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기행/102동 702호

청와대사랑채서 찡한 결혼식… 예물은 시어머니 금반지

화이트보스 2012. 9. 19. 14:11

청와대사랑채서 찡한 결혼식… 예물은 시어머니 금반지

  • 박진영 기자

  • 입력 : 2012.09.19 03:01 | 수정 : 2012.09.19 04:57

    '100쌍 캠페인'에 당선된 이하용·최하양씨 커플
    신혼집도 두 사람 함께 마련, 주례 대신 양가 어머니 덕담

    "늠름하고 듬직한 신랑이 입장합니다."

    사회자의 소개와 함께 신랑이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어머니의 손을 잡고 결혼식장에 들어섰다. 이어 신부도 어머니의 손을 잡고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양가 어머니 모두 남편 없이 홀로 반듯하게 자식을 키운 분들이다. 양가 가족과 친구 100여명이 네 사람을 향해 뜨거운 박수를 쳤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사랑채에서 특별한 결혼식이 열렸다. 대학 동기로 만난 신랑 이하용(33·학원강사)씨와 신부 최하양(32·회사원)씨가 부부가 됐다.

    이들은 조선일보와 여성가족부가 작은 결혼식 치르는 예비부부들에게 아름다운 공공기관을 예식 장소로 제공하는 '100쌍 캠페인'에 당선됐으며 청와대사랑채에서 결혼식을 올린 첫 커플이 됐다.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사랑채에서 이하용(33)씨와 최하양(32)씨의 결혼식이 열렸다. 이들은 조선일보와 여성가족부가 검소하게‘작은 결혼식’을 치르는 예비부부에게 아름다운 공공기관을 예식 장소로 제공하는‘100쌍 캠페인’에 당선돼 결혼식을 올린 첫 번째 부부다. /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두 사람은 결혼 준비를 시작할 때부터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결혼식 말고, 우리 힘으로 우리가 원하는 대로 식을 올리자"고 약속했다. 예단은 생략했다. 신랑 어머니가 끼던 금반지를 신부가 물려받기로 했다.

    두 사람이 직장 생활을 하며 모은 돈에 자취방 보증금과 대출을 더해 경기도 고양시에 신혼집을 마련했다. 자취하면서 쓰던 가전제품과 가구를 그대로 쓰기로 했다.

    결혼식 단상 앞에서 신혼부부는 서로에게 쓴 편지를 읽었다. 신랑 이씨는 "세상이 아무리 무섭더라도 당신의 손을 놓지 않고, 내 작은 등으로 당신이 세파에 시달리지 않게 지켜주겠다"고 약속했다. 신부 최씨는 "(이씨는) 내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어도 세상에서 가장 예쁘다고 말해주고, 내가 어떠한 상황에 처해 있어도 늘 내가 옳다고 해주는 사람"이라며 "나 또한 당신에게 그러한 사람이 되겠다"고 답했다.

    이날 결혼식에는 주례가 따로 없었다. 대신 양가 어머니가 일어서서 "행복하게 살아달라"고 덕담과 당부의 말을 했다.

    여성가족부와 생활개혁실천협의회가 운영하는 '100쌍 캠페인 블로그'(www.weddinginc.org)에 들어가면 일반인이 결혼식 올릴 수 있도록 개방된 공공기관 목록과 사진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