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2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해 5월 22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추모전시관에서 자원봉사자가 초에 불을 붙이고 있다. 뒤쪽 노 전 대통령의 얼굴은 화가이자 설치미술가인 임옥상씨가 지난해 1주기 추모 때 사용됐던 리본을 이용해 만든 것이다. 김해/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
서거 직전 봉하마을 참모들과 회의 녹음 공개
“정치에서 해방 생각했는데 더 고달픈 삶으로”
“담배 하나 주게. 담배 한 개 주게.”
지상에 기록된, 그래서 우리가 들을 수 있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육성은 이렇게 끝을 맺는다.
노무현 재단(www.knowhow.or.kr)은 21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 직전까지 봉하마을 자택에서 참모들과 함께 진행한 ‘진보주의 연구모임’ 회의 내용의 마지막 부분 녹음을 공개한다.
이번에 공개되는 음성은 서거 나흘 전인 5월 19일 마지막 회의와 “여러분은 저를 버리셔야 한다”는 글을 홈페이지에 올렸던 4월 22일 연구회의 자리에서 노 전 대통령이 남긴 음성들이다.
“저를 버리라”고 썼던 4월22일 연구회의 자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신을 ‘봉화산’이라며 이렇게 이야기한다.
“나는 봉화산 같은 존재야. 산맥이 없어. 봉화산이 큰 산맥에 연결돼 있는 산맥이 아무것도 없고 딱 홀로 서 있는 돌출돼 있는 산이야. 여기서 새로운 삶의 목표 가지고 돌아왔는데 내가 돌아온 곳은 여기서 떠나오기 전의 삶보다 더 고달픈 삶으로 돌아와 버렸어.”
“(봉하마을로 내려오면서 이제) 각을 세우고 싸우고 지지고 볶고하는 정치마당에서 이제 해방되는구나하고 좋았는데 새로운 일을 해본다는 것이었는데”, 결국 ”내가 돌아온 곳은 여기서 떠나오기 전의 삶보다 더 고달픈 삶”이었다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이명박 정권의 정치 탄압과 검찰의 표적수사가 최고조에 달했던 당시의 심경이 그대로 드러난다.
4월 30일 노 대통령은 검찰에 출석했다.
마지막 회의는 사실상 회의라기보다 연구모임을 해산하는 자리였다. 그가 마지막으로 걱정한 것은 참모들의 남겨진 삶이었다.
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다른 참석자에게 “먹고 살 수가 있나?” 라고 물은 뒤, 대답을 듣고 “제일 절박한 것이 밥그릇이 없어지는 것이거든”이라고 낮게 말한다. 이미 자신은 스스로를 버릴 마음의 준비가 끝난 듯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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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