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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 올라타 허벅지 조르기…밤이 무섭지 않다

화이트보스 2013. 3. 15. 11:27

배에 올라타 허벅지 조르기…밤이 무섭지 않다

등록 : 2013.03.14 09:19 수정 : 2013.03.14 21:12

이다은씨가 주짓수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esc 매거진] 커버스토리
밤거리가 무섭지 않아 이 기술만 있으면

격투기의 한 종류
브라질리안 주짓수
다이어트·호신술 효과로
체육관 찾는 여성 늘어

남녀 구분 없이
상대방과 대련하며
기술 연마
가족 스포츠로도 추천할만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주짓수 체육관에는 브라질리안 주짓수(브라질 유술. 이하 주짓수)에 심취한 이들이 바닥에 누운 채 몸을 밀착하고, 양팔과 다리를 감고 엉겨붙어 있다. 사막 풍경만큼이나 생소하다.

주짓수는 상대를 바닥으로 유도해 점유, 압박, 조르기, 누르기, 꺾기, 비틀기, 뒤집기 등의 다양한 기술로 제압하는 무술이다. 기술 연마는 맞겨루기로 한다. 종합격투기 선수들의 전유물로 알려져 호르몬 분비가 왕성한 젊은 남자들의 무술로만 생각하기 쉽다. 요즘은 상황이 다르다. 주짓수에 달려드는 여성도 늘고 있다. 체구가 작거나 힘이 약한 여성들의 호신술로 최고라는 평가 때문이다. 상대의 힘과 체중을 역으로 이용해 기술을 사용하는 무술이기에 가능하다.

하지만 목과 겨드랑이를 껴안고 압박하고, 배에 올라타 허벅지를 누르는 등의 동작은 남녀가 맞겨루기하기에 낯뜨겁게도 보인다. “그건 안 해본 사람들 생각이에요.” 직장인 김지영(30)씨는 “해보면 운동이라는 생각만 들어요.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아주 커요.” 그는 스쿼시, 헬스 등 안 해본 게 없다. 하지만 살빼기는 둘째 치고 도무지 지루했다. 주짓수는 달랐다. “너무 재미있어요. 전신운동이에요. 잘 안 쓰는 근육까지 총동원돼요.”

존프랭클 주짓수 압구정 아카데미의 이수용(43) 관장은 “현재 150여명의 수강생 중 20~30여명이 여성”이라고 말한다. ‘엠에이알시’(MARC)를 운영하는 이승재(39) 관장의 설명도 같다. “수련생이 80~90명 정도인데 여성이 7~10여명 정돕니다.” ‘이희성 주짓수아카데미’도 마찬가지다. 수련생 100여명 중 10명 정도가 여성이다. 대략 10%다. 지난해부터 급격하게 늘었다.

이수용 관장은 “검색하면 ‘여자도 남자를 이길 수 있는 무술’이라고 뜹니다. 아마도 강력범죄가 늘다 보니 관심이 커진 거 같아요”라고 추측한다. 직장맘인 박은경(39)씨는 온 가족이 함께 배운다. “작년에 ‘오원춘 사건’의 시시티브이 장면을 (티브이에서) 봤어요. 두 딸을 키우는데 걱정되죠. 학교폭력도 무섭고.” 주말이면 온 가족이 체육관 나들이에 나선다. 맞겨루기 상대는 덩치 큰 남편이나 큰딸이다. 중학교 1학년에 올라간 큰딸 우수빈양은 엄마에게 섭섭하면 바로 기술을 건다. “기술만 걸어도 기분이 나아져요. 하하.” 박씨는 “사춘기 애와 부모가 같이 땀 흘리는 게 좋아요. 말로 해결이 안 될 것도 금세 풀려요. 아이가 끈기도 늘었어요”라고 한다. 체육관 바닥에서 수빈이에게 다리가 잡혀 버둥거리는 아빠 우동진(42)씨가 보인다. 딸의 실력이 더 출중하다. 이들 부부는 보너스도 얻었다. “부부싸움을 주짓수로 해요.” 침대가 체육관이다. ‘으라차차’, 다리를 걸고 겨드랑이를 파고드는 기술 대 기술로 한판 붙는다. “기술을 걸어 틀을 만들면 못 일어나요. 부부 사이는 더 좋아졌어요.” 박씨는 이제 혼자 출장을 갈 때도 무섭지 않다.

