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10.22 03:00 | 수정 : 2012.10.22 10:01
- 전현석 정치부 기자
"잘못된 과(過)를 가지고 있는 이 민족 반역자가 대한민국 국군 지도자로 설 수 있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
민주통합당 김광진(31) 의원은 19일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우리 군의 원로인 백선엽(白善燁·92) 장군(예비역 육군대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김 의원은 민족문제연구소 전남동부지구 사무국장 출신으로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됐다.
김 의원이 문제 삼은 것은 백 장군이 일제(日帝)시대 만주군관학교 출신으로 간도특설대 소위로 임관했다는 점이다. 백 장군은 회고록에서 간도특설대 소위로 임관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밝혔고, 당시 독립군이 아니라 중공 팔로군을 격퇴하는 데 주로 활동했다고 했었다. 백 장군은 일부에서 자신이 '독립군 토벌을 했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 2009년 인터뷰에서 "독립군을 구경도 해보지 못했는데 무슨 토벌을 하느냐"고 했다.
백 장군은 6·25 당시 낙동강 방어선, 칠곡 다부동 전투, 38선 돌파와 평양 입성(入城), 1·4 후퇴 뒤 서울 탈환을 최선봉에서 이끌었다.
- 백선엽 장관과 김광진 의원
이날 기무사령관(중장) 출신의 새누리당 김종태 의원은 "제복 입은 현역들은 모두 일어나라"면서 합참의장과 육·해·공군참모총장 등 군 수뇌부 40여명을 일으켜 세웠다. 김 의원은 최근 대선 쟁점이 된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를 거론하며 "여러분은 다음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통수권자가 바뀌어도 명령을 받들어야 한다"며 "'지상도 그렇고 해상(영토선)은 NLL, 공상(영토선)은 NLL을 이은 상공이다' 이게 맞으면 앉고 틀리면 서 계시라"고 말했다. 김 의원의 말이 끝나자 군 장성들은 일제히 앉았다.
자국(自國) 군 원로와 현직 장성들을 이런 식으로 대접하는 것은 선진국에선 생각하기도 힘든 일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국회에선 31세짜리 의원이 92세의 전쟁 영웅을 '민족반역자'라 부르며 모욕을 주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