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바람일 뿐…
기사입력 2012-11-28 03:00:00 기사수정 2012-11-28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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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섬’이다. 섬이란 걸어 갈 수 없는 땅. 어디 보자. 삼면은 바다, 한 면은 군사분계선. 음…, 누구도 걸어올 수 없으니 영락없는 섬이다. 관광분야엔 ‘국경선관광(borderline tourism)’이란 게 있다. 미국과 캐나다, 유럽연합(EU)이 그 예다. 이웃한 두 나라 사이에 자연스레 상시 이뤄지는 교류를 칭한다. 오가는 발길이 끊이지 않으니 서로 이익이다. 하지만 그것도 해당되기는 육지뿐. 섬엔 그런 천혜가 없다. 거저 들어올 이 없으니 그런 나라를 따라잡으려면 몇 배나 더 노력해야 한다.
그런 사실을 알면 지난주 ‘외래방문객 1000만 명 유치’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제대로 이해하게 된다. 그 분야의 세계 10위권 중 섬나라가 영국(2810만 명·2011년)뿐이라는 게 그걸 보다 확실히 각인시킨다. 나는 이 성과에 최우선으로 박수를 받을 사람은 이명박 대통령이라고 생각한다. 취임 초부터 CEO 대통령답게 관광정책회의에 관련 부처를 두루 참여시켜 세제(稅制)와 비자제도 개선 등 총체적 난맥상을 풀어나가도록 지휘한 주인공이어서다.
문화체육관광부도 같다.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진두지휘해온 주무부처니까. 그런 문화부를 누군가는 ‘3관왕’이라고 치켜세웠다. 싸이의 유튜브 최고기록(8억 건 조회)에 런던 올림픽 5위까지 올 한 해 문화·체육·관광에서 두루 수립한 호기록을 적시한 말이다. 당연한 부추김인 데다 이 달콤한 순간을 즐길 자격도 충분하다. 하지만 그 도취감에 산적한 난제가 망각될까 걱정돼 지금 당장 몇 가지만 지적하려 한다. 어떤 성과에든 ‘운칠기삼’(운도 따라 그리 됐다는 함의의 속어)은 작용하기 마련이고 1000만 명 유치 달성에도 그런 면이 있는 만큼 2000만 명 시대를 위해 악역을 자처하는 것이다.
그 첫째는 한류다. 한류가 1000만 명 유치에 기여한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그게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이다. 우리 경쟁 상대를 보자. 싱가포르는 복합리조트와 매년 새 어트랙션, 스마트한 관광전략으로 이미 1000만 명 시대를 열었다. 홍콩은 예술과 무관세 와인, 쇼핑천국과 컨벤션시티 등의 다채로움으로 우릴 앞선 지 오래다. 이 모든 성가는 치밀한 국가전략의 산업적 산물이다. 한류처럼 난데없이 거저 얻어진 것에 힘입은 게 아님을 강조하는 것이다.
둘째는 환율이다. 절반 넘어 차지한 일본인(37.7%)과 중국인(23.6%)의 한국행이 환율 등락에 민감하단 건 이미 밝혀진 사실이다. 그런 만큼 고환율(원화가치 약세)에 힘입어 이뤄진 1000만 시대는 그 성과가 평가절하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젠 상황이 정반대다. 원화 환율이 하락세로 돌아선 것인데 경험에 따르면 방문객도 감소세로 돌아설 게 분명하다. 환율 효과에 좌우되지 않을 든든한 산업기반이 절실하다.
마지막은 관광수지다. 1000만 명이 찾아와 쇼핑을 아무리 해간다 해도 관광수지는 여전히 적자 기조다. 물론 개선되고는 있지만. 수지 개선엔 비방이 없다. 국민의 내 나라 관광 증대만이 해결책이다. 그러려면 활발한 관광투자를 끌어낼 정책이 시급하다. 그래야 지방관광 활성화로 외래 방문객도 늘고 관광수지도 개선할 수 있다. 이것만은 잊지 말자. 바람을 받아 나아가는 범선도 유유한 해류(海流)는 거스르지 못함을. 바람처럼 언제 잦아들지 모르는 한류만 의지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음을 경고하는 말이다.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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