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10.17 23:30
중국은 올 들어 첫 항공모함 '랴오닝호'를 실전 배치했고 2020년까지 항공모함 전단(戰團) 3개를 갖출 계획이다. 일본은 차기 총리로 유력한 자민당 아베 총재가 평화헌법 개정을 언급하며 재무장의 길을 걷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아시아 복귀 전략에 대응한다며 군비를 확충하고, 일본은 그런 중국과 북핵(北核)을 핑계로 군비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한민국은 세계 2·3위 경제 대국과 똑같이 군비 경쟁에 나설 수 없는 처지다. 그렇다고 한·미 동맹의 급격한 강화 또는 약화를 시도할 경우 중국의 적대적 대응을 불러오거나 동맹국 미국과 유대가 느슨해지는 안보적 고립 상태에 빠질 수 있다. 대선 후보들은 동북아 3국이 과거사 매듭을 풀고 경제협력을 강화하면 한반도 정세가 안정될 것이라는 '모범답안'에 기대는 듯하지만 주변 정세가 급변(急變)할 경우 나라가 위기를 맞게 될 수 있다.
키신저 전(前) 미국 국무장관은 21세기 미·중(美中) 관계의 장래와 관련, 20세기 초엽 군비 증강에 나선 독일이 해군력에서 영국에 우위를 확보하는 순간 그들의 선의(善意)나 호전성(好戰性) 여부와 관계없이 영국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몇 년 뒤 1차대전으로 현실화된 외교사의 한 장면을 들어 설명했다. 국가 간 관계에서 상대 국가의 의지나 선의보다는 국력과 군사적 능력을 냉철하게 파악해서 대처해야 한다는 교훈이다.
지금처럼 대선 후보들이 국가의 명운(命運)이 걸린 국가 생존 전략 문제를 외면하거나 비현실적 이상론에만 매달릴 경우 혹독한 대가를 치를 날이 올지 모른다. 국민도 국제 정세 변화를 먼저 깊이 읽고 그에 대처할 안보적 혜안(慧眼)을 갖고 있는가를 오는 대선의 제1 선택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