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희·박혜린 커플 '1000명의 작은 결혼식 약속'
"봉사하려 지망한 의사 직업 호화 결혼의 수단 돼서야…
매일 生死 경계 오가다보니 예물·예단 허무하다 싶어"

박혜린(28)씨는 단국대 의예과를 졸업한 뒤 작년 4월 충남 천안 모교 병원 응급실에 인턴으로 근무할 때 한살 연하 남자 간호사 유상희(27)씨와 사랑에 빠졌다.
이들은 내년 2월 박씨의 고향인 울산의 한 성당에서 가족·친척만 참석한 가운데 작은 결혼식을 올리겠다면서 본지와 여성가족부가 펼치는 '1000명의 작은 결혼식 릴레이 약속' 캠페인에 동참해왔다. 예물·예단을 생략하고 커플링만 나누기로 했다.
이들이 처음 만난 응급실은 하루에도 200여명씩 환자가 실려오는 곳이다. 당시 박씨는 의대를 갓 졸업한 새내기 인턴이었고 유씨는 같은 대학 간호대를 졸업한 2년차 간호사였다. 박씨는 "의대를 졸업한 저에게도 처음엔 응급실이 '지옥'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박씨가 어려워할 때마다 유씨가 힘이 되어줬다.
"험상궂게 생긴 남자가 칼을 맞고 실려왔어요. 피를 뽑아야 하는데 손이 벌벌 떨렸죠. 사람은 숨이 넘어가는데 여기저기서 욕이 들리고 어지러웠어요. 그때 남자친구가 침착한 얼굴로 다가와 익숙한 솜씨로 피를 뽑았어요." 그들은 그렇게 한 달을 응급실에서 함께 지냈다. 사랑이 싹텄지만 남들이 하는 데이트와는 달랐다.
응급실에서 사랑을 꽃피운 간호사 유상희(사진 왼쪽)씨와 인턴 박혜린씨 커플은“상대의 직업이나 예물·예단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변하지 않는 사랑”이라고 말했다. /성형주 기자

정작 응급실 근무보다 더 힘든 게 주위의 시선이었다. 일부 지인들이 "여자가 의사니까 아무리 못해도 남자 의사랑은 사귀어야 한다"며 유씨와의 결혼을 말렸다. 박씨는 "저도 솔직히 그런 말에 흔들린 적이 있다"고 했다. 남자친구에게 "사람들 눈이 너무 무서우니 이제 그만 만나자"고 말한 뒤 연락을 끊었다가, "제일 중요한 건 사람 됨됨이"란 친구의 말에 다시 용기를 얻었다.
다시 만난 두 사람은 결혼을 약속했다. 박씨는 "남자친구는 청각장애를 앓고 있는 동생을 잘 돌보기 위해 간호사라는 직업을 택한 사람"이라면서 "이런 마음을 가진 남자라면 평생 함께해도 괜찮다는 확신이 있다"고 했다.
박씨는 "아픈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에 의사를 지망했는데, 의사란 직업이 오히려 호화 결혼의 수단이 되는 현실이 실망스러웠다"며 "호화 결혼식 해놓고 이혼하는 의사도 많이 봤다"고 했다. 작은 결혼식을 결정한 뒤 결혼식 스트레스도 사라졌다. 유씨는 "아낀 결혼 비용으로 대학원에 진학할 계획"이라고 했다.
‘1000명의 작은 결혼식 릴레이 약속’에 참여하려면 이메일 또는 전화를 통해 간단한 사연과 연락처를 보내주세요. 약속 증서를 보내드립니다.
▲메일 보낼곳: life21@life21.or.kr ▲문의: (02)793-7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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