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4.10 23:12
- 이원희 한경대 행정학과 교수
1995년 지방자치 실시 이후에 지자체의 재정 규모는 47조여원에서 141조여원, 3배 이상으로 양적인 확대를 이뤘다. 그러나 지방 재정 구조는 오히려 악화됐다. 1995년 63.5%였던 지자체들의 재정 자립도는 2011년 51.9%로 11.6%포인트나 하락했다. 중앙에 대한 지방 의존이 심화됐다는 얘기다.
중앙에 대한 의존도 심화는 지자체의 무책임을 방조하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재정 구조가 양호한 지자체 가운데 하나로 여겨졌던 성남시조차 2010년 부채 5200억원에 대한 지불유예를 선언했고, 대전광역시 동구도 인건비가 부족해 특별재정보존금을 받는 등 민선 5기 들어 재정 위기 상황을 보이는 적신호가 계속 들어오고 있다.
지자체의 재정 위기를 불러온 원인 중 하나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선심성 공약이다. 선심성 공약을 먼저 해결하느라 낭비적 지출에 대한 검토가 소홀했다. 지자체는 어떤 사업에 대해 투자를 하기 전 투자 가치의 사전 점검을 위해 '투·융자 심사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이는 형식적이다. "시장의 의지"라는 이유로 무리한 추진이 감행되기 때문이다. 인천 월미도 은하레일이나 경기도 용인 경전철 도입 과정에서는 투자 효과를 부풀리는 일도 있었다.
무엇보다 대형 시설에 투자하면서 향후 관리 방안이나 비용을 고려하지 않아 문제가 더 커졌다. 근사하게 지은 건물이 몇 년 지나지 않아 적자투성이 애물단지가 되고 만다. 대형 리조트를 건설해 사업을 해보려다가 적자만 떠안은 태백 리조트 사업은 대표적인 실패 사례다. 지자체가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의 장점을 혼합한 제3 섹터를 만들어 사업하려다가 적자만 떠안은 경우도 발생한다. 생색은 중앙정부가 내면서 지자체가 재원을 부담해야 하는 '복지 사업 확대'도 지방 재정에 위기를 불러오는 요인이다. 최근 '0~2세 영유아 무상 보육'을 전 계층에 확대하려는 복지 공약에 대해 지자체들이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이제 진정한 지방자치의 정착을 위해서라도 지방 재정 관리를 전면적으로 점검해야 할 때이다. 우선 중앙정부는 지자체가 투자 결정을 하기 전에 검토해야 할 사항에 대해 치밀한 매뉴얼을 작성·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지자체들은 결산과 성과 관리를 통해 사업 성과를 면밀히 따지는 접근이 필요하다. 결산을 통해 문제가 제기되고 그래서 예산이 더 이상 투입되지 않도록 하는 선(善)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또 정부 회계 제도의 정착을 통해 사업 단위의 원가가 관리돼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제어하는 장치도 마련돼야 한다. 시민 대표인 지방의원들의 견제 기능을 강화하고, 시민의 직접 참여를 통해 지역의 자체 통제 기능을 강화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그것이 지방자치 시대에 재정 건전화를 확보하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