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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사회 허무는 의원연금

화이트보스 2012. 6. 9. 19:26

공정사회 허무는 의원연금

  • 김동섭 보건복지전문기자

  • 입력 : 2012.06.08 22:56 | 수정 : 2012.06.09 10:02

    김동섭 보건복지전문기자
    매월 공무원연금에서 300여만원을 받고 있는 전직 국회의원은 120만원씩 ‘의원연금’(헌정회 원로회원 지원금)을 추가로 받고 있다. 국민연금에서 월 100만원을 받고 있는 기업인 출신 전 국회의원도 120만원씩 의원연금을 챙긴다. ‘전직 의원 보너스’인 셈이다. 따로 수입이나 연금이 없어 생활이 어려운 전직 국회의원에게는 이 돈이 노후를 지탱하는 ‘생명줄’일 수도 있지만 이런 경우는 소수에 그친다.

    의원연금은 1960년대 이후 국회의 숙원사업이었다. 여야의 원내대표들은 그동안 여러 차례 의원연금 도입을 시도했지만, 국민 정서를 고려해서 시행에 옮기지 못했다. 결국 국회는 공식적인 의원연금을 포기하고, ‘헌정회 원로회원 지원금’ 액수를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2000년 월 65만원이던 것을 2004년 100만원, 2009년 110만원, 2010년 120만원으로 야금야금 올렸다.

    공무원연금 평균 수령액은 월 210만원, 사학연금 평균액은 월 240만원을 넘는 상황에서 “그 정도 액수쯤이야…”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으로 눈을 돌려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국민연금 수령자 중 월 120만원 이상을 받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더욱이 수년 전 국민연금법 개정으로 받는 돈이 대폭 줄었다. 연금법 개정 이후 연금에 가입한 사람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월 120만원을 받지 못한다. 최고액으로 보험료를 30년간 내도 월 89만원, 40년을 내야 겨우 117만원을 받는다. 이런 사람들은 ‘월 120만원 의원연금’에 절망할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이중 지원이다. 국회의원은 공무원이 아닌데도 정부가 국민연금 보험료의 절반(월 16만여원)을 대준다. 은퇴 후에는 이렇게 보험료 절반을 정부가 대준 국민연금에다가 매달 120만원의 의원연금까지 2개의 연금을 챙긴다. 전직 국회의원을 위해 두 번씩이나 국민의 세금에서 지원하는 걸 국민이 이해할까.

    지금은 대상자가 800명에 그쳐 한 해 115억원이 든다. 그러나 아직 65세가 되지 않은 전직 의원 1142명이 대기하고 있다. 앞으로 이들의 평균수명까지 1인당 3억원씩의 ‘잠재 부채’를 국민이 떠안아야 한다. 게다가 단 하루만 국회의원을 한 사람도, 사기죄 등으로 처벌을 받아 형 집행이 끝나거나 면제된 사람도 무조건 지급하니 국민으로선 분통이 터질 뿐이다.

    의원연금을 시행하는 대다수 국가들은 의원 개인이 매월 일정액씩 보험료를 낸다. 우리도 국회가 이 제도를 고집하려면 의원들이 매월 일정액씩 별도로 보험료를 내게 해야 한다. 아니면 최소 2선(選) 이상 의원을 지낸 사람만 주든지, 소득을 따져서 주도록 바꿔야 한다.

    소득이나 재산이 한 푼도 없는 기초생활수급자 1인가구에 정부가 주는 최고 액수가 월 45만원이다. 그러나 전직 의원에게 주는 돈은 그 3배가량이나 된다.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이 빈곤층인 기초생활수급자보다 더 받아야 한다고 여기는 것일까. 단 하루만 국회의원을 지내도 평생 ‘120만원짜리 월급쟁이’가 되는 게 과연 공정사회인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