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12.15 23:30 | 수정 : 2011.12.16 01:45
민주당이 친노(親盧) 시민통합당 및 한국노총과 추진하고 있는 야권 통합신당의 강령에선 기존 민주당 강령에 있던 '법치(法治)', '시장경제'라는 용어를 삭제할 것을 검토했었다고 한다. 이 사실은 민주당이 지난 11일 야권 통합 결의안 통과건을 위해 소집한 임시 전당대회에서 대의원들에게 배포한 자료를 통해 밝혀졌다.
자료엔 민주당 강령 속 '진정한 법치와 투명한 사회 구현'이란 대목이 '국민이 중심인 민주주의로 국가를 운영'으로 바뀌었고, '시장경제'라는 표현을 빼고 '성장이 목적인 경제에서 사람을 위한 경제성장'이란 구절이 대신 들어갔다. 자료는 '법치, 시장경제, 경쟁력 같은 표현은 지양(止揚)'한다는 배경 설명까지 달았다. 당 지도부는 이런 사실이 쟁점화되자 재검토에 들어갔다.
법은 한 공동체 성원(成員)들이 모두 함께 딛고 있는 공통 기반이다. 법이 흔들리면 그걸 딛고 있는 모든 사람이 흔들린다. 그것도 저번에는 저쪽으로 기울었다가 이번에는 이쪽으로 기울면 예측 불가능한 사회로 변해 뒤죽박죽이 된다. 법이란 건널목의 교통신호와 같이 모두를 위한 규칙이다. 건널목의 교통신호가 고장나면 차가 망가지는 게 아니라 보행자(步行者)가 다친다. 법이 고장난 사회에서도 힘있는 강자(强者)들만 살아남고 힘없는 사람들은 불평등과 불공정에 시달리게 된다.
지구상의 경제 체제는 여러 형태가 있지만, 공식적으로 시장의 역할과 기능을 부정하는 나라는 북한밖에 없다. 나라에 따라 시장의 경쟁을 촉진하거나 억제하기 위해, 또는 시장을 통해 창출된 소득을 재분배하기 위해 정부가 개입하는 정도가 차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진보 또는 좌파라는 범주로 구분되곤 했던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같은 사람들도 '법치'와 '시장 경제'라는 두 단어만은 움켜잡고 있었다.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탈당파들은 민주당과 시민통합당의 통합과는 별도로 미니 야권 통합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주한미군 철수, 한·미 동맹 해체등을 담은 강령을 마련 중이다. 민주당은 지난 4·27 재·보선을 앞두고 야권 연대를 이루기 위해 다른 군소야당의 요구사항을 쓸어 담은 정책 연합 합의문을 내놓았었다. 걸핏하면 정통 야당이란 족보(族譜)를 내세워온 민주당 강령에 '주한미군 철수'나 '한·미 동맹 해체'라는 단어가 등장할 날이 머지않았다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