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기행/102동 702호

대학 시간강사들이 ‘강사법’ 거부하는 이유는?손봉석 기자 paulsohn@kyunghyang.com 글자크기ll l사립학교

화이트보스 2012. 10. 10. 22:18

대학 시간강사들이 ‘강사법’ 거부하는 이유는?

손봉석 기자 paulso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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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는 8월 31일 대학 개학에 맞추어 시간강사법이 담긴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강사법)을 입법 예고했다. 하지만 대학에서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는 강사들은 이 법안을 반대하고 있다.

이 개정안은 생활고와 불안한 직위로 인한 시간강사의 잇단 죽음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법안에는 시간강사를 고등교육법상 교원으로 인정해 지위를 부여했다. 또 계약기간을 1년 이상으로 규정했다. 현재 4만~6만원인 평균시급도 1만원 정도 인상키로 했다. 대학들은 전임교원을 뽑는 것처럼 강사도 동일한 임용 절차와 재임용 절차를 밟아야 한다. 4대 보험료와 퇴직금도 지급해야 한다. 강사료도 대학평가 요소에 포함된다.

하지만 당사자인 강사들은 법 개정이 이뤄져도 처우는 크게 달라질 게 없다고 지적한다. 계약직 기간만 늘렸을 뿐 연봉제가 아닌 시급제로 방학엔 여전히 무급이며 고용은 불안하고 사립학교에서는 현실적으로 보장을 받기도 힘들 것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일부 사립대는 강사를 임용하는 대신 겸임·초빙교수 등 ‘비전임 교원’을 대폭 확대하고 기존 전임교원 수업시간을 늘리기·교과목 개설 축소·대형강의 확대 등을 추진할 방침을 세워 놓고 있다. 개정안은 또 한 대학에 학기당 9시간 강의를 하면 강사로 인정하고 강사 3명을 전임교수 1인으로 인정하도록 했다. 이로 인해 대학들이 전임확보율을 높이기 위해 전임교수 대신 강사들을 채용하고 나머지 강사들을 퇴출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노총 한국비정규교수 노동조합 임순광 위원장은 “강사법은 강사를 교원으로 인정하면서도 급여나 근로조건 등 교원으로 혜택은 부여하지 않고 있다”며 “전임교원의 자리가 싼값의 비정규직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교원충원율을 올리기 위해 대학은 강의시간 몰아주기를 하게되고 그 결과 1만명 이상의 시간강사가 대량 해고될 것”이라며 “이는 대학원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임 위원장은 “비정규 교수 문제의 올바른 해법은 계열별 전임교원을 현재의 절반 수준에서 100% 충원하는 것”이라며 “계열별 법정 교원 확보 기준만 지켜도 전임교원을 7만 명 이상 뽑아야 하기에 문제가 대부분 해결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과도기적 단계로 “2년간 교직원 신분과 교권을 보장해 주고 생활이 가능한 수준에서 임금을 지급하는 ‘연구강의교수제도’를 통해 최소한의 지위 보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정규교수노조가 지난 4월 22일부터 5월 10일까지 전국 342명의 강사를 대상으로 ‘비정규교수 의식실태 조사’ 결과도 응답자 91.2%가 ‘강사법’에 반대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대하는 이유는 신분불안 80.1%, 전망부재 81.6%, 생활고 69.0%, 여건부족 78.7%, 교육자로서의 자부심 60.2%, 학문연구자로서의 자부심 56.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취재 현장에서 만난 한 시간강사는 “고등교육 받은 가장이 연봉 1500만원으로 버티며 6개월 마다 대학에서 전화가 안오면 실업자가 되는 것이 현재 우리들의 처지”라고 토로했다.

한국비정규교수 노조는 8일 교육과학부 앞에서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강사법)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