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회문화/사회 , 경제

親盧, 野 파산 내고 합병으로 살린다는데

화이트보스 2012. 6. 13. 17:27

親盧, 野 파산 내고 합병으로 살린다는데

  • 김창균 논설위원
  • 입력 : 2012.06.12 23:02

    임기 말엔 與가 혼나는 법인데 이번엔 야권서 惡材 꼬리 물어
    반성 없이 돌아온 친노 휘청대고 나꼼수, 응원석 뛰어내려 자살골
    주사파는 집권 세력 되려다 탈 나… '안철수 연대'로 만사 해결될까

    김창균 논설위원
    지난 3월 10일 새벽, 민주당 한명숙 대표와 진보당 이정희 대표가 3시간 담판 끝에 야권 연대에 합의했다. 여성 스타 정치인 둘이 손을 맞잡은 장면은 야권(野圈)의 밝은 미래를 예고해 주는 듯했다. 총선에서 '민주·진보 합작'으로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진보당은 20석 이상을 얻어 교섭단체를 구성한 뒤, 대선에서 정권을 교체하는 청사진이 그려졌다. 돌이켜보면 그때가 야권이 정상을 밟은 순간이었다. 그 이후론 줄곧 내리막이었다.

    진보당 이정희 대표 측이 민주당과 후보 단일화하는 과정에서 여론조사를 조작했다는 사실이 불거진 것은 3월 20일이었다. 나꼼수 출신 민주당 김용민 후보의 막말은 4월 4일 공개됐다. 4월 11일 총선서 야권은 새누리당에 과반 의석을 넘겨주는 참패를 당했다. 이해찬·박지원·문재인 세 사람 간의 담합론이 야권 내에서 뭇매를 맞은 것은 4월 25일부터였다. 진보당 비례대표 후보 경선에서 자유당 시절 뺨치는 부정이 저질러졌다는 발표가 나온 것은 5월 2일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진보당의 막장 드라마는 아직도 결말이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 임수경 의원이 탈북자에게 험한 말을 쏟아낸 것은 6월 3일 알려졌다. 민주당 한 대표도, 진보당 이 대표도 치명상을 입고 무대를 떠났다. 대통령 임기 말엔 집권 세력 쪽에서 안 좋은 일이 거듭되는 법이다. 이번처럼 거꾸로 야권에서 악재가 꼬리를 무는 경우가 과거에도 있었는지 기억이 없다.

    석 달 전에 민주당 문재인 고문은 지지율이 20%에 근접하면서 안철수 서울대 교수를 제치고 야권 선두로 나섰다. 요즘 문 고문 지지율은 한 자리 숫자까지 뒷걸음쳤다. 보통은 '대세론'이 꺾이면 파괴력이 더 큰 '대안론'을 부르는 법이다. 10년 전 '이인제 대세론'을 밟고 일어선 '노무현 대안론'은 곧장 지지율 50% 천장을 뚫었다. 그런데 이번엔 '문재인 대세론'의 지지율이 10% 포인트 빠지는 사이에 '김두관 대안론'의 지지율은 2~3% 포인트 올랐을 뿐이다. 민주당 전체로 봤을 때 엄청 밑지는 장사다. 5년 전 이맘때 대선 주자 지지율은 한나라당 선두 이명박 후보가 40% 내외, 민주당 선두 손학규 후보는 5%+a였다. 요즘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지지율은 40%를 오르내리고, 민주당 선두인 문 고문 지지율은 5년 전 손 후보보다 조금 앞서는 정도다. 정당 주자들의 지지율만 비교하면 민주당이 530만표 차로 참패했던 5년 전 구도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는 요즘 야권은 1997년 IMF 사태 때 우리나라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OECD 가입을 업적으로 내세웠던 정권은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를 유지하려고 무리하게 환율을 방어하다 외환 위기를 재촉했다. 지금의 야권도 자기 실력과 처지에 안 맞는 일을 벌이다 낭패를 맞고 있다. 친노(親盧)는 5년 전 스스로 폐족(廢族) 선언을 했다. 사업체로 치면 1차 부도를 낸 격이다. 부도난 회사가 재기하려면 살과 뼈를 도려내는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시나리오가 전개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자, 친노가 캠퍼주사를 맞은 병자처럼 원기를 회복한 것이다. 쫓겨나듯 떠났던 민주당에 복귀하자마자 지도부까지 접수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 3주기를 지나면서 주사 약효가 떨어졌다. 친노는 다시 부실한 체력을 드러내고 있다.

    주사파가 자기들끼리 5~6석짜리 민노당을 계속 꾸려갔다면 별 탈이 없었을 것이다. 이정희 대표는 여전히 '좌파의 아이콘'이었을 것이다. 이들이 몸집을 키우겠다고 유시민 국민참여당과 합친 탓에 경선 부정이 드러났고, 집권 세력이 되겠다며 민주당과 총선 연대를 하면서 여론조사 조작이 들통났다. 선거 부정은 민노당 내부에서 늘 벌어지던 일이다. 지하 음습한 곳에서 번식하던 병균이 햇볕을 쬐면서 사단이 난 것이다.

    나꼼수도 응원석에서 북 치고 나팔만 불었으면 야권의 수퍼스타 신분을 유지했을 것이다. 열광적인 박수에 취해 선수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총선 운동장에 뛰어들더니 야권 골대를 향해 자살 결승골을 날렸다.

    기업이 부도 위기를 맞으면 최고 경영진이 먼저 물러나는 게 절차이다. 민주당 당권을 잡은 친노(親盧)는 벼랑 끝까지 몰렸다 나꼼수 모바일 부대가 던져준 동아줄을 붙잡고 탈출했다. 이들은 '안철수 주식회사'와 합병만 성사되면 회사를 살릴 수 있다고 큰소리친다. 그러나 야권 주주들은 궁금할 것이다. 그렇게 합쳐진 회사의 경영권은 어느 쪽이 행사하게 될까. 자기자본을 다 까먹은 부실 업체와 회사 내부 사정은 아무도 모르는데 주가만 치솟은 벤처 업체가 하나가 되면 그 회사의 장래성을 믿고 투자해도 괜찮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