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존 자본주의’ 일자리로 풀자]<3> ‘야근 공화국’ 이젠 없애자
-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3가지 제언
초과근로만 막아도 국내 일자리 56만개 새로 생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12.15 03:29
- 2011.12.15 09:27 수정
- 누가 봤을까?
[동아일보]
《 최근 미국에서는 뉴저지 항만청 순찰경찰의 고액 연봉이 논란이 됐다. 교량 순찰을 담당하는 경찰의 평균 연봉이 일반 경찰관 연봉의 3배인 22만 달러(약 2억5000만 원)에 달해 비난을 샀다. 신규 채용 없이 노조원끼리 연간 2000∼2500시간의 초과근무를 한 결과다. 이들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실업률이 10%를 웃도는 국면에서 연장근무를 자처하면서 일자리를 독점했다.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하다가 일자리 창출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외면한 것이다. 한국에서는 거의 모든 제조업체에서 뉴저지 항만청 순찰경찰 같은 문제가 벌어지고 있다. 기업은 신규 채용에 드는 비용 때문에, 노조는 정규직 신분과 높은 수당의 유혹에 끌려 현재의 근로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나누려고 하지 않는다. 장시간 근무관행을 깨고 신규 고용으로 생산성을 높이면 기업은 이익 증가, 기존 근로자는 삶의 질 향상, 새로운 구직자는 천금같은 일자리 확보 등 3자 모두의 행복이 증가하는 공존(共存) 자본주의의 길이 있는데도 기업과 노조는 근시안적인 이익 추구라는 함정에 함몰돼 있다. 이종훈 명지대 교수는 "소수의 근로자가 살인적인 강도로 일하고 나머지는 모두 '백수'인 지금 상황은 무너지기 직전의 낡은 체제"라며 "총선과 대선으로 정치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내년이 장시간 근무 관행을 바꿀 적기"라고 말했다. 》
1. 연장근로수당 지금보다 2배 이상 올려야
신규 채용 비용보다 수당이 더 들게 충격요법 필요
경제전문가들은 야근과 장시간 근로에 '중독된' 현행 근무체제는 노사 자율에 맡기거나 노사정위원회 형태의 느슨한 '협약'으로는 고치기 힘들기 때문에 연장 및 휴일근로수당을 지금의 2배 이상으로 올리는 극약처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노사사회정책연구본부장은 "충격요법이 아니면 한국 사회에 고착된 연장근로 형태를 바꿀 수 없다"며 "노동시간 규제를 철저히 지킨 상태에서 수당을 올리는 것도 대안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연장근로수당은 기본 시간급의 50% 수준이다. 야간근로를 하면 50%가 추가로 붙는다. 시급 1만 원 근로자의 경우 연장근무로 야근까지 할 경우 시간당 2만 원을 받는다. 이를 시간당 4만 원, 6만 원까지 늘리면 쉽게 근로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미래전략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이뤄지는 초과근로를 근로기준법 규정(주당 40시간)에 맞춰 단속하면 56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된다. 한국노총의 주장처럼 한꺼번에 초과근로를 없앨 순 없지만 대형 제조업체만 바꿔도 당장 1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생긴다. 박태주 한국기술교육대 고용노동연수원 교수는 "중소기업에 이런 제도를 준비 없이 도입하면 타격이 클 수 있다"며 "300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하는 등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2. 휴일근무시간을 연장근로에 포함시켜야
수당 체계서 큰 차이… 일요일-공휴일 출근 밥 먹듯
부산 기장군의 자동차부품업체인 A사는 올 2월 고용노동부의 장시간근로 감독 때 적발됐다. 197명이 일하던 이 회사는 물량을 맞추기 위해 생산직 근로자 128명 중 127명이 주간 연장근로 한도인 12시간을 넘겨 일했다. 3개월 동안 휴일마다 출근한 직원도 있었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려면 휴일근무를 연장근로에 포함시켜야 한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연장근로 한도는 주 12시간이다. 하지만 여기엔 휴일에 일하는 시간이 포함되지 않는다. 이는 정부의 행정 해석에 따른 것으로 언제든 바꿀 수 있다. 배규식 본부장은 "휴일근무는 본질적으로 연장근로인데 이를 따로 구분한 것은 산업화시대의 사고방식"이라며 "자동차업종의 경우 연장근로보다 휴일근로 시간이 더 많을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런 관행 때문에 한국은 '실업자가 증가하면서 직장이 있는 사람의 근로시간도 늘어나는' 이율배반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1인당 연간 근로시간은 2111시간으로 OECD에서 두 번째로 많다. 박태주 교수는 "대한민국은 과로 상태에 빠진 '야근 공화국'"이라며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포함 등 대책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는 달성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3. 근로시간 줄이면 정부사업 인센티브 줘야
