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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김정은이 전격 경질한 리영호, 지금은…"

화이트보스 2012. 8. 27. 10:10

"北김정은이 전격 경질한 리영호, 지금은…"

  • 최보식 선임기자
  • 입력 : 2012.08.27 03:53 | 수정 : 2012.08.27 07:55

    “김정은은 ‘미키마우스’ 좋아하는 취향… 아버지 반발 심리도 깔려”

    민간인 최룡해 ‘군부 서열 1위’로 한때 집안에 달러 숨겨둔 게 발각 리영호 체포 과정 무력 충돌 없어

    김정은 1984년生, 스물여덟 살 ‘김정은’ 이름 가진 주민 모두 改名 장성택은 ‘수양대군’ 되지 못해

    "리영호 총참모장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총격전 직전까지 갔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틀렸다. 정보 분석 결과 무력 충돌은 없었다. 리영호를 초대소(招待所)로 부른 뒤 당 중앙위원회의 결정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리영호는 그걸 모르고 당했던 것 같다."

    유성옥(55)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소장은 '음지(陰地)의 인물'에 속했다. 정보기관에서 대북 정보분석 업무만 26년을 했다. 협상을 위해 8차례 방북했다. 올 초 국정원 산하 안보전략연구소 소장으로 옮긴 뒤에도 언론 접촉을 피해왔다.

    그는 인터뷰를 위해 국정원의 사전 승인을 받았고 열흘간 준비했다.

    ―리영호 전격 경질(7월 11일)은 김정은이 군부를 장악한 신호로 볼 수 있나?

    "리영호(70)는 신군부의 실세였다. 김정일 시신 운구를 책임졌다. 그런 인물을 단칼에 벤 것은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뜻이다. 내 권위에 도전하면 가차없다는 경고 메시지를 군부에 보낸 것이다."

    ―지금 리영호는 어떤 상태인가?

    "확인되지 않았다. 교화소에 있거나 가택연금됐을 가능성은 있다. 지속적으로 추적하고 있는 중이다."

    유성옥 소장은 “가벼운 행보로 ‘깜짝 쇼’를 일삼는 김정은은 노회한 김정일보다 훨씬 무모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군부 내 반발은 없었나?

    "군부 실력자들은 '제2의 리영호'가 되지 않기 위해 다투어 충성 맹세를 했지만, 불만이 잠재해 있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리영호는 왜 제거됐나?

    "북한의 '선군(先軍)정치'하에서 군은 당(黨)보다 우위의 권력을 행사해왔다. 이를 견제할 조치로 민간인 출신 최룡해(62)를 군 총정치국장으로 임명하고, '군내 서열 1위'로 발표했다. 또 군이 장악해온 외화 벌이 사업권도 내각으로 옮겼다."

    ―리영호가 그런 조치에 정면 반발했다는 뜻인가?

    "야전군 출신인 리영호나 군 실세들은 특히 민간인 출신을 '군내 서열 1위'로 앉힌 것에 불만이 많았을 것이다. 리영호가 어떤 불만스러운 언동을 표출하다가 포착된 것으로 보인다."

    ―군 총참모장이 총정치국장보다 더 높은 직위가 아닌가?

    "우리식으로 치면 인민무력부장은 국방장관, 총참모장은 합참의장, 총정치국장은 기무사령관과 같다. 북한에서는 이런 직위보다 인물에 따라 서열이 달라진다. 서열은 국가 행사 때 먼저 호칭되는 순서다. 그전까지 총참모장인 리영호가 서열 1위였다. 최룡해가 오면서 서열이 뒤바뀌었다. 총정치국장이 군내 서열 1위가 된 것이다."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이 최룡해를 발탁한 게 맞나?

    "그렇다. 최룡해는 김일성과 함께 활동한 '혁명 1세대' 최현(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이다. 대(代)를 이은 충성 가문이다. 그는 '공화국 영웅' 칭호도 받았다. 1990년대 중반 장성택(66)이 당 청년부장을 할 때 그가 산하 청년 조직 책임자로 인연을 맺었다. 하지만 당 검열에서 집안에 달러를 많이 숨겨둔 게 발각돼 해임됐다. 평양시 상하수도관리소 소장으로 하방(下放)됐다가 다시 올라온 인물이다."

    ―장성택은 '수양대군'처럼 다른 야심이 없을까?

    "가능성은 없다. 김정은·김경희·장성택은 공동 운명체다."

    ―장성택을 직접 만난 적 있나?

