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7.05 23:06
일본 총리 산하 위원회가 일본과 긴밀한 관계가 있는 다른 나라가 제3국의 무력공격을 당할 경우 이를 자국(自國)에 대한 공격으로 보고 일본이 군사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냈다고 일본 언론이 5일 보도했다. 일본도 유엔 헌장 51조가 인정하는 '집단적 자위권(自衛權)'을 보유하자는 주장이다.
일본은 2차 대전이 끝나고 나서 전쟁을 일으킨 전쟁 주모자들이 도쿄 국제군사재판에 회부됐던 전범(戰犯)국가다. 이렇게 출범한 전후(戰後) 일본은 헌법 9조에 무력(武力) 보유와 교전권(交戰權)을 영원히 포기한다고 명시했다. 일본 정부는 1968년 이 헌법 조항이 '집단적 자위권'을 인정하는 것이냐는 해석상의 논란이 일자 국회 답변을 통해 "일본도 국제법상으론 집단적 자위권을 갖고 있지만 헌법을 개정하지 않는 이상 일본을 직접 침략하는 상대에 대해서만 대응할 수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집권당과 우익세력들은 국제적 반발과 일본 국민의 반전(反戰)분위기 때문에 공식적인 개헌(改憲)이 어렵다면 헌법 해석을 변경함으로써 집단적 자위권을 갖는 길을 트면 된다는 '해석 개헌론'을 주장해왔다. 일본 정부도 실질적으로 이들의 주장에 동조해왔다. 이번에 총리 산하 위원회의 입장 제시도 그 연장 선상에서 나온 것이다.
일본 참의원은 지난달 원자력 기본법을 34년 만에 개정하면서 '국가의 안전보장에 이바지한다'는 내용을 새로 추가해 핵을 군사적으로 이용할 근거를 마련했다. 지난달 말엔 경제산업성 산하 원자력 안전보안원이 핵무기 전용이 가능한 고(高)순도 플루토늄을 장기적으로 대량 확보할 수 있는 길을 텄다.
일본 국회와 정부가 차례로 나서 군사 대국화와 핵무장을 막는 안전장치였던 '평화헌법'과 비핵(非核) 3원칙을 허무는 조치를 동시 다발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런 조치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나면 자신들은 몰랐다며 딴청을 부리면서도 기정사실로 만들어 재무장으로 가는 길을 닦아 왔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일본의 이런 움직임이 표면화할 때마다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은 그게 아니라든지, 일본 전반적인 여론과는 거리가 멀다는 식의 순진한 소리만 되풀이해왔다. 이렇게 세상 물정을 모르니 한일 정보보호협정을 국민도 모르게 쉬쉬하며 밀고 나가다 협정 서명 1시간 전에 연기하는 외교적 망신까지 당하고 말았다. 이제는 국민이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까지 눈을 부라리며 감시해야 할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