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8.19 22:52
김동섭 보건복지전문기자

그런데도 정부는 팔짱만 끼고 있다. 정부는 2000년에 직장과 지역 건강보험을 통합했지만, 보험료는 아직도 따로따로 매겨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정부는 섣불리 보험 제도를 건드렸다가는 '건보 민원 대란'으로 튈지 몰라 12년째 손도 안 대고 있다.
국민과 정부 사이에 낀 건보공단만 이 때문에 죽을 맛이라고 한다. 그래서 "정권 말기에 무슨 개혁이냐"는 냉소에도 불구하고, 건보공단은 최근 개선안을 내놓았다.
재산은 아예 빼고, 월급뿐만 아니라 이자·사업·연금소득 같은 모든 소득에 보험료를 물리는 방안이다. 피부양자도 없애 소득이 있으면 보험료를 내는 '1인 1보험'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하지만 소득 파악이 안 되는 상황에서 이런 제도를 시행하기가 쉽지 않다. 소득만으로 건보료를 거두면 건보료를 낼 사람은 직장인, 자영업자, 연금 생활자들뿐이다. 전체 국민의 40%밖에 안 된다. 소득 자료가 전혀 없는 농어민이나 일용직 근로자, 직장인 피부양자 등은 보험료를 한 푼도 안 내도 된다. 직장인들의 부담이 커질 것은 당연하다.
건보공단은 이 때문에 직장인들의 보험료는 지금과 비슷하게 유지하는 대신, 부족분을 '부가가치세'라는 세금에서 채워 넣는 방안을 제시했다. 전 국민이 물건을 살 때마다 부가가치세를 내니까, 이를 전체 국민의 '기본 보험료'로 삼자는 것이다. 프랑스나 일본도 이런 방식으로 건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소득이 없는 국민에게 일정액의 보험료를 물리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전체 가입자의 60%가 되는 국민에게 1인당 1만여원씩 내게 하면 현재 건보 재정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방안 모두 선택이 쉽지 않다. 부가가치세를 올리면 물가가 오르고, 소득이 없는 사람에게 보험료를 물리면 저소득층의 보험료가 지금보다 더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건보료를 왜 세금에 떠넘기느냐고요. 보험료를 올린다고 하면 모두 고개를 돌리잖아요. 건보료를 더 낼지, 세금을 택할지 이제 국민이 선택해야지요." 사공진 한양대 교수의 말이다. 국민의 건보료 불만은 연간 1억건에 달한다. 자칫 건보료 불만이 건보 제도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정치권은 이번 대선에서 건보료 불만을 달랠 제도를 내놓아야 한다. 묘수 찾기가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하지만 차선책이라도 내놓아야 국민이 납득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