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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車 뒤에서 자석폭탄 '철컥'… 오토바이 스쳐지나간 9초 뒤 '쾅'

화이트보스 2012. 1. 16. 14:49

달리는 車 뒤에서 자석폭탄 '철컥'… 오토바이 스쳐지나간 9초 뒤 '쾅'

  • 박영석 기자
  • 입력 : 2012.01.16 03:12

    "영화처럼… 이스라엘이 이란 核과학자 4명 차례차례 암살"
    英 더 타임스 상세 보도

    '오전 8시 20분, 이란 핵 과학자 무스타파 아흐마디 로샨(32)이 탄 은색 푸조 승용차가 출근길 정체가 심한 테헤란 북쪽 골나비 거리를 지날 무렵 복면을 한 암살조 둘이 탄 오토바이가 차량으로 접근했다. 뒷자리에 앉은 요원이 차량에 자석 폭탄을 붙이고 오토바이는 사라졌고, 9초 후 폭탄이 터져 로샨은 즉사했고 운전사 겸 경호원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지난 11일 발생한 이란 나탄즈 우라늄 농축 시설 부소장 로샨의 폭탄 테러 피살 사건은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치밀한 작전에 따른 것이라고 영국 더 타임스 일요판(더 선데이타임스)이 15일 보도했다. 신문은 익명 소식통을 인용, "이스라엘의 고전적인 암살 작전이었다. 첩보영화 속의 단순한 작전 같아 보이겠지만 몇 달 동안 정보를 수집하고 팀을 강훈련시킨 성과였다. 암살조는 체포됐다면 자결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신문은 로샨을 포함해 지난 2년간 이란 핵 관련 기술자 4명의 사망(1명 부상)을 초래한 폭탄 테러 5건 모두 이스라엘 정보 요원이 수행한 암살 특명의 결과라고 전했다. 5건 모두 오토바이가 이용됐고 교통 상황·지리에 정통한 암살범에 의해 이뤄졌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엔 의문의 폭발 사건으로 탄도미사일 개발 총책임자인 장군이 사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쇄 사망 사건에 대해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특징(암살 작전)을 드러낸 것임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1972년 뮌헨(독일) 올림픽 당시 이스라엘 선수단 테러 사건에 대한 일련의 보복 테러부터 2010년 1월 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의 호텔에서 자행한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지도자 살해 사건에 이르기까지 암살은 이스라엘의 '국가적 무기'였다는 것이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이스라엘 요원들은 이날 이른 아침 로샨이 거주하는 안전 가옥과 테헤란 도심의 이란 정보기관 인근에서 각각 동태를 파악하며 교신했고, 오전 8시쯤 로샨의 경호원이 차량 보안 점검을 마친 뒤 출발하자 '작전 개시' 신호에 따라 명령을 수행했다.

    로샨은 이슬람 명문가 출신이고 샤리프 공대 재학 시절 혁명수비대의 통제권에 있는 민병대에서 활동해 충성심을 인정받았다. 이스라엘은 이란 정권의 신뢰를 받는 이 화학자를 '표적'으로 삼았다. 한 이스라엘 소식통은 "암살은 전쟁의 대안 역할에 머무는 게 아니다. 로샨 암살은 이란이 핵 시설을 재건하지 못하도록 하는 군사 공격의 사전 신호였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3일 열린 로샨의 영결식에는 수백명이 참석해 복수를 다짐했다. 로샨의 친구는 "그는 이스라엘을 상대로 싸우고 순교자가 되겠다는 목표로 살았고, 그 두 가지를 이루고 세상을 떠났다"고 말했다고 더 타임스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