이수용 관장은 “내가 깔려 있으면 엄청 불리하다고 생각하죠. 상대의 힘을 이용해 기술로 제압하고 탈출하면 돼요. 상대는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지만 면밀히 움직임을 살펴 기술을 걸면 됩니다. 대련하다 보면 상대방의 움직임이 보이죠”라고 말한다. 호신술로 인기를 끄는 이유다. “위험한 상황에서 도망이 최고죠. 기술을 걸다 보면 도망할 시간을 벌고 마음이 침착해집니다.”

주짓수는 수련 정도에 따라 색이 다른 띠를 받는다.
미국 등에서는 주짓수를 ‘휴먼 체스’라고 한다. 마치 인간의 몸으로 체스를 두는 것과 같아 보인다. 머리, 어깨, 팔꿈치, 손목, 골반, 무릎, 발목 등이 짝을 이뤄 구조를 만들면 기술이 된다.

대학원생인 이다은(25)씨는 ‘존프랭클 주짓수 압구정 아카데미’를 찾았다가 횡재(?)를 했다. 배우 천정명씨와 맞겨루기를 4~5번 했다. “유명 연예인이니까 부담스럽고 설레기도 했는데 대련하니깐 잘생긴 얼굴 같은 건 안 보이더라고요.(웃음)” 그의 기억에 천정명은 “힘세고, 절대 안 봐주는 승부욕 강한 사람”이었다. 그도 호신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최소 방어를 하고 도망갈 수 있어요.” 체력이나 키우자는 생각에 시작했지만 느는 기술 덕에 성취감이 크다. “운동량이 많아요. 쉽게 허기져요.” 시작하고 한두달 동안은 아침마다 강호동도 아닌데 지글지글 삼겹살과 쇠고기를 구워 먹었다. “대련하다 보면 나이, 직업이 모두 다른데도 친해져요. 그것도 장점이죠.” 그는 주짓수 대회 참관도 한다. 1년 사이 주짓수 대회는 한달에 3~4번씩 열릴 정도로 늘었다. 지난해 열린 데라히바 주짓수컵 대회에는 400명 이상이 출전했다. 이씨가 보너스로 얻는 것은 팔뚝·옆구리 등에 생긴 잔근육이다. “소녀시대에서 비욘세로 변했다고 할까요. 하하.”

국내에서 유일하게 갈색 띠를 딴 여성 무도인 사범 이희진(34)씨는 설명한다. “호신을 위해서는 실제 남성들과 대련을 꼭 해야 돼요. 몸에 경험이 쌓입니다. 덩치 큰 남자를 이기긴 어렵지만 배운 기술로 방어공간을 만들고, 상대가 힘을 못 쓰게 하면 도움이 되죠. 다른 운동에 비해 힘의 차이를 줄일 수 있는 무술입니다.” 주짓수는 띠 색깔에 따라 등급이 나뉜다. 흰 띠, 파란 띠, 보라색 띠, 갈색 띠, 검은 띠 순이다. 단계당 짧게는 1년 반, 길게는 2~3년이 걸린다. 현재 국내에 검은 띠를 보유한 지도자는 약 25명, 미국 국제주짓수연맹에서 발급하는 검은 띠를 보유한 이는, 브라질에서도 수련 경력이 있는 이승재 관장을 포함해 2명으로 알려져 있다. 이 사범은 실제 복잡한 지하철 안에서 치한을 만난 적이 있다. 치한은 몸을 밀착해왔다. 주짓수를 한 덕에 당황하지 않았다. 침착하게 확 돌아 “뭐하시는 거냐” 말하고 그의 아킬레스건을 쳤다. 길거리 싸움을 말리다가 난처한 상황에 빠진 후배를 구해준 적도 있다. 후배의 멱살을 잡고 끌고 가려는 취객을 암바 기술로 제압했다. 7년 수련의 결과다. 그가 그동안 맞겨루기한 남성만도 3만명이 넘는다. “위급한 순간에 도망갈 용기만 생겨도 주짓수를 배운 보람이 있는 겁니다.”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cover story tip
일본에서 태어나 브라질에서 자랐네

