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상하이의 성공 사례
상하이, 처음부터 통합 전략 - 1~3위 제약사 연구센터와 獨지멘스 등 의료기기社도…
인근에 하이테크 단지 조성, 의료·바이오에 IT 접목 노려
송도, 병원 집착하다 시간 허비 - 의료·병원·기초연구·IT 등 따로따로 움직여 효과 못내
국제병원 유치도 실패 거듭… 2009년에야 바이오 단지 시작
200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상하이 바이오 클러스터사업이 무르익으면서 상하이가 국제적인 바이오 메디컬 연구 중심 단지로 떠오르고 있다. 상하이 정부가 처음부터 국제병원과 생명과학연구소, 제약회사, 의료기기회사 등을 복합적으로 유치하는 바이오 클러스터 형태로 사업을 펼치면서 상승효과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상하이는 중국 내수시장의 구매력과 싱가포르·대만 등 범(凡)중국계 거대 의료자본, 인력을 내세워 치고 나가고 있는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시작했으나 인천 송도특구는 진료 중심으로만 추진하다 상하이에 뒤처지고 있다.
미국 미네소타의과대학의 암 연구소인 호멜(Homel)연구소의 지강 동(Zigang Dong) 소장이 최근 국내 학회를 참석하면서 들려준 얘기에 현재 중국 상하이에서 벌어지는 바이오 메디컬단지 분위기가 그대로 드러난다. 그는 중국계 미국인으로 중국에서 의과대학을 나와 미국에서 박사를 땄으며, 현재는 암 예방 효과를 갖는 분자생물 물질을 찾는 분야의 권위자로 활동한다.
- ▲ 상하이 바이오 클러스터 사업단지 조감도. 중국 상하이는 최근 바이오 클러스터 사업이 활기를 띠면서 국제적인 의료 연구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
동 교수는 최근 상하이 바이오 클러스터 관계자로부터 파격적인 제안을 받았다고 전했다. 미국 내에서의 연봉과 연구비, 첨단 시설과 장비를 그대로 제공하며 별도로 자녀 교육을 위한 외국인 학교 학비도 지원해주겠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한 가구, 한 자녀' 정책을 하지만 미국에서 영입하는 생명과학 전문가들에게는 그런 제한을 두지 않겠다고 했단다. 동 교수는 "현재 상하이 지역 바이오 클러스터가 전 세계 중국계 생명과학자들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됐다"며 "상하이 붐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계 박사급 생명과학 연구원 규모는 한국계의 10배 이상으로 추산된다. 미국 최고 병원으로 꼽히는 존스 홉킨스대학병원에 있는 중국계 박사만 1700여명이다. 한국계는 110명 정도다.
상하이 푸둥 경제구역 신도시에 있는 상하이 국제의료원구(SIMZ· Shanghi International Medical Zone)는 애초부터 M.D 앤더슨 암센터 등 각종 생명과학 기업과 연구소가 몰려 있는 미 텍사스 휴스턴의 메디컬 클러스터를 모방하는 형태로 출범했다. 여의도 4배 크기로 송도 경제자유구역보다 2배 크다.
현재 여기에는 지노(Sino) 독일 우정병원 등 3개의 국제 협력 병원과 3곳의 의과대학 국제연구소가 들어섰다. 화이자, 로슈 등 랭킹 1~3위의 다국적제약회사 연구센터가 왔으며 컴퓨터단층촬영(CT)과 자기공명영상(MRI)을 제조하는 세계적인 의료기기 회사 독일 지멘스사(社)도 자리를 잡았다. 상하이 정부가 중심을 잡고 병원·제약·의료기기·생명과학 연구 등을 통합 연계하는 전략을 썼기에 가능한 일이다. 인천 송도는 2000년대 초반부터 외국 병원 유치에 나섰다가 실패를 거듭했으며 2009년 말에야 바이오 리서치 콤플렉스(BRC)를 시작했다.
SIMZ 인근 지역에는 장지앙(張江) 하이테크단지가 조성돼 있다. 주로 IT 기반 산업 시설을 위한 곳이다. 2009년 상하이 정부는 SIMZ와 장지앙 하이테크단지를 푸둥 핵심 연구·개발(R&D)단지로 통합했다. 의료와 바이오산업에다 IT까지 묶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송도도 북쪽 청라지구에 바이오와 IT를 융합하는 'BIT'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를 송도특구 의료시스템과 연계하는 통합 전략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연세대 의대 송시영(내과 교수) 산학협력단장은 "전 세계가 생명과학산업 발전의 방법으로 분야별 융합을 통한 클러스터 활성화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의료, 병원, 기초 연구, IT가 다 따로따로 움직여 상승효과를 못 내고 있다"고 말했다.
헬스케어 IT 회사인 YES헬스 양광모 대표는 "미 실리콘밸리도 지금은 바이오산업과 접목돼 새로운 혁신 클러스터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클러스터(cluster)
서로 연관이 있으나 독립성이 강한 기업, 연구기관, 대학, 컨설턴트, 서비스사업체가 함께 모여 부가가치 생산에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내는 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