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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데이 루이스에게 세번째 아카데미상을 안겨준 스티슨 스필버그의 '링컨'을 보았다. 영화는 파란만장했던 링컨의 삶 중 노예해방을 명문화한 수정헌법 13조를 통과시키는 얼마 안되는 짧은 기간에만 집중한다.
역사책에 '링컨 대통령이 미합중국 내 노예를 해방시켰다'고 간략히 언급되는 업적 하나를 위해 막후에서 얼마나 많은 희생과 고난을 감내해야만 했는지 스필버그 감독은 바로 옆에서 링컨을 지켜보는 듯한 섬세한 시각으로 치밀하고 담담하게 묘사해 낸다.
너무도 당연한 듯 보이는 '노예해방 규정'을 남부도 아닌 북부의회에서 통과시키는 것이 뭐 그리 어려울까 하는 의문이 들겠지만 정치란, 언제나 어디서나 그러하듯이, 언제나 만만치가 않다.
민주당은 남부연합 뺨칠 정도로 법안에 강력반대하고 링컨이 속한 공화당 역시 탐탁치 않은 반응을 보인다. 급진주의자들은 또 링컨의 법안이 너무 물렁하다고 반대한다. 북부인들이 남북전쟁에 돌입한 가장 큰 이유는 '노예해방'보다는 '연방해체 저지'였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남부연합의 휴전협상팀이 워싱턴을 향해 출발한다. 길어지는 전쟁에 지친 국민들이 휴전이 목전에 이르렀음을 알게 되면 '노예해방 법안'이 뒷전으로 밀릴 것은 불보듯 뻔하다. 이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링컨은 명분과 정치력을 내세워 정면돌파를 시도하는데, 말이 좋아 '정치력'이지 실은 회유와 매수와 협박이다. 바로 이 부분이 기존의 전기영화와 스필버그의 '링컨'을 차별화시키는 포인트고!
영화 '링컨'이 관심을 끈 다른 이유는 얼마 전 귀국한 안철수씨에 의해 언급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반대 의견을 가진 분들도 많고 통과하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의지를 가지고 대통령이 직접 설득하거나 대리인을 통해 하거나 많은 노력을 통해 결국 이를 이뤄내는 것을 봤다. 이를 우리가 배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한 가지 재밌는 점은 이런 말을 한 안씨가 대부분의 반대를 무릅쓰고 노원 병 지역구에 출마했다는 사실이다. 링컨이 스스로의 명예를 떨어뜨리는 더티잡(dirty job)을 기꺼이 무릎쓴 것은 그가 지향하는 목표가 현실정치의 벽을 핑계삼아 포기하기에는 너무도 고귀하고 정당한 가치였기 때문이다.
과연 안철수 전 교수는 국회의원 자리 너머에서, 우매한 대중들은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는, 위대한 공공의 어젠더(agenda)라도 발견한 것일까? 한가지 분명한 것은 그것이 '새 정치''낮은 정치' 따위의 얄팍한 구호 수준은 넘어서야 한다는 사실이다.
영화 '링컨'이 전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 중 하나는 대의大義가 없는 상황에서 만개한 정치력은-현재로서는 그것마저 없지만- 한낱 권모술수에 불과할 뿐이라는 점이다. 안철수씨가 링컨이 보여준 의지와 설득의 정치 외에 이런 점도 주목했기를 바란다.
* 남우주연상은 다이엘 데이 루이스에게 돌아갔지만 사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배우는 급진주의자인 스티븐슨 의원 역할의 토미 리 존스다. 노예해방 명문화라는 현실적 과제를 위해 30년간 지켜온 정치신념을 담담히 굽히는 중견 정치인의 미묘한 감정선 변화를 기가 막히게 연기해 보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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