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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식 욕설

화이트보스 2013. 3. 14. 11:26

북한식 욕설

  • 김태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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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3.03.13 22:48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10년 안에 1인당 국민소득 3000달러가 되도록 돕겠다"고 했다. 북한 조선중앙TV가 대꾸했다. "미국의 식민지 예속(隸屬) 경제 주제에 남의 국민소득 문제를 가지고 어쩌고저쩌고하는 것은 삶은 소대가리가 웃다가 꾸레미(꾸러미)가 터질 노릇이다."

    ▶2009년 이명박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 초청으로 미국에 가 북핵 공동 저지를 재확인하고 왔다. 노동신문은 "백악관 장미원(로즈가든)에서 상전과 주구(走狗)의 입맞춤 광대극은 추악함의 극치"라고 했다. 인천 군부대에서 김정일 부자를 겨냥해 내건 전투 구호가 우리 언론에 보도됐을 때는 "불망나니들이 도발을 걸어온 이상 씨도 없이 죽탕쳐버릴 것"이라고 했다.

    ▶시정잡배라도 자기 말이 전파를 타거나 활자화된다고 생각하면 함부로 뱉어낼 수는 없다. 북한은 정부든 관영방송이든 당 기관지든 예외가 없다. 그들 입에 오르면 대한민국 대통령은 '쥐새끼'가 되고 '유신 배설물'이 된다. 더 거슬러 가면 '역도(逆徒)' '부정부패 왕초' '협잡배' '사대매국노' '정치매춘부' '문민 괴수' '괴뢰 통치배' 같은 말들이 있었다. 김대중-김정일 6·15선언 이후 노무현 정부가 끝날 때까지만 '남조선 집권자'라고 불렀다.

    ▶한 탈북 언론인은 "북한 정부는 주민에게 증오와 투쟁심을 심으려고, 기관과 주민은 충성심을 과시하려고 다투듯 거칠고 무자비한 말을 쓴다"고 했다. 북한 군인·청소년 교육자료에는 한국이나 미국에 관한 부분에 '눈깔을 사납게 부릅뜨고' '지랄을 부리는' 같은 표현이 넘친다. 일부러 입을 '주둥이', 배를 '배때기'라 하고 '죽었다'는 말 대신 '뒤졌다'고 쓰도록 가르친다. 북한이 키리졸브 한·미 합동 군사훈련에 맞춰 연일 섬뜩한 욕설과 협박을 쏟아내고 있다. 김정은은 최전방에 가 "적들을 모조리 불도가니에 쓸어넣으라"고 했다. 인민무력부는 "괴뢰 군부의 광기 어린 추태는 청와대 안방을 다시 차지하고 일으키는 독기 어린 치맛바람과 무관하지 않다"고 했다.

    ▶뉼런드 미 국무부 대변인도 참다못해 엊그제 한마디 했다. "북한은 쓰레기 같은 말(trash-talking)을 그만두지 않으면 미래가 없을 것이다." 북한이 미래를 생각하는 체제라면 애초부터 험악한 말을 퍼붓지 않았을 것이다. '신에게 말할 때는 라틴어로, 음악가에게 말할 때는 이탈리아어로, 애인에게 말할 때는 프랑스어로…'. 북한 독재 정권은 우리 말을 증오의 언어로 떨어뜨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