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년 12월 16일 여의도 한 오피스텔에서 만난 박영옥(53) 스마트인컴 대표. 경영컨설팅 회사를 운영하지만 증권 업계에선 ‘큰손’으로 통한다. 현재 살고 있는 집과 오피스텔을 제외한 전 재산을 주식으로 굴린다. 투자 종목은 20개 가량. 5% 이상 보유 중인 종목은 2011년 9월 30일 기준 대동공업(12.57%), 태평양물산(11.9%), 참좋은레져(8.7%), 에스피지(7.25%), 와토스코리아(6.69%), 조광피혁(5.26%) 등이다. 주식 운용자금만 300억원 대에 달한다.
그는 20여 년을 주식 시장에 몸 담아온 금융 전문가다. 현대투자연구소를 시작으로 대신증권, 국제투자자문 등을 거쳐 교보증권 압구정 지점장을 지냈다. 그 동안 쌓아온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2000년 전업 투자자로 나섰다. 당시 투자금은 5000만원이 전부였다.
5000만원이 300억원으로 불어난 비결은 뭘까. 박 대표는 주식은 투자하는 게 아니라 농사를 짓는다고 말한다. 본인은 ‘주식 농부’라고 말한다. “농부는 봄에 씨 뿌리고 가을에 추수를 할 때까지 정성을 들이지요. 주식 투자도 마찬가지입니다. 1000원 짜리 주식을 사놓고 이게 금방 만원이 될 것이라고 기대해선 안 됩니다. 벼는 보통 7월말에서 8월에 꽃을 피고, 가을에 수확을 하지요. 주식도 1년 동안은 투자 기간입니다. 2년 후쯤엔 투자 결과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하고, 3년 후엔 본격적으로 수익을 내는 거지요.”
처음 농사 실력을 보여 준 건 2001년 9.11테러 사건이 터졌을 때다. 국내 증시는 물론 세계 증시가 공황 상태에 빠졌다. 코스피지수는 단기간에 20%까지 폭락했다. 그때 박 대표는 보령제약, 고려개발, 금강종합건설(현 KCC) 등 우량 주식을 사서 기다렸다. 6개월 지나자 증시는 다시 회복됐고 그가 산 종목은 일제히 9.11사태 이전보다 더 높은 값으로 뛰었다. 그래도 그는 팔지 않았다. 기업 가치에 비해 여전히 저평가 됐다고 봤다. 세 종목 모두 3년 이상 보유했고, 2배 이상의 수익을 내고 팔았다.
본격적으로 그가 주식 농부로 나서는 데는 대동공업이 큰 몫을 했다. 국내 1위 농기계회사다. 전북 장수군 덕유산 자락에서 자란 박 대표는 농사에 대해선 훤히 꿰뚫고 있다. 점차 대규모 영농화 사업이 진행될 수록 대농공업이 성장할 것으로 봤다. 2004년부터 이 종목을 계속 사들였다. 그 결과 2대 주주가 됐다. 수익률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그는 여전히 팔 생각이 없다. 마치 사업체를 운영하듯 국내 농업 발전을 위해선 대농공업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 더 크다고 들려준다.
농부는 농사 지을 때 날씨 탓을 안 한다. 미리 준비해 두기 때문이다. 홍수가 나도 미리 도랑을 쳐놓았기 때문에 논두렁이 터져나갈 일이 없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지만 2012년 ‘날씨’가 걱정되는 건 사실이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세계 경기 둔화 가능성과 원화 가치 상승이다.
“다시 2008년 같은 금융위기가 재연될 지도 모릅니다. 남유럽 재정 부실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긴 어렵지요.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시장에 타격을 주겠지요. 채권 만기를 막지 못하는 최악의 경우엔 유럽계 은행의 파산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국내에 들어온 외화가 단기간에 급격히 빠져나가면 환율 급등 사태가 닥칠 수 있고요. 수출 의존도가 큰 국내 경제는 타격을 받을 거예요.”
농심(農心) 투자법은 변함이 없다. 그는 경기 변동에 관계없이 좋은 기업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들려준다. 불황이 와도 투자할 곳은 얼마든지 있다고 덧붙였다.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면 값싼 물건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겠죠.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기업에 투자하면 됩니다. 다만 위기를 기회로 삼을 결단력이 필요하지요.”
주식투자 어떻게 하나
금융 전문가들 역시 올해 주식시장을 위기로 본다. 하지만 저평가된 주식을 살 수 있는 기회로도 해석한다. 마치 동전의 양면 같다. 1997년 외환위기, 2001년 9.11테러 사건, 2008년 금융위기 등을 겪으며 경험한 학습 효과 때문이다. 특히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미국의 저금리와 3차 양적 완화 정책 추진 전망, 유럽중앙은행(ECB)의 기준금리 인하, 중국의 긴축 완화 정책 등에 따른 경기 부양 효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각국의 금융 재정 완화정책으로 하반기부터 시장이 회복될 것으로 본다. 다만 상반기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유로존 채권 만기 등으로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상반기 투자 전략에 따라 올해 주식 성과가 판가름 날 수 있다.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주식 투자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절대적인 가치에 비해 현저히 저평가된 우량주에 투자하거나 경쟁력 있는 1등 기업을 사서 묻어 두는 것이다. 주가는 기업 실적을 반영한다. 때때로 실적 외 변수가 작용해 주가가 제 가격보다 싼 값에 거래되기도 한다.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 우량 기업도 국내 증시 평균보다 낮은 평가를 받는 기업이 늘 수 있다. 이때 사서 제 값에 파는 전략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저평가된 우량주를 분할 매수하는 게 안전하다.
경쟁력 있는 1등 기업은 위기에 강하다. 구재상 미래에셋자산운용 부회장은 “기업의 경쟁력과 현금 창출 능력이 뛰어난 기업을 주목하라”고 말한다. “글로벌 경제가 저성장 국면으로 들어서면 기업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위기 때 글로벌 경쟁력이나 현금 흐름이 좋은 기업은 시장 지배력을 더욱 키우지요. 재무구조가 탄탄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다 보면 안정된 성과를 나타냅니다.”
김지환 하나대투증권 전무 역시 비슷한 의견이다. 그는 승자 독식 기업이 경쟁력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세계 경기가 둔화되면서 글로벌 반도체 업체가 구조조정을 겪거나 TV업체 생산의 중단에 따른 수혜주에 주목하라고 덧붙였다.
전체 자산의 10~20%는 바로 환매가 가능한 유동자산에 투자하는 게 유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다시 2008년 같은 금융위기가 재연될 지도 모릅니다. 남유럽 재정 부실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긴 어렵지요.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시장에 타격을 주겠지요. 채권 만기를 막지 못하는 최악의 경우엔 유럽계 은행의 파산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국내에 들어온 외화가 단기간에 급격히 빠져나가면 환율 급등 사태가 닥칠 수 있고요. 수출 의존도가 큰 국내 경제는 타격을 받을 거예요.”
농심(農心) 투자법은 변함이 없다. 그는 경기 변동에 관계없이 좋은 기업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들려준다. 불황이 와도 투자할 곳은 얼마든지 있다고 덧붙였다.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면 값싼 물건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겠죠.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기업에 투자하면 됩니다. 다만 위기를 기회로 삼을 결단력이 필요하지요.”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