주야 2교대제 폐지한 기업에 공공입찰때 가산점을
근로시간 단축의 핵심인 '주야 2교대제 개편'을 선도하는 기업에 정부나 공공부문 조달사업 입찰에서 가산점을 줘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한국노총은 이 제안을 근로시간 단축의 구체적 방안으로 삼고 내년 대선에서 목소리를 낼 계획이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실장은 "그저 근로시간만 단축하라는 것은 기업 처지에서도 실행해야 할 이유가 없다"며 "주야 2교대제를 폐지한 기업엔 공공조달에서 혜택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주장에 찬성하는 기업도 많다. 경기 안산시에서 어린이용품을 생산하는 B사 대표 신모 씨(52)는 "상당수 근로자는 잔업이 없으면 월급이 줄어 당장 다른 기업으로 이직하려고 한다"며 "근로시간 감독만 할 게 아니라 자진해서 근로시간을 줄인 기업에는 경제적인 이익을 줘 근로자를 더 배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B사는 최근 고용부 단속 이후 9명을 신규 채용한 뒤 주야 2교대제를 주간연속 2교대제로 개편했다. 하지만 근무시간 감소로 수당이 줄자 10여 명이 연장근로를 하는 다른 회사로 옮겼다.
근로시간 줄이기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생각하면 실행 이유는 충분하다. 고용부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고용부의 장시간 근로 단속에 적발된 424개 업체는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총 3179명의 근로자를 신규 채용했다. 이 업체들에서 일하는 전체 근로자 7만8728명의 4%에 이르는 규모다. 강석훈 성신여대 교수는 "정부사업 가산점 외에 일자리 나누기 기업에 실업보험 적용을 완화하는 등의 혜택을 부여할 경우 일자리 창출 효과가 확실히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 최근 미국에서는 뉴저지 항만청 순찰경찰의 고액 연봉이 논란이 됐다. 교량 순찰을 담당하는 경찰의 평균 연봉이 일반 경찰관 연봉의 3배인 22만 달러(약 2억5000만 원)에 달해 비난을 샀다. 신규 채용 없이 노조원끼리 연간 2000∼2500시간의 초과근무를 한 결과다. 이들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실업률이 10%를 웃도는 국면에서 연장근무를 자처하면서 일자리를 독점했다.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하다가 일자리 창출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외면한 것이다. 한국에서는 거의 모든 제조업체에서 뉴저지 항만청 순찰경찰 같은 문제가 벌어지고 있다. 기업은 신규 채용에 드는 비용 때문에, 노조는 정규직 신분과 높은 수당의 유혹에 끌려 현재의 근로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나누려고 하지 않는다. 장시간 근무관행을 깨고 신규 고용으로 생산성을 높이면 기업은 이익 증가, 기존 근로자는 삶의 질 향상, 새로운 구직자는 천금같은 일자리 확보 등 3자 모두의 행복이 증가하는 공존(共存) 자본주의의 길이 있는데도 기업과 노조는 근시안적인 이익 추구라는 함정에 함몰돼 있다. 이종훈 명지대 교수는 "소수의 근로자가 살인적인 강도로 일하고 나머지는 모두 '백수'인 지금 상황은 무너지기 직전의 낡은 체제"라며 "총선과 대선으로 정치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내년이 장시간 근무 관행을 바꿀 적기"라고 말했다. 》
신규 채용 비용보다 수당이 더 들게 충격요법 필요
