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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장서 웃고 떠들던 여대생들의 정체

화이트보스 2012. 5. 25. 10:32

유치장서 웃고 떠들던 여대생들의 정체

  • 선정민 기자
  • 김형원 기자
  • 입력 : 2012.05.25 03:13 | 수정 : 2012.05.25 09:20

    검찰청사 시위 9명, 약속한 듯 묵비권… 이름 알아내는 데 하루 걸려
    진보당 압수수색때도 폭력 최소 1명 확인… 영장 방침
    기습시위 9명 중 7명은 여대생… 유치장서 자기들끼리 웃고 떠들어

    지난 23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에서 불법 기습 시위를 벌인 통합진보당 대학생 당원 9명 중 최소한 한 명이 지난 21일 검찰의 통합진보당 압수수색 때 폭력을 휘두른 사실이 밝혀진 것으로 24일 전해졌다. 경찰은 당시 현장 사진 등을 확인했으며 이들에 대해 곧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경찰은 대학생들 조사에 애를 먹었다. 이들은 23일 오후 4시 50분 서울지검에서 서초경찰서로 연행됐지만 약속이나 한 듯 "묵비권을 행사하겠다"고 한 뒤 입을 닫았다. 여대생 한 명은 손가락 골절상을 당해 귀가 조치됐다. 한 대학생은 경찰관이 "이름을 말해야 조사를 빨리 끝내고 귀가하지 않겠냐"고 설득하자 "조용히 하시죠. 지금 (다른 수사관이) 조사 중인데 나중에 말씀하시라"고 오히려 면박을 줬다고 한다. 수사 관계자는 "마치 누군가로부터 사전 교육을 철저히 받은 것 같았다"고 했다.

    경찰로선 법원에 검증(檢證)영장을 신청해 발부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검증영장은 연행자들의 지문을 채취, 신원을 확인하는 데 필요하다. 검증영장은 만 하루가 지난 24일 오후 4시가 돼서야 발부됐다. 경찰은 연행 대학생들에게 저녁식사를 준 뒤 이날 오후 7시쯤 조사를 재개했다. 이들은 경찰이 영장을 보여주며 지문을 채취하겠다고 하자 비로소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말한 뒤 다시 입을 닫았다. 경찰은 만 하루 동안 이들의 이름을 알아내는 데 그쳤다.

    경찰은 “이들 대부분이 통합진보당 청년 당원들로 22~23세의 대학 재학생인 것으로 파악됐다”며 “그 중에는 한대련(한국대학생연합) 소속 간부급 학생들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경찰서 유치장에서 하룻밤을 보낸 시위 대학생들은 여유만만했다고 한다. 식사를 깨끗이 비우고 조사를 받지 않을 때는 유치장에 누워 잠을 잤다. 조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면서 이들은 자기들끼리 웃고 떠들기도 했다. 경찰은 “평생 전과가 따라다닐 수 있는 일을 해놓고도 심각성을 전혀 모르는 것 같다”고 했다.

    통합진보당 청년 당원으로 추정되는 여대생이 23일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진보당 압수수색에 항의하는 불법 기습시위를 벌이다 경찰이 연행하려 하자 소리를 지르며 저항하고 있다(위 사진). 서울 서초경찰서에 입감된 9명의 대학생들은 경찰 조사 때는 철저히 묵비권을 행사했다. 그러나 조사 도중 자신들만 남게 되면 신문을 읽거나 웃고 이야기를 나눴다(아래 사진). /성형주 기자 foru82@chosun.com

    이날 오후까지 이들을 면회온 가족은 없었다. 또래로 보이는 한 여대생이 찾아와 “(8명 중에서) ‘권모씨’를 불러달라. 그러면 안다”고 해서 한 학생을 면회하고 갔을 뿐이다. 신원을 노출하지 않으려고 사전에 입을 맞춘 것이다.

    경찰은 “부모들이 (자식들이) 연행된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대신 통합진보당 김미희(성남 중원) 당선자가 23일 밤 10시쯤 보좌진 두 명과 함께 서초경찰서 유치장을 다녀갔다. 김 당선자는 20여분 만에 면회를 끝내고 돌아갔다. 그는 주체사상 계열의 경기동부연합에 뿌리를 둔 진보당 구(舊)당권파의 일원이다.

    대학생들이 서울중앙지검 경내에서 시위를 한 것은 1989년 개청 이후 처음이다. 학생들에게는 공용건조물 침입 혐의, 불법 시위 등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들은 체포돼 입건될 것이 뻔한 대낮에 시위를 벌이고, 카메라 앞에서 체포에 불응해 끌려나가는 장면을 연출했다.

    대학생 9명 가운데 7명은 여성이었다. 검찰은 23일 이들이 체포에 불응하자 여성 청원경찰을 앞세워 끌어냈다. 학생들은 수갑이 채워진 채로 건물 현관에서 나뒹굴면서도 피켓을 놓지 않으려 했다. 이들은 시위에서 “(검찰의) 통합진보당 압수수색 규탄한다” “야권 연대 파기 음모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진보당 구당권파와 연계를 가진 대학생 진보당원은 지난 12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진보당의 1차 중앙위원회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정치권에선 “진보 정치인이라는 사람들이 자신들은 뒤로 숨은 채 대학생들을 앞에 내세워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통합진보당은 24일 오후 “위헌적인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정당한 항의를 하는 학생당원들을 마구 연행했다”며 석방을 요구하는 논평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