재의 정치위기를 바로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