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10.11 03:01
이정우 경제민주화위원장, 반대 의견 굽히지 않아
후보측 "개인 의견일 뿐"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의 경제정책 좌장인 이정우<사진> 선대위 경제민주화위원장(경북대 교수)이 10일 본지 통화에서 "한미 FTA는 노무현 정부의 과(過), 잘못"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 캠프에서는 "이 위원장의 사견(私見)일 뿐"이라며 선을 긋고 나섰다. 이 위원장은 "한미 FTA에 대해서는 계속 반대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총선 패배 이후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FTA 문제가 민주당 내에서 다시 논란거리로 떠오를 전망이다.
◇문 후보 측 "사견일 뿐"
이 위원장은 이날 오전 라디오에 출연해서도 노무현 정부가 '대표적으로 잘못한 것' 또는 '숙제를 했어야 하는데 못한 것'으로 재벌 개혁, 비정규직 문제, 한미 FTA 등 세 가지를 들었다. 이 위원장은 "(노 정부는) 숙제를 하려고 했는데 좀 미흡했다. 그 부분은 이번에 혹시 집권을 하면 반드시 정답을 내야 한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2003년 말까지 노무현 정부 초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냈다. 이후 2007년 한미 FTA가 추진되자 정면 반대했다.
이에 대해 전해철 선대위 기획부본부장은 "괜히 우리 안에서 분란이 생길 수 있다"고 했고, 다른 본부장급 인사는 "정책에 대한 평가는 시대적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당시로선 한미 FTA 체결이 불가피했다"고 했다. 문 후보 비서실의 한 핵심 인사는 "원래부터 그분의 학자적 소신인데 경제민주화위원장으로 하실 말씀으로는 너무 사견 같다"고 했다.
당내에서도 "그럼 한미 FTA를 원천적으로 하지 말자는 거냐"는 얘기가 나왔다. 김동철 의원은 "이미 비준·발효돼 시행 중인 협정을 반대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한미관계는 물론 국제사회의 신뢰에도 크게 손상이 가는 일"이라고 했다.
◇"한미 FTA는 경제 민주화 걸림돌"
이 위원장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국민 경제를 위해서는 앞으로도 한미 FTA를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경제 민주화를 구현하자면 한미 FTA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취지였다. 이 위원장은 "예컨대 골목 상권 침해를 규제하면 (외국계 유통회사들이) 한미 FTA의 독소 조항인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를 이용할 수 있다"고 했다.
문 후보도 한미 FTA에 대단히 비판적이었다. 작년 10월에는 "세상에 무슨 이런 조약이 다 있나. 지금 현 상태에서 비준하는 것은 결단코 반대"라고 했다. 하지만 4·11 총선 등을 거치며 최근에는 '일단 협정을 준수하되 문제가 생기면 재협상한다'는 쪽으로 입장이 바뀌었다. 문 후보는 7월 발간한 자신의 책 '사람이 먼저다'에서 "아직까지 한미 FTA에 대해서 지적되고 있는 위험성이 현실로 드러나지 않았고, 우리나라에 큰 피해를 가져 온다는 것이 객관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당장 재협상이나 폐기를 논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관점으로 보면 무책임한 태도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미 FTA 운영 과정에서 독소 조항으로 인해 국익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면 재협상을 추진하거나 부분적인 폐기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