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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마지막 비서실장 "박근혜, 결혼얘기 나오면…"

화이트보스 2013. 3. 4. 10:43

박정희 마지막 비서실장 "박근혜, 결혼얘기 나오면…"

  • 김봉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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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3.03.04 03:00 | 수정 : 2013.03.04 06:33

    [박정희 마지막 비서실장 김계원 자서전… '10·26'과 박근혜 회고]
    26일 출판기념회

    "박근혜, 결혼얘기 질색"
    - 결혼얘기 꺼내는 친척이 청와대 오는 것조차 싫어해
    "유사시 피신공간 준비했던 김재규"
    - 궁정동 안가 보수공사 하며 식탁밑에 발 놓을 공간 만들어
    김재규 "유사시 피할 곳입니다"… 대통령이 직접 숨는 시연하기도

    "실장님, 침착하세요. (저는) 전에 어머니 일도 겪었는데, 괜찮아요. 말씀해주세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이었던 김계원(90·사진)씨는 지난 1979년 10월 27일 새벽 박 전 대통령의 서거 사실을 차마 말하지 못하던 자기에게 당시 대통령 영애(令愛)였던 박근혜 대통령이 이처럼 말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오는 26일 이런 내용 등을 담은 자서전 '더 파더(the Father) 하나님의 은혜'(SNS미디어) 출판 기념회를 갖는다.

    ◇"朴, 결혼 얘기 꺼내면 질색"

    김 전 실장은 아버지 서거 사실을 박 대통령에게 보고하러 갔을 때 상황에 대해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참으로 난감했다"고 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자신이 과거 육영수 여사의 서거도 겪었던 점을 언급하며 오히려 김 전 실장에게 침착할 것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김 전 실장에게 비보를 전해 듣자 "어떻게 그런 일이… 북한은 지금 괜찮아요?"라며 전방을 먼저 챙긴 뒤 "지금 아버님은 어디 계십니까" 하고 물었다.

    김 전 실장은 1979년 4월 박 전 대통령에게 재혼(再婚)을 권유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재혼하면) 대통령인 나를 국민이 용인할까"라면서 "그런데 김 실장, 근혜가 시집을 가주었으면 좋겠는데, 이 아이가 엄마 대신 나를 돕는다고 절대로 시집은 안 가겠다고 저러고 있으니 어떻게 하오?" 했다고 한다. 이어 "근혜가 집안 친척 중에 혹시 자기 결혼 이야기를 꺼내면 질색하며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청와대에 들어오는 것조차도 싫어하니 이를 어찌하오" 했다는 게 김 전 실장의 설명이다.

    김 전 실장은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대신하기 위한 큰 영애의 세심한 노력에도 (박정희) 대통령에게는 편한 흡족함보다 (영애에 대해) 애처롭게만 느끼는 것 같았다"며 "영애의 그러한 노력에도 작은 실수가 생기면 애써 웃음만 지어 보였다"고 했다.

    ◇밤에 딸 방 서성거린 박 전 대통령

    박 전 대통령은 말년에 매우 외로워했다고 한다. 김 전 실장은 "(박 전 대통령이) '밤에 혹시 딸 아이들이 깨어 있으면 말이라도 붙여볼까 하고 조용히 서성거리며 엿보기도 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며 "하지만 '모두 곤하게 잠들어 있어 깨우지도 못하고 그대로 다시 침실로 돌아갔다. 내 곁을 떠나간 그 사람(육영수 여사)이 몹시 그립고 원망스럽기도 하다'고 말할 땐 눈가에 눈물이 고였었다"고 했다.

    지난 1979년 11월 3일 중앙청(현 광화문 북쪽 자리?년 철거)에서 진행된 박정희 대통령의 영결식에 참석한 큰딸 근혜, 아들 지만, 둘째 딸 근령(오른쪽부터).
    김 전 실장은 박 전 대통령 서거 뒤 박근혜 대통령과는 별다른 관계를 유지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실장 측 관계자는 "박지만·박근령씨와는 한두 차례 접촉이 있었지만 박 대통령과는 그렇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유사시 대처장소 준비했던 김재규

    김 전 실장이 비서실장에 처음 부임했을 때 궁정동 안가(安家) 보수 공사가 이뤄지면서 식탁 밑에 발을 편하게 놓을 수 있게 공간을 만들었다. 공사를 마치고 박 전 대통령,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과 함께 둘러봤는데, 박 전 대통령이 식탁 밑 공간에 관심을 보이자 김 부장은 "각하, 유사시에 여기가 대피 장소가 됩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자 박 전 대통령도 웃으면서 "만일 술 먹다가 괴한의 기습을 받으면 이렇게 피신하면 되지?"라며 직접 숨는 시연을 했다.

    김 전 실장은 이 상황을 회고하면서 "그 농 같은 시연이 현실이 됐다. 그것도 괴한이 아니라 박 전 대통령이 가장 신임하는 김재규에게 말이다. 난 설마 김재규가 자기 충성의 본체인 각하를 향해 총구를 겨눌 줄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고 했다.

    10·26 당일 박 전 대통령이 안가에 도착하기 전 김 부장은 부마 사태에 강경 대응을 주장하는 차지철 당시 경호실장에 대해 "실장님, 차지철 저놈 오늘 해치울까요?"라는 말을 꺼냈다. 하지만 김 전 실장은 당시 "김 부장, 너무 격하지 말고… 나도 생각이 있어. 내일 나와 민정수석이 각하께 (부마 사태 관련) 보고를 올릴 테니 어디 좀 지켜보자"고 말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