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기행/102동 702호

딸 가진 심정… "집 못해온 사위, 미덥지 않더라"

화이트보스 2012. 9. 12. 14:41

딸 가진 심정… "집 못해온 사위, 미덥지 않더라"

  • 김효인 기자

  • 노희선 인턴기자(연세대 영문학 4년)
  • 입력 : 2012.09.12 03:02

    "남·여가 공평하지는 않지만 오랜 풍습이고 다 따르니까…"

    주부 윤춘미(가명·57)씨는 2010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한 명씩 세 딸을 결혼시켰다. 이 과정에서 윤씨 부부는 큰딸이 신혼집 마련할 때만 3000만원을 지원했을 뿐, 나머지 두 딸은 집 해오는 남자와 결혼식을 올렸다.

    "큰딸은 어려운 집에 시집갔어요. 우리가 준 돈 3000만원에 사위가 마련한 돈 3000만원을 합쳐서 다세대주택을 얻었죠. 죽고 못 산다고 하니 결혼시키긴 했지만 내심 '전세금도 장인·장모에게 손 벌려야 하는 남자를 데려오다니…' 싶었어요. 미덥지 않았죠. 반면 둘째 사위는 2억3000만원짜리 전세 아파트를 해왔어요. 시댁에서 차도 한 대 사줬죠. 셋째 사위도 1억5000만원짜리 다세대주택을 전세로 해왔어요."

    취재팀이 만난 혼주들 가운데 딸 가진 부모들은 "솔직히 '남자가 집, 여자가 혼수'라는 결혼 공식이 공평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오랫동안 내려온 풍습이고 다들 그렇게 하니까 따르는 게 옳다"고 했다.

    지난달 딸을 결혼시킨 윤재희(가명·55)씨는 신혼집 마련하는 데 한 푼도 보태지 않았다. 윤씨의 사위는 공기업에서 일하면서 모은 돈 4000만원에 부모님께 1억을 도움받고 6000만원을 대출받아 서울 광진구에 2억원짜리 전셋집을 마련했다. 윤씨는 "우리나라에서는 관습적으로 남자가 집을 해오지 않느냐"면서 "이상적으로는 미국식으로 부모 도움 없이 시작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나라 현실에는 맞지 않는다고 본다"고 했다.

    3년 전 딸을 결혼시킨 이성자(가명·63)씨는 사위가 마련한 전셋집이 마음에 들지 않아 결혼을 반대했다. 이씨의 딸은 서울 성북구의 전세 6000만원짜리 단독주택에 산다. 4000만원은 사위가 준비했고, 2000만원은 딸이 모은 돈으로 충당했다. 이씨는 "사위가 마련한 집이 너무 낡아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딸 이기는 부모 없다고 그냥 결혼시켰다"면서 "딸 결혼시킬 때 아낀 돈은 다음에 아들 결혼시킬 때 다 쓸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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