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부모의 눈물로 울리는 웨딩마치

"작은결혼 공감 확산, 우연 아냐… 결혼문화 고통 임계점"

화이트보스 2012. 10. 29. 10:04

"작은결혼 공감 확산, 우연 아냐… 결혼문화 고통 임계점"

  • 김수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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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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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2.10.29 03:00

    6부-[28] 하나금융 김정태 회장, 작은 결혼식 커플에 우대금리
    연봉 합쳐 5000만원 신랑·신부, 전세 얻으려 8000만원 대출 땐 2년간 이자 80만원 깎아줘
    "가재도구 말끔히 갖춰진 집에 부모돈으로 들어가 사는 건 인생 재미 생략하는 바보 짓"

    신입사원 40여명의 눈동자가 빛났다. 22일 오전 10시,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대회의실에서 '회장님과의 대화'가 진행됐다. 김정태(60)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본지와 여성가족부가 펼치는 '1000명의 작은 결혼식 릴레이 약속' 캠페인에 11개 회사 2만여명으로 구성된 그룹 전체가 동참하는 것을 결심하기 앞서, 젊은 사원들의 생각을 듣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하나금융그룹은 29일부터 고객들이 '작은 결혼식'을 약속하면 전세대출 금리를 깎아주고, 그룹 임직원이 자율적으로 작은 결혼식에 동참하도록 다양한 사내 홍보 활동을 펼치기로 했다. 고(高)비용 결혼 문화로 인한 고통이 임계점을 넘어섰다는 판단 때문이다.

    김 회장은 "결혼 비용이 줄어들지 않으면 젊은이들이 결혼을 기피하고, 부모는 다 큰 자녀 전셋값 대느라 비참한 노후를 보내게 된다"면서 "올 초부터 조선일보 기사를 읽으면서 '금융권이 문제 해결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여기 앉은 사람들도 두 가지만 약속하면 회장인 내가 직접 주례를 서주겠습니다. 양가 가족과 신랑·신부 친구만 초청해 작은 결혼식을 올리고, 조국과 민족을 위해 자녀를 5명만 낳으세요. 5명이 벅차면 3명도 괜찮습니다. 제 아들(29)에게도 똑같이 이야기했습니다."

    김 회장은 "평생 한 번뿐인 결혼식이라고 호화롭게 돈 쓰는 젊은이들이 있는데, 돈 많이 쓴다고 기억에 남는 예식이 된다는 건 착각"이라고 했다. "액수가 적어도 의미를 부여하면 추억이 됩니다. 실반지라도 '너와 내가 어디에 가서 어떤 의미를 담아 서 샀다'는 스토리가 있으면 됩니다."

    22일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에서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가운데 보라색 넥타이를 맨 사람)과 20대 남녀 신입사원들. 김 회장은 이들에게 “젊은이들이 쉽게 결혼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데 하나금융그룹 전체가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

    김 회장은 신입사원들에게 "무조건 소비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라, 잘 소비하라는 얘기"라고 했다. 자기 힘으로 저축하다 보면 그 돈이 불어나 어느 순간 정말 멋지게 소비를 즐길 힘이 생기고, 그때의 소비는 부모의 돈으로 으스대는 것과는 격(格)이 다르다고 했다.

    김 회장은 "자기 힘으로 신혼집 전셋값을 해결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부득이 도움을 받아야 한다면 '남자는 집, 여자는 예단' 같은 구분 없이 허례허식을 줄이고 양가 모두 신혼집 마련에 힘을 보태는 게 좋다"고 했다. 김 회장 자신도 그렇게 결혼식을 올렸다. 경기도 과천 복숭아밭 옆에 있는 소형 아파트가 그의 첫 보금자리였다. "선풍기·TV·냉장고 등 우리 집에 있는 모든 물건이 우리 부부가 애써 마련해 10년, 20년 쓴 제품이라서, 그냥 물건이 아니라 다 추억이 있어요. 부모 돈으로 가재도구 일습을 말끔하게 갖춘 신혼집에 들어가는 것은 인생의 재미를 생략하는 바보 짓입니다."

    하나금융그룹이 내놓은 '작은 결혼식 전세대출 우대상품'(가칭)은 작은 결혼식을 약속한 사람에게 남보다 0.5%포인트 정도 전세대출 이자를 깎아주는 서비스다. 예를 들어 연봉 3000만원을 받는 신랑과 2000만원을 받는 신부가 수도권에 1억원짜리 전셋집을 구할 경우, 전셋값의 80%인 800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부부의 신용등급이 중간 정도일 경우 연 5.24%로 대출받게 되는데, 작은 결혼식을 약속하면 우대금리를 적용해 연이자를 419만원에서 379만원으로 줄일 수 있다. 2년간 적용되기 때문에 총 80만원을 덜 내게 된다. 다른 우대금리 혜택을 받고 있는 고객도, 혜택이 상쇄되는 일 없이 작은 결혼식 우대금리를 추가로 누릴 수 있다.

    또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에서 1~3년짜리 적금에 가입할 때 작은 결혼식을 약속해도 남보다 0.1%포인트 이자를 얹어준다. 김 회장은 "앞으로도 젊은이들이 부모에게 기대지 않고 쉽게 출발할 수 있는 사회 구조를 만들기 위해 하나금융은 그룹 차원에서 노력하겠다"고 했다.

    '1000명의 작은 결혼식 릴레이 약속'에 참여하려면 이메일 또는 전화를 통해 간단한 사연과 연락처를 보내주세요. 약속 증서를 보내드립니다.

    ▲메일 보낼곳: life21@life21.or.kr
     ▲문의: (02)793-7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