경제전문가들은 야근과 장시간 근로에 '중독된' 현행 근무체제는 노사 자율에 맡기거나 노사정위원회 형태의 느슨한 '협약'으로는 고치기 힘들기 때문에 연장 및 휴일근로수당을 지금의 2배 이상으로 올리는 극약처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노사사회정책연구본부장은 "충격요법이 아니면 한국 사회에 고착된 연장근로 형태를 바꿀 수 없다"며 "노동시간 규제를 철저히 지킨 상태에서 수당을 올리는 것도 대안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연장근로수당은 기본 시간급의 50% 수준이다. 야간근로를 하면 50%가 추가로 붙는다. 시급 1만 원 근로자의 경우 연장근무로 야근까지 할 경우 시간당 2만 원을 받는다. 이를 시간당 4만 원, 6만 원까지 늘리면 쉽게 근로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미래전략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이뤄지는 초과근로를 근로기준법 규정(주당 40시간)에 맞춰 단속하면 56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된다. 한국노총의 주장처럼 한꺼번에 초과근로를 없앨 순 없지만 대형 제조업체만 바꿔도 당장 1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생긴다. 박태주 한국기술교육대 고용노동연수원 교수는 "중소기업에 이런 제도를 준비 없이 도입하면 타격이 클 수 있다"며 "300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하는 등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2. 휴일근무시간을 연장근로에 포함시켜야
수당 체계서 큰 차이… 일요일-공휴일 출근 밥 먹듯
부산 기장군의 자동차부품업체인 A사는 올 2월 고용노동부의 장시간근로 감독 때 적발됐다. 197명이 일하던 이 회사는 물량을 맞추기 위해 생산직 근로자 128명 중 127명이 주간 연장근로 한도인 12시간을 넘겨 일했다. 3개월 동안 휴일마다 출근한 직원도 있었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려면 휴일근무를 연장근로에 포함시켜야 한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연장근로 한도는 주 12시간이다. 하지만 여기엔 휴일에 일하는 시간이 포함되지 않는다. 이는 정부의 행정 해석에 따른 것으로 언제든 바꿀 수 있다. 배규식 본부장은 "휴일근무는 본질적으로 연장근로인데 이를 따로 구분한 것은 산업화시대의 사고방식"이라며 "자동차업종의 경우 연장근로보다 휴일근로 시간이 더 많을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런 관행 때문에 한국은 '실업자가 증가하면서 직장이 있는 사람의 근로시간도 늘어나는' 이율배반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1인당 연간 근로시간은 2111시간으로 OECD에서 두 번째로 많다. 박태주 교수는 "대한민국은 과로 상태에 빠진 '야근 공화국'"이라며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포함 등 대책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는 달성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3. 근로시간 줄이면 정부사업 인센티브 줘야
주야 2교대제 폐지한 기업에 공공입찰때 가산점을
근로시간 단축의 핵심인 '주야 2교대제 개편'을 선도하는 기업에 정부나 공공부문 조달사업 입찰에서 가산점을 줘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한국노총은 이 제안을 근로시간 단축의 구체적 방안으로 삼고 내년 대선에서 목소리를 낼 계획이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실장은 "그저 근로시간만 단축하라는 것은 기업 처지에서도 실행해야 할 이유가 없다"며 "주야 2교대제를 폐지한 기업엔 공공조달에서 혜택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주장에 찬성하는 기업도 많다. 경기 안산시에서 어린이용품을 생산하는 B사 대표 신모 씨(52)는 "상당수 근로자는 잔업이 없으면 월급이 줄어 당장 다른 기업으로 이직하려고 한다"며 "근로시간 감독만 할 게 아니라 자진해서 근로시간을 줄인 기업에는 경제적인 이익을 줘 근로자를 더 배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B사는 최근 고용부 단속 이후 9명을 신규 채용한 뒤 주야 2교대제를 주간연속 2교대제로 개편했다. 하지만 근무시간 감소로 수당이 줄자 10여 명이 연장근로를 하는 다른 회사로 옮겼다.
근로시간 줄이기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생각하면 실행 이유는 충분하다. 고용부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고용부의 장시간 근로 단속에 적발된 424개 업체는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총 3179명의 근로자를 신규 채용했다. 이 업체들에서 일하는 전체 근로자 7만8728명의 4%에 이르는 규모다. 강석훈 성신여대 교수는 "정부사업 가산점 외에 일자리 나누기 기업에 실업보험 적용을 완화하는 등의 혜택을 부여할 경우 일자리 창출 효과가 확실히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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