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기행/102동 702호

세계적 전문대 11곳, 車·전자·보건·관광 '한우물'만 판다

화이트보스 2012. 9. 19. 10:13

세계적 전문대 11곳, 車·전자·보건·관광 '한우물'만 판다

  • 김연주 기자
  • 심현정 기자
  • 입력 : 2012.09.19 03:03

    올해 뽑힌 4개 대학이 보여준 '한국 전문대 경쟁력'
    경기과학기술대 - 반월산업단지 內 기업과 연계
    아주자동차대 - 50명씩 1년간 車 한 대 만들어
    한림성심대 - 레저·관광 등 '강원취업' 맞춤형
    경북전문대 - 보건분야 인재, 인성교육 집중

    정부가 올해 '세계 수준의 전문대학(WCC)'으로 선정한 4개 대학에서는 국내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교육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다. 이 대학들은 ①특정 산업 분야에 대한 특성화 교육을 실시하거나 ②지역적 특성을 활용한 교육 ③지역 산업체와 연계한 교육 등을 통해 경쟁력을 높였다.

    대부분의 수험생이 4년제 대학으로 몰려가고 졸업 후 취업 시장에서 고전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실무 중심·실용주의로 무장한 명문 전문대들이 산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맞춤형 인재'를 배출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이 전문대들은 대학이 어떻게 학생을 교육하고 어떤 인재를 키워내야 하는지 바람직한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과학기술대

    경기과학기술대는 1만4000여개 기업이 입주한 시화반월산업단지 내에 위치해 산학 협력을 할 수 있는 '천혜의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산업단지 내 기업들과 상시적인 교류·협력 체계를 구축한 이 대학은 산업체의 수요를 미리 파악해 당장 기업에서 뛸 수 있는 인력을 키운다. 반월산업단지 기업의 70%가 기계·전자전기 분야이기 때문에, 이 대학 전공과목도 80%가량 해당 분야로 맞춰졌다.

    그 결과 지난해에만 366개 기업이 경기과학기술대를 찾았다. 기업은 대학에 있는 고가의 장비를 사용하고, 학생들은 자연스레 산업체의 실무를 옆에서 지켜보고, 관련 기업에 취업도 한다. 교육 과정은 철저히 실무 중심이다. 모든 학생은 여름방학 동안 현장 실습을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올해 취업률은 70.4%를 기록했다. 이 중 30%는 시화반월산업단지 내 기업에 취업했다. 그러나 학교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대기업에 취업하는 학생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취업자의 30%는 삼성·하이닉스·포스코·LG 등 대기업이나 중견 기업에 취업했다.

    자동차 특성화 전문대인 아주자동차대 자동차디자인 전공 학생이 스포츠카를 디자인하고 있다. 아주자동차대 학생들은 매년 자동차를 직접 만든다. 지난해에는 스포츠카를 만들었고 올해는 전기자동차를 만들고 있다. /아주자동차대 제공
    ◇아주자동차대

    아주자동차대는 이름 그대로 자동차 특성화 대학이다. 자동차 개발·자동차 디자인·자동차 튠업 제어·모터스포츠 등 이 대학 7개 전공 전체가 자동차와 관련돼 있다. 아주자동차대는 1995년 개교 당시만 해도 자동차·전기·전자·기계·IT(정보통신) 등 5개 학과가 있었다. 대학은 갈수록 학생 수가 감소하는 현실에 직면하자, 전문대가 살아남는 길은 '특성화'라는 데 뜻을 모았다. 5개 학과를 융합해 좋은 인재를 길러낼 수 있는 분야를 고심하다 '자동차'로 결정했다.

    아주자동차대는 특성화 8년 만에 '작지만 강한 대학'으로 소문나면서, 자동차를 좋아하는 전국의 학생들이 몰려들고 있다. 작년에 수시 입시 경쟁률은 5대1, 정시는 15대1을 기록했다. 류지호 기획실장은 "매년 520명 신입생의 출신 고교가 300여곳에 이를 정도로, 전국적으로 인지도가 높다"고 말했다.

    자동차라고 하면 보통 '정비'를 떠올리지만, 아주자동차대는 엔진 설계와 IT 등 수준 높은 자동차 기술을 가르친다. 7개 전공에서 모인 학생 50명이 1년간 자동차 한 대를 직접 만들어 보기도 한다. 학생들은 졸업 후엔 태너지, FEV 코리아, CES 등 자동차 관련 전문 업체에 취업한다. 올해 취업률은 64.5%였다. 이 중 90%는 전공을 살려 취업했다.

    한림성심대 레저스포츠과·관광외식조리과 등 4개 학과 학생들이 일본의‘힐링 센터’를 방문해 자연의 소리를 듣는 교육을 받고 있다. /한림성심대 제공
    ◇한림성심대

    강원도 춘천에 있는 한림성심대는 8년 전 변신을 단행했다. 덩치를 줄이기 위해 학과 통폐합을 선호한 다른 대학들과는 달리, 보건·공업·예술 계열의 27개 학과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강원도'라는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교육 과정을 27개 학과 전체에 도입했다.

    강원도에는 큰 기업들이 없다. 직원이 2~3명밖에 안 되는 작은 업체가 대부분이다. 한림성심대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학생들을 취업시킬까 고민했다. 그 결과, 작은 기업이 많은 강원도의 환경이 오히려 틈새시장이라는 점을 발견했다. 이 지역의 소규모 업체들은 4년제 대학 출신들을 채용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한림성심대는 소규모 업체들이 원하는 내용을 교육 과정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취업률을 높였다. 예컨대 레저·관광 산업이 활발한 지역 특성에 맞춰 마사지, 레저 스포츠, 사찰 음식 등 '힐링 산업'에서 일할 수 있는 인력을 기르는 방식이다. 이 대학 남형우 기획실장은 "우리는 강원도와 동반 성장해 나가고 있다"고 했다.

    ◇경북전문대

    보건 분야에 특화한 경북 영주의 경북전문대는 학생의 인성 교육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간호 인력은 환자와 직접 만나기 때문에, 실력만큼 인성도 중요하다는 관점에서다.

    이를 위해 경북전문대는 지난 2007년과 올해 두 차례에 걸쳐 학사 제도를 개편했다. 첫 개편은 직업 능력을 높이기 위해 학생들의 인성과 기초 학습 능력을 강화했다. 두 번째는 평생교육의 관점에서 직업 능력을 개발한다는 목표로 교양과 글로벌 능력을 키우는 데 중점을 뒀다. 이를 위해 올해는 영국·필리핀·중국 등으로 60여명의 학생이 한 달간 어학연수를 다녀오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취업률도 높다. 올해 6월 기준 취업률이 64.8%. 경북전문대는 한국철도공사경북본부가 있는 경북 영주의 지역적 특성을 살려 학교 안에 철도전자과·철도전기기관사과·철도경영과 등을 만들어 학생들을 철도운송본부에 취업시켰다. 모든 학생이 졸업 전에 의무적으로 IT 자격증을 따도록 하고, 한 학기 내내 오직 현장 실습에만 집중하는 '실습 학기'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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