    "직접 만났다. 북쪽 인사로는 합리적이고 개방 지향적이다. 이 때문에 황장엽 선생은 생전에 '북의 3대 세습은 어렵다. 아마 장성택이 권력을 잡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난 17일 김정은은 비무장 목선(木船)을 타고 연평도를 포격한 무도 섬방어대를 방문하는 '파격 행보'를 또 보였다.

    "그쪽 수심이 얕아 작은 배로만 접근할 수 있다. 레이더망도 피할 수 있고. 김정은이 통 크고 대담한 지도자임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목선에는 최룡해 말고도 김영철 정찰총국장도 동승했다. 어떤 인물인가?

    "정찰총국은 우리로 치면 국정원과 비슷한 기관이다. 김영철은 리영호와 함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을 주도한 강성이다. 리영호가 제거되면서 그의 신변이 어떻게 될지 주목받았다. 이번에 김정은이 '한 점 불꽃을 떨어뜨리면 서남부의 국부 전쟁이 아닌 조국 통일을 위한 성전이 될 것'이라는 도발적 발언을 한 배경에는 김영철의 작용이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

    ―김정은이 창단한 모란봉악단의 시범 공연에서 미니스커트 차림의 여성들이 영화 '록키' 주제곡과 '마이웨이'를 연주하고, 미키마우스와 백설공주 같은 미국 만화 주인공들과 춤을 췄다. 바깥 세계에 메시지를 전한 것인가?

    "이걸 보고 국내 언론 등에서 '대외 개방 신호'로 해석하자 북한에서는 '적대국이 기대하는 변화는 없다'고 일축했다."

    ―북한에서 금기시되던 소위 '미 제국주의 황색문화'를 보여준 이유는 뭘까?

    "김정은을 '국제적 감각을 지닌 세련된 지도자'로 포장해보려는 의도는 있었을 것이다. 우리 분석으로는 김정은이 그런 취향이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이 어렸을 때 생모 고영희와 함께 일본 디즈니랜드에 놀러 간 적이 있다. 당시 고영희가 '공화국에도 이런 게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한다."

    ―김정은은 유원지에서 놀이기구를 타고, 탁아소에서 아기를 안고, 부인 리설주와 팔짱을 끼고 걷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그가 '은둔형 독재자'인 아버지 김정일과 정반대 스타일을 취하는 이유는?

    "생모 고영희는 김정일의 넷째 부인이다. 2004년 프랑스에서 유방암으로 52세에 쓸쓸하게 숨졌다. 김정일은 내연 관계인 비서 김옥을 다섯째 부인으로 맞았다. 이런 바람둥이 아버지를 김정은은 좋아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가 생모 복원 사업을 하는 것도 아버지 반발 심리가 깔렸다고 본다."

    ―그는 할아버지 김일성을 흉내 내고 있다는데, 실제로 얼마나 닮았나?

    "손을 올리는 각도라든지 끌어안는 동작이 그대로다. 외모만 닮아서 이렇게 될 수는 없다. 김일성의 카리스마를 빌리기 위해 모방 훈련을 했을 것이다. 그는 1984년생인데…."

    ―1983년생이 아닌가, 지금 스물아홉 살?

    "사실은 1984년생 스물여덟 살이다. 북한에서는 1982년생으로 발표한다. 김정일이 1942년생, 김일성은 1912년생, 북은 이렇게 딱 떨어지는 것에서 의미를 찾는다. 신격화 작업을 위해 출생부터 조작한다. '김정은' 이름을 가진 북한 주민도 이미 다 개명시켰다."

    목선을 타고 군부대를 방문한 김정은

    ―북한이 이례적으로 부인 리설주를 공개한 이유는?

    "나이 어린 미숙한 지도자 이미지를 불식하려는 의도이겠지만, 생모 고영희가 평생 '그림자'로 살아야 했던 것에 대한 보상심리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고 본다."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이 '리설주가 최근 공식 석상에 해외 명품 브랜드인 크리스찬 디오르 백을 갖고 나왔다. 리설주의 사치는 북한이 만성적인 식량 부족을 겪고 있는 것과 관련해 면밀한 관찰 대상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평소 사용하던 가방을 들고 나왔을 것이다. 이는 조선중앙TV에 1~2초 비쳤고, 대외용인 중앙통신에만 공개됐다. 주민들이 주로 보는 노동신문에는 게재되지 않았다."

    ―당초 우리 정보기관은 김정은 곁에 있는 여성이 누구인지 북한이 공개하기 전까지 파악하지 못했다.