브라질리안 주짓수(Brazilian jiu-jitsu. 브라질 유술) 역사는 일본 막부시대로 올라간다. 당시 무사인 사무라이들은 육박전에서 타격보다 조르고 관절을 꺾는 등의 무술이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유도의 이전 형태인 유술의 시작이다. 유도의 창시자인 가노 지고로는 유술을 유도로 정립하고 제자를 세계 각지에 파견했다. 제자 마에다 미쓰요(콘데 코마)는 1914년 브라질에 이주해 주짓수아카데미를 열었다. 그가 가르친 브라질 명문가인 카를루스 그레이시와 형제들은 발전된 주짓수를 선보여 성공을 거뒀다. 초기 주짓수에서 발전한 브라질리안 주짓수가 여기서 만들어졌다.

형제 중 한 명인 엘리우 그레이시의 장남 호리옹 그레이시는 1978년 미국에 정착해 주짓수를 소개했다. 체구가 작았던 그의 동생 호이시 그레이시가 1993년 생긴 이종종합격투기 대회 유에프시(UFC) 1회, 2회, 4회에 우승해 큰 관심을 끌었다. 한국에 주짓수를 소개한 이는 미국에서 힉송 그레이시에게 배운 미국인 존 프랭클(46) 연세대 교수다.

위험한 상황 이렇게_주짓수 호신술

상황2_3. 상대의 목과 손목을 잡은 채 반대방향으로 엉덩이를 틀어서 뺀다.

위험한 상황 이렇게_주짓수 호신술

이다은씨가 주짓수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위험한 상황 이렇게_주짓수 호신술

주짓수 호신술을 활용한 위험한 상황 제압법. 이희진사범이 시범을 보인다.

위험한 상황 이렇게_주짓수 호신술

상황1_힘이 센 상대가 뒤에서 목을 감는 상태

위험한 상황 이렇게_주짓수 호신술

상황1_힘이 센 상대가 뒤에서 목을 감는 상태

위험한 상황 이렇게_주짓수 호신술

상황1_1. 양손으로 내 목을 잡은 상대의 팔을 붙잡는다. 그의 손목을 잡아 막는 행동이다.

위험한 상황 이렇게_주짓수 호신술

상황1_2. 양손에 힘을 줘 매달린다. 체중을 싣는다.

위험한 상황 이렇게_주짓수 호신술

상황1_3. 다리가 뜰 정도로 매달린다. 턱을 내리고 직선으로 매달린다. 상대의 팔 힘이 빠진다.

위험한 상황 이렇게_주짓수 호신술

상황1_4. 양손으로 팔을 잡은 채 내 몸을 뒤로 뺀다.

위험한 상황 이렇게_주짓수 호신술

상황1_5. 상대의 팔을 강하게 아래로 잡아 끌어내린다.
상황1_6. 팔을 잡은 채로 몸을 완전히 뺀다.

위험한 상황 이렇게_주짓수 호신술

상황1_7. 뒤에서 양팔로 상대의 허리를 감는다.

위험한 상황 이렇게_주짓수 호신술

상황2_쓰러진 상태에서 상대가 내 다리 사이로 몸을 밀어넣은 상태

위험한 상황 이렇게_주짓수 호신술

상황2_쓰러진 상태에서 상대가 내 다리 사이로 몸을 밀어넣은 상태

위험한 상황 이렇게_주짓수 호신술

상황2_1. 상대가 내 골반을 잡았을 때 한 손으로 상대의 목을 잡아 내 몸 쪽으로 끌어당긴다.

위험한 상황 이렇게_주짓수 호신술

상황2_2. 다른 한 손은 바닥을 짚고 있는 상대의 맞은편 손목을 잡는다. 상대의 몸을 더 강하게 내 머리 쪽으로 끌어당긴다.

위험한 상황 이렇게_주짓수 호신술

상황2_3. 상대의 목과 손목을 잡은 채 반대방향으로 엉덩이를 틀어서 뺀다.

위험한 상황 이렇게_주짓수 호신술

이다은씨가 주짓수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