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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민주화→선진화… 이젠 경제민주화 세력 부상

화이트보스 2012. 2. 3. 09:47

산업화→민주화→선진화… 이젠 경제민주화 세력 부상
금융위기이후 신자유주의 꺾여 재벌개혁·양극화 주요 화두… 50대 경제전문가들이 브레인, 여야 주요 정책 새롭게 주도
조선일보|
배성규 기자|
입력 2012.02.03 03:24
|수정 2012.02.03 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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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119조 2항에 묻혀 있던 '경제 민주화'가 한국 정치 제1의 코드로 떠오르고 있다. 한때의 유행이 아니라 한동안 정치 향방을 좌우하게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여기에 부합하는 사람들이 여·야 정당에서도 부각되기 시작했다.

◇경제 민주화가 대세

경제 민주화는 어느새 정치권의 대세를 점했다. 민주통합당 은 연일 출자총액제한제 부활과 순환 출자 금지, 지주회사 요건 강화 방안 등을 쏟아내고 있다. 새누리당(한나라당)도 출총제 보완과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방안 등을 발표했다. 경쟁은 계속되고 내용은 더 정교해질 것 같다.

↑ [조선일보]

↑ [조선일보]

이 때문에 경제 민주화를 주도하는 세력에게 급격하게 힘이 쏠리고 있다. 새누리당에서 경제 민주화 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김종인 전 의원과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 등은 박근혜 비대위의 핵심 멤버다.

민주통합당은 지도부 전원이 경제 민주화에 찬성하고 있다. 또 경제 민주화를 주장하는 소장 학자들이 총선·대선 정책의 핵심 설계자가 돼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도 경제 민주화 세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운찬 전 총리가 위원장인 동반성장위원회는 2일 대기업이 협력업체와 이익을 나누도록 하는 협력이익배분제를 도입키로 했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생각지도 못할 일이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경제 민주화는 여야가 대립하는 쟁점이 아니라 큰 틀의 의견일치를 본 '합의 쟁점'이 됐다"고 했다. 특정 정파 이념이 아니라 정치권 전체를 지배하는 보편적 이데올로기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과거 한국 정치는 지역 구도와 안보적 이념이 지배적 변수였지만, 이제는 경제적 이념 문제로 중심점이 이동하고 있다"며 "신자유주의 몰락과 우리 사회의 양극화 심화로 보수 세력까지 경제 민주화를 내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산업화→민주화→선진화→경제 민주화로

1960년대 박정희 정권 이후 1987년 전두환 정권까지는 관(官) 주도의 산업화 세력이 나라를 이끌었다. 87년 이후 민주화 운동이 본격화하면서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까지는 정치 민주화 세력이 바통을 넘겨받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2007년의 시대정신은 '선진화'였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갈등을 완화하고 각종 제도를 업그레이드하자는 실용 노선이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대·중소기업과 계층 간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선진화 구호의 색이 바랬다. 그 빈자리를 경제 민주화가 대신하면서 또다시 주도 세력 교체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경제 민주화의 대두는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신자유주의에 기반했던 자본주의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시장의 탐욕과 극심한 불평등·불공정을 보완하기 위해 경제 민주화가 나타났다"고 했다.

◇총선·대선 이후 의회·정부로 진출

경제 민주화 주도 세력은 이번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세가 크게 불어날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위원장과 안철수 원장,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유력 대선 주자들이 모두 경제 민주화 취지에 공감하고 있다.

민주당 강철규 공심위원장은 1일 "재벌 개혁 정책을 만들 사람을 (후보로) 추천하고 싶다"고 했다. 이럴 경우 외곽에 자문 그룹으로 일하던 인사가 대거 의회로 진출할 수 있다. 홍종학 경원대 교수는 "대선 이후 전문가 그룹이 청와대와 내각, 정부 위원회 등에 들어가서 활동할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