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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독에 빠진 노인’ 해마다 증가

화이트보스 2012. 7. 31. 17:11

술독에 빠진 노인’ 해마다 증가알코올중독 5년새 34% 급증… 불황에 여가즐길 여유 없어 문화일보 | 인지현기자 | 입력 2012.07.31 14:01 | 수정 2012.07.31 14:31

 

아들 부부와 함께 사는 박모(62) 씨는 2009년 불황으로 가게를 접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술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여가활동을 할 여유도 없고 새 직업을 얻기도 어려웠던 그는 집에서 한두 잔씩 마시던 게 화근이 돼 하루에 소주 1~2병가량을 마시지 않으면 안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점차 술만 마시면 아들 부부에게 욕설을 하고 이웃에게도 시비를 거는 등 상태가 심각해지자 박 씨는 지난 5월 말 서울의 한 알코올중독상담소를 찾았다.

아내와 함께 작은 식품점을 운영하는 이모(64) 씨 역시 불황으로 장사가 잘되지 않자 저녁마다 반주를 하며 마음을 달랬다. 한두 잔 마시며 푸념을 늘어놓던 그는 점차 낮에도 술을 마시게 됐고 술에 취해 아내에게 소리를 지르는 등 행패까지 부렸다. 동네에 소문이 나 가게 운영은 더 어려워졌고 이 씨의 아내는 이혼을 요구하고 나섰다.

알코올중독 증세를 호소하는 노인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 31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60세 이상 알코올중독 환자 인구는 지난 2007년 1만1537명에서 지난해 1만5432명으로 5년 새 34%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전체 알코올중독 환자수는 5만5304명에서 6만5434명으로 18% 증가한 것으로 집계돼 노인 알코올중독 환자 증가세가 2배 가까이로 높았다. 30대의 경우 알코올중독 환자가 2007년 9413명에서 지난해 8811명으로 오히려 감소세를 보이기도 했다.

특히 60세 이상 노인의 경우 30·40대와 비슷한 양의 음주를 하더라도 알코올 분해가 쉽지 않아 간암이나 당뇨 등의 질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증세가 심각해질 경우 알코올성 치매까지 올 수 있어 더욱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인 알코올중독 환자 급증은 평균수명 증가와 함께 경제난에 따른 노인실업 등 사회구조 변화에 따라 나타난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최호진 도봉알코올상담센터 팀장은 "최근 경제위기로 조기퇴직하거나 자영업을 접으면서 술을 마시게 된 노인들이 대부분이고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실직해 술에 빠져 살던 30·40대가 노년층에 진입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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