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소류=중국은 우리나라와 지리적으로 가깝고 재배되는 품종은 물론 작부체계까지 유사하다. 특히 중국의 수출 전초기지인 산둥성 채소단지에서는 한국에서 소비되는 거의 모든 채소류가 생산된다. 여기에 토지비용과 임금이 워낙 저렴하다 보니 생산비는 우리의 20~30% 수준에 불과하다.
건고추의 경우 값싼 노동력을 이용한 양건이 주로 생산된다. 색깔이나 향이 한국산에 뒤지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산 고추류는 이미 한국시장의 절반 이상을 잠식했다. 국내에서 제조되는 고추장과 다진 양념 등 가공품 원료도 대부분 중국산이다. 특히 한·중 FTA 체결로 관세가 사라지면 중국산 건고추는 수입업자의 이윤과 국내 운송비를 더하더라도 1㎏당 2,792원에 유통될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2007~2009년 평균 한국산 가격 1만482원의 26.6% 수준이다.
마늘도 중국의 주력 수출품목이다. 세계 수출물량이 연간 150만t에 달한다. 한국엔 신선냉장마늘과 냉동마늘을 주로 수출한다. 깐마늘의 경우 현지에서 철저한 품질관리를 거쳐 수입되는데, 결점구(손상·변질·변색)가 없고 크기가 균일해 한국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2007~2009년 중국산 깐마늘 수입가격은 국내산의 96% 수준이지만, 관세가 사라지면 23.4% 정도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의 양파 재배기술은 비닐피복, 수확 후 건조, 선별 등 일본 방식을 따르고 있다. 종자 역시 일본에서 가져다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조양파는 한국산에 견줘 당도가 낮지만 색깔과 건조 상태가 양호해 라면 수프와 혼합조미료 등의 부재료로 널리 쓰인다. 관세 철폐때 국내 유통가격은 신선양파가 한국산의 60.7%, 건조양파는 24.1%에 불과할 것으로 예측됐다.
국내 생산기반이 급속하게 붕괴된 당근도 우려 품목 중 하나다. 중국산 당근 수입량은 2001년 2만9,000t에서 2011년 9만6,000t으로 10년 새 3배 넘게 늘었다. 현지에서 수확과 동시에 선별·세척 과정을 거쳐 예냉처리된 후 저온컨테이너를 통해 수입되는 신선당근이 80% 정도를 차지한다. 2007~2009년 중국산 세척당근의 국내 평균 유통가격은 1㎏당 879원으로 한국산 흙당근 901원과 비슷했다. 국내산 흙당근의 세척비용이 1㎏당 300원 정도임을 감안하면, 중국산이 320원 정도 싸게 유통되는 셈이다.
이밖에 중국산 신선생강의 국내 유통가격은 1㎏당 2,604원에서 관세철폐 후 545원으로 떨어지면서 한국산의 19.4%에 그칠 것으로 분석됐고, 김치는 30.8% 수준에 유통될 것으로 전망됐다.
◆과일류=중국의 과일산업은 90년대 이후 눈부신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과 재배면적은 1990년 163만3,000㏊에서 2009년 204만9,000㏊로 25.5% 늘어났지만, 같은 기간 생산량은 431만9,000t에서 3,168만1,000t으로 7.3배나 증가했다. 1㏊당 수확량이 2.6t에서 15.5t으로 늘어난 것. 주로 재배되는 품종은 <홍부사>와 <국광>이며, 2009년 한해만도 305만6,000t을 수출했다. 한국엔 검역 때문에 신선 상태로는 수출하지 못하지만, 반가공 형태의 수출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수입한 주스 등의 사과 가공제품 중 30%를 중국산이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산 신선사과 수입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중국정부는 2005년부터 봉지재배 기술을 도입한 사과 특화지역 농가에 보조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또 수출용 사과에 대한 규격화·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산둥성 옌타이에서 생산되는 <연부1호> 사과는 1개당 평균 무게가 287g에 당도는 15.4브릭스(Brix)에 이른다. 이 정도면 한국에서 특등급을 받을 수 있다. 2009년 가격을 기준으로 중국산 사과가 무관세로 수입될 경우 국내 유통가격은 1㎏당 993원으로 국내산 후지 3,096원의 32.1%에 불과할 것으로 추산됐다.
배도 사정은 비슷하다. 과거 중국에서 재배되는 배는 한국산에 견줘 크기와 당도는 물론 식감도 떨어졌다. 하지만 한국에서 유출된 <신고>와 <황금>이 산둥성 일대의 한국인 농장에서 대량 재배되고 있다. 동남아시아와 러시아에 연간 1,000만t 넘게 수출되며, 최근에는 유럽에서 한국산과 경쟁하고 있다. 또 우리나라의 검역절차를 통과하고 관세철폐 혜택까지 받는다면 한국산의 44.9%에 유통될 것으로 예측됐다.
중국산 감귤은 한국산보다 다소 굵지만 당도가 낮고 식감도 떨어진다. 하지만 중국정부는 최근 품종 개량 및 선진 재배기술을 도입해 생산량의 일부를 수출하고 있다. 우리가 수입하는 조제저장 형태의 감귤 90% 정도가 중국산이다. 신선감귤은 식물검역법상 수입이 금지돼 있지만, 중국이 지역별 청정화 전략 및 수출단지 조성 등을 통해 대한국 수출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또 국내 유통가격은 한국산의 75.1%로 추산됐다. 앞서 국책연구기관은 중국산 무관세 감귤이 수입되면 10년간 누적피해가 1조624억~1조5,969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축산물=중국은 세계 최대의 육류 생산국인 동시에 소비국이다. 생산량의 대부분을 자국 내에서 소비한다. 쇠고기와 돼지고기의 수출 비중은 생산량 대비 1% 남짓에 불과하고, 한때 2%를 넘었던 가금육 수출은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주춤한 상태다.
현재 우리나라는 중국산 신선 쇠고기·돼지고기·낙농품 수입을 금지하고 있으며, 닭고기나 오리고기는 제한적으로 수입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중국에서 구제역과 AI 등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지역화 도입 여부에 따라 상황이 바뀔 수는 있다. 특히 FTA 협상에서 중국의 지역화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국내 축산업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007~2009년 평균 중국산 축산물 수입량은 닭고기 7,327t, 돼지고기 394t이다. 2008년까지는 쇠고기도 일부 수입됐다. 쇠고기와 돼지고기는 중국에서 조제해 밀폐용기에 담은 가공품이다. 유당과 지방이 6%를 넘는 기타크림, 유아용 조제분유도 수입된 적이 있다.
중국은 배합사료 원료인 옥수수·콩·밀을 생산해 일부는 수출까지 한다. 사료 원료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보다 생산단가를 낮게 유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검역 규제가 해제되고 관세마저 철폐되면 중국산 축산물의 국내 유통가격은 1㎏당 쇠고기가 3,618원으로 2009년 기준 한국산 2만2,425원의 18.9%에 불과할 것으로 추산됐다. 또 돼지고기는 55.9%, 닭고기는 78.4%에 그칠 것으로 분석됐다.
김상영 기자 supply@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