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의 NLL관과 朴, 安의 시각
기사입력 2012-10-09 03:00:00 기사수정 2012-10-09 0
하태원 논설위원
이날 문 후보는 1시간 넘게 “우리의 목표는 참여정부 시절로의 복귀가 아니라 그 이상”이라고 강조했지만 유감스럽게도 노무현의 패러다임을 넘어서지 못했다. 서해평화협력지대 협의에 대한 진전이 없었던 것이 아쉽다며 “국방장관이 회담에 임하는 태도가 경직돼 있었다”고 말한 대목은 마치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양보하지 않은 김장수 당시 국방부 장관에 대한 질책으로 들렸다. 북한은 1973년 이후 우리의 영해선인 NLL 무력화(無力化) 기도를 숱하게 자행했는데도 NLL을 가볍게 보는 인식으로 해석됐다.
문 후보는 한반도 평화체제와 관련해서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관계 당사자들이 정치적으로 종전 선언을 한 뒤 그 합의를 기반으로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구체적 협의를 하자”고 제의했다. 2007년 논의 당시 미국은 “종전선언은 북한이 핵무기를 검증 가능하도록 폐기한 뒤에 논의할 문제”라며 일언지하(一言之下)에 거절했다. 청와대가 강력하게 추진한 이 문제에 대해 당시 외교통상부 내에서도 “한반도 평화체제를 이룰 정치적, 군사적 콘텐츠가 채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종전선언’을 추진하는 것은 법적,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반대론이 일었다.
문 후보가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사장(死藏)됐던 ‘10·4선언’의 발전적 계승을 자신 있게 내걸고 나선 것은 MB 대북정책은 총체적으로 실패했다는 확신에 따른 것이다. 남북관계가 바닥을 쳤으니 다음 정권에서 반(反)MB 정서가 강할 것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5년 전 대선이 ‘퍼주고 뺨 맞은’ 노무현 대북정책의 심판이었다면 이번에는 남북관계도 실패하고 북한의 공격도 막지 못한 MB의 노선을 단죄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5년 전 MB 캠프에서 외교안보 책사(策士)로 활약했던 인사들은 자신들의 안보철학이 매도되는데도 별 대꾸가 없다. MB 정부는 원활한 한미공조를 토대로 북한의 악행(惡行)에 대한 보상 차원의 대화에 응하지 않았다. 보다 못했는지 미국 하원의 한국통(通)인 에드 로이스 의원이 “12월 대선에서 누가 이기든 한국의 대북정책이 불행한(unfortunate) 유턴을 할 것”이라며 “실패한 햇볕정책으로의 회귀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 후보가 개설한 안보통일 정책토론의 ‘링’에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올라서야 할 차례다. 박 후보는 더 강력한 억제력과 대화의 유연성을 토대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실현해 나가겠다는 식의 모호한 정책 비전이 아닌 구체적인 정책원칙을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안 후보도 문 후보 말 같기도 하고(남북관계-북핵문제-한반도 평화체제의 선순환), 박 후보 말처럼 들리는(튼튼한 안보와 유능한 외교 위에 남북 간 대화와 협력) 모호한 정책으로는 안 된다.
독도를 둘러싼 한일 갈등, 중-일 간의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중국의 굴기(굴起)와 미국의 아시아 귀환 등 구한말 대혼란에 버금가는 외교안보 비상상황에서 표를 달라는 유력 후보들이 분명한 자신의 비전을 제시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번 대선은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4강의 새로운 정상과 동북아 새판 짜기 담판에 나설 대한민국의 지도자를 뽑는 선거다.
하태원 논설위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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