    "북한이 먼저 공개하기 전에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어도 공개할 수 없다. 그럴 경우 우리 정보력이 노출될 수 있다. 정보기관은 'NCND'(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음) 자세가 중요하다."

    ―리설주는 중국에서 성악을 전공한 '은하수 관현악단' 출신 가수라고 알려져 있지만, 일각에서는 '김일성종합대에서 자연과학을 전공한 다른 여성'이라는 주장도 있다.

    "가수 출신이 맞고 리설주는 1989년생이다. 2005년 인천에서 열린 아시아육상대회때 응원단으로 내려온 적이 있다."

    ―김정은의 결혼 시기와 자녀 여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다만 김정은이 탁아소에서 아기를 안는 것을 보니 자연스러웠다. 북한에서는 수령의 신변사항은 절대 기밀이다. 과거 평양에서 김정일과 정상회담을 앞두고도 몇 시에 만날 것인지를 바로 전날까지 우리 측에 안 알려줬다."

    ―김정은의 개인 스타일은 북한에 급속한 변화를 예고하지 않는가?

    "외형적인 스타일과 실제 개혁·개방은 다르다. 북한은 개방하기 어려운 체제의 취약성이 있다."

    ―북한에서 여성들의 자전거 이용 제한도 최근 풀리지 않았나?

    "조선중앙TV는 1999년 '여성들이 제멋에 겨워 자전거를 타는 것은 꼴불견이며 혁명의 수도 평양의 풍치를 상실하게 하는 것'이라고 보도한 적 있다. 보안원과 규찰대가 단속했지만, 자전거로 생계 활동 하는 여성이 늘어나자 현실적으로 더 막을 수 없었을 것이다."

    ―협동농장의 참여 비율을 줄이고, 기업 경영에서 자율권을 확대하겠다는 발표도 있었다.

    "생산성을 높여 주민을 먹여 살리지 못하면 자신의 권력 기반이 무너진다. 김정은이 4·15 기념행사(김일성 생일 100주년)에서 '우리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자'고 연설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금 와서 다시 '고난의 행군'을 강요하면 주민 폭동이 일어날 것이다."

    ―장성택의 방중(訪中) 등으로 볼 때 조만간 개방 가시화 조치가 나오지 않을까?

    "발빠르게 개혁·개방을 모색하고 있는 것은 맞는다. 하지만 미국의 제재가 안 풀리면 국제사회의 지원과 투자가 어렵다. 열쇠는 북한이 핵(核)을 포기하느냐에 달렸다."

    ―김정은은 핵을 포기할 수 있을까?

    "몇 달 전 북한은 사회주의 헌법을 개정하면서 '핵보유국'임을 명시했다. 헌법을 그렇게 고쳤다면 핵 포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개혁·개방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데, 핵을 고집하는 한 개혁·개방은 불가능하다. 이게 김정은의 딜레마다."

    ―김정은은 '대화 파트너'로서 아버지 김정일보다는 낫지 않을까?

    "그렇다. 우리가 좋은 변화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남북 관계에서만 보면 김정은은 노회한 김정일보다 훨씬 무모할 수도 있다. 변수가 커진다."

    ―우리 정부의 원칙적인 대북 기조를 바꾸고, 인도적 지원을 재개해야 하지 않겠나?

    "북한에서 300여개의 장마당이 활성화된 까닭은 배급 체제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우리 정부가 지원해준 쌀은 주민들에게 배급해줬다. 쌀 지원이 끊기자 북한 정권은 '어렵지만 참아라. 곧 대미(대한민국 미곡)가 올라온다'며 주민들을 달래왔다. 그게 안 통하자 '너희가 알아서 벌어먹어라'며 장마당을 허용한 것이다. 대북 압박조치가 역설적으로 북한의 시장을 활성화시켰다. 과거 정권에서는 돈과 물품을 갖다주면서 '남북 대화를 해달라'고 사정했다. 북한을 스포일(spoil)시키고 잘못 길들였다."

    ―김정은 체제를 어떻게 전망하나?

    "김정은은 가벼운 행보로 '깜짝 쇼'를 많이 할 뿐 북한 장래를 위한 진지한 고민과 신중함이 보이지 않는다. 어떨 때는 유화적이고 어떨 때는 도발적이다. 냉탕 온탕을 오가는 것은 전략적인 접근을 안 한다는 뜻이다. 김정은 정권은 오래가기 어렵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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