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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도시형 생활주택 제도를 도입하며 그렸던 청사진은 이런 게 아닐 것이다. 정부는 2009년 독신자ㆍ독거노인ㆍ학생 등 증가하는 1~2인 가구와 집 없는 3인 가족 등의 전·월세난을 해소하자는 차원에서 이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와는 거리가 먼 듯하다. 1~2인 가구나 3인 가구 중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상황이다. 혼자 살기엔 값이 너무 비싸고 여럿이 살기에는 너무 좁은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도시형 생활주택이란 방 2칸 정도의 다세대나 원룸형ㆍ기숙사형 등으로 이뤄진 20가구 이상의 소규모 주택단지를 말한다. 정부는 건축을 장려하기 위해 주차장ㆍ조경 등에 관한 규제를 풀어주고 국민주택기금에서 저리의 융자를 제공했다. 그러자 지난해 전국적으로 도시형 생활주택 건설 붐이 일었다. 국토해양부 집계에 따르면 2011년 건축 인허가를 받은 도시형 생활주택은 6만9000가구나 된다. 2010년의 세 배를 넘는다.
문제는 이 가운데 86%가 원룸이라는 것이다. 건설업체가 수익률을 높이려다 보니 생긴 현상이다. 업체들은 고수익을 내기 위해 최대한 공간을 쪼개 더 많은 세대를 분양한다. 분양을 받는 투자자들도 원룸을 선호한다. 전세 수요가 많은 다세대보다는 꼬박꼬박 월세를 받을 수 있는 원룸이 더 매력적인 투자처이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17일 “전·월세난 해소에 도움이 되도록 2~3인용 도시형 생활주택을 지을 경우 건축비 융자 규모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뒤늦게나마 문제 해결에 나선 것은 다행이지만 여전히 미흡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예컨대 기존 건물주가 건설업체에 시공만 맡긴 후 직접 임대를 하면 분양 단계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임대료가 낮아질 수 있다는 의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 지난해 전·월세난의 핵심이 1~2인가구가 아닌 3~4인 가구였음을 상기한다면 훨씬 다양한 해법이 나올 수 있다. 탁상행정의 폐해를 방관하기엔 서민들의 삶이 너무 고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