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난아이 된 81세 아내…가정이 무너져”
기사입력 2012-12-17 03:00:00 기사수정 2012-12-17 09: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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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평균 25%씩 증가… 2025년엔 100만명 넘는다
“치매 환자인 81세 아내를 간병하는 보호자입니다. 14년간 간병하면서 치매가 암보다 무서운 병이란 사실을 알았습니다. 인지기능이 상실되면서 언어를, 행동을, 신체의 주요 기관을 모두 빼앗고 갓난아이로 만드는 무정한 병…(중략) 아내는 요양시설에 가기를 싫어합니다. 집같이 아늑하고 포근하고 즐거운 곳이 또 어디 있을까! 밤 10시, 오늘의 마지막 일과인 운동마사지, 기저귀 갈기, 자세 바꾸기를 마쳤습니다.”
“아내는 55세입니다. 2005년 11월, 요즘 나이로는 결코 많다고 할 수 없는 49세의 젊은 나이에 알츠하이머 치매로 판정받았습니다. 여자 나이 40대 후반쯤이면 찾아오는 갱년기인 줄 알았는데…. 이미 상당히 진행되어 그 당시 지능이 7, 8세 수준에 불과하다고 했습니다. 언어를 잃어버린 아내는 아직도 본인 이름을 부르면 ‘네’ ‘응’이라고 대답해 줍니다.”
보건복지부와 치매환자협회가 7월 치매 대책을 발표하면서 소개한 수기의 일부분이다. 환자 가족은 “되도록 가정에서 간병을 하고 싶지만 쉽지 않다”며 국가의 관심을 호소한다.
이들의 이야기는 고령화의 그늘을 보여주는 사례다. 보건사회연구원이 16일 공개한 ‘노인 의료 이용 증가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치매로 외래진료를 받은 65세 이상 노인이 1999년 10만 명당 평균 8.2명에서 2010년 약 8배인 66.4명으로 늘었다. 11년 동안 노인치매 외래환자의 연평균 증가율은 25.4%에 달해 20개 주요 질환 가운데 가장 높았다.
복지부는 현재 52만2000명인 치매노인이 2020년에 75만 명을, 2025년에 1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한다. 2030년에는 113만5000명으로 예상된다. 1인당 진료비는 2010년 기준으로 연간 310만 원. 뇌혈관(204만 원) 심혈관(132만 원) 당뇨(59만 원)에 비해 훨씬 높다.
정부는 2008년 장기요양서비스를 시작하면서 2011년까지 치매 환자의 간병서비스에 11조 원을 들였다. 작년 기준으로 장기요양보험의 혜택을 받는 환자는 33만여 명. 이 가운데 14만9000명 정도가 치매 환자다. 치매 환자의 71.5%(37만3000명)는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얘기다.
복지부는 “2017년까지 전체 노인의 7% 수준인 50만 명이 장기요양보험의 지원을 받도록 대상자를 늘리고, 서비스 판정 기준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2015년까지 20만3000명의 치매 환자가 혜택을 볼 수 있게 하겠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런 계획에도 불구하고 치매 환자의 상당수는 돌보기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017년 치매 환자가 70만 명 가까이로 늘어나게 되면 여전히 50만 명은 방치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장기요양보험 대상자가 되려면 등급 판정을 받아야 한다. 심사를 통과하면 월 140만 원가량의 요양시설을 40만 원만 내고 이용할 수 있다. 재가 서비스를 이용할 때에는 15%만 내면 된다. 기초생활수급자는 무료다.
하지만 등급 판정을 통과하기가 쉽지 않다. 거의 움직이지 못하고 누워 있는 중증치매에만 1등급이 나온다. 남의 도움을 얻어야만 먹고 씻을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나쁘면 2등급이다. 노인요양시설에 들어가려면 1, 2등급을 받아야 한다.
경증이나 초기의 치매는 이런 판정을 받기 힘들다. 상당수 환자가 방치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이런 점을 들어 판정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치매 환자인 81세 아내를 간병하는 보호자입니다. 14년간 간병하면서 치매가 암보다 무서운 병이란 사실을 알았습니다. 인지기능이 상실되면서 언어를, 행동을, 신체의 주요 기관을 모두 빼앗고 갓난아이로 만드는 무정한 병…(중략) 아내는 요양시설에 가기를 싫어합니다. 집같이 아늑하고 포근하고 즐거운 곳이 또 어디 있을까! 밤 10시, 오늘의 마지막 일과인 운동마사지, 기저귀 갈기, 자세 바꾸기를 마쳤습니다.”
“아내는 55세입니다. 2005년 11월, 요즘 나이로는 결코 많다고 할 수 없는 49세의 젊은 나이에 알츠하이머 치매로 판정받았습니다. 여자 나이 40대 후반쯤이면 찾아오는 갱년기인 줄 알았는데…. 이미 상당히 진행되어 그 당시 지능이 7, 8세 수준에 불과하다고 했습니다. 언어를 잃어버린 아내는 아직도 본인 이름을 부르면 ‘네’ ‘응’이라고 대답해 줍니다.”
보건복지부와 치매환자협회가 7월 치매 대책을 발표하면서 소개한 수기의 일부분이다. 환자 가족은 “되도록 가정에서 간병을 하고 싶지만 쉽지 않다”며 국가의 관심을 호소한다.
이들의 이야기는 고령화의 그늘을 보여주는 사례다. 보건사회연구원이 16일 공개한 ‘노인 의료 이용 증가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치매로 외래진료를 받은 65세 이상 노인이 1999년 10만 명당 평균 8.2명에서 2010년 약 8배인 66.4명으로 늘었다. 11년 동안 노인치매 외래환자의 연평균 증가율은 25.4%에 달해 20개 주요 질환 가운데 가장 높았다.
복지부는 현재 52만2000명인 치매노인이 2020년에 75만 명을, 2025년에 1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한다. 2030년에는 113만5000명으로 예상된다. 1인당 진료비는 2010년 기준으로 연간 310만 원. 뇌혈관(204만 원) 심혈관(132만 원) 당뇨(59만 원)에 비해 훨씬 높다.
정부는 2008년 장기요양서비스를 시작하면서 2011년까지 치매 환자의 간병서비스에 11조 원을 들였다. 작년 기준으로 장기요양보험의 혜택을 받는 환자는 33만여 명. 이 가운데 14만9000명 정도가 치매 환자다. 치매 환자의 71.5%(37만3000명)는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얘기다.
복지부는 “2017년까지 전체 노인의 7% 수준인 50만 명이 장기요양보험의 지원을 받도록 대상자를 늘리고, 서비스 판정 기준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2015년까지 20만3000명의 치매 환자가 혜택을 볼 수 있게 하겠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런 계획에도 불구하고 치매 환자의 상당수는 돌보기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017년 치매 환자가 70만 명 가까이로 늘어나게 되면 여전히 50만 명은 방치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장기요양보험 대상자가 되려면 등급 판정을 받아야 한다. 심사를 통과하면 월 140만 원가량의 요양시설을 40만 원만 내고 이용할 수 있다. 재가 서비스를 이용할 때에는 15%만 내면 된다. 기초생활수급자는 무료다.
하지만 등급 판정을 통과하기가 쉽지 않다. 거의 움직이지 못하고 누워 있는 중증치매에만 1등급이 나온다. 남의 도움을 얻어야만 먹고 씻을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나쁘면 2등급이다. 노인요양시설에 들어가려면 1, 2등급을 받아야 한다.
경증이나 초기의 치매는 이런 판정을 받기 힘들다. 상당수 환자가 방치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이런 점을 들어 판정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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