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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카이탁공항 활주로 크루즈터미널로 변신 중!

화이트보스 2013. 3. 24. 18:44

옛 카이탁공항 활주로 크루즈터미널로 변신 중!

  •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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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3.03.24 16:19 | 수정 : 2013.03.24 16:25

    홍콩섬 북쪽 해안매립지에 있는 홍콩컨벤션전시센터. 1997년 홍콩 반환식이 열린 홍콩 도심의 대표 컨벤션센터다. photo 홍콩컨벤션전시센터

    홍콩 구룡(九龍)반도 동쪽의 카이탁(啓德)공항은 1925년부터 1988년까지 홍콩의 관문이었다. 옛 홍콩 영화에서 흔히 등장하는 간판과 빨랫대가 삐져나온 허름한 주택들 사이로 아슬아슬하게 이착륙하는 비행기는 카이탁공항이 배경이었다.
      
    한때 전 세계 파일럿 사이에서 가장 악명이 높았던 카이탁공항의 기능이 정지된 것은 1998년이다. 급증하는 항공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홍콩 서부 첵랍콕섬에 당시로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신공항을 조성하면서다. 홍콩 정부는 첵랍콕공항 개항과 함께 카이탁공항의 모든 시설과 장비를 한밤중에 신공항으로 옮기는 초대형 이사작전을 펼쳤다. 이후 카이탁공항 활주로에는 조명이 꺼졌다.
      
    하지만 지난 12월 3일 찾은 옛 카이탁공항과 주변 해역 일대에서는 중장비와 바지선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현재 카이탁공항은 빅토리아해협을 향해 뻗어나온 옛 활주로를 초대형 크루즈터미널로 개조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소위 ‘카이탁공항 개조 프로젝트’다. 카이탁공항 옛 활주로 위에는 철골과 콘크리트가 점차 크루즈터미널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침사추이에 있는 기존의 크루즈터미널을 보완해 씀씀이가 큰 크루즈 관광객들이 기항해서 먹고 마시고 쓸 수 있는 새로운 랜드마크를 조성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목표다. 침사추이에 크루즈선용 오션터미널이 있지만 한 곳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홍콩 정부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카이탁공항의 옛 활주로에는 초대형 크루즈터미널과 전망탑, 옛 계류장에는 스타디움과 특급호텔이 들어선다. 옛 여객터미널 아래로는 지하철도 새로 부설 중이다.
      
    새로 들어서는 크루즈터미널은 시간당 3000명의 승객을 처리할 수 있다. 주변 수심도 12~13m로 오션터미널의 11m보다 더 깊다. 타이타닉호의 5배 크기로 선실 2700개를 갖추고 9400명을 실어나르는 세계 최대 크루즈선 ‘오아시스 오브 더 시즈’도 접안 가능하다. 크루즈터미널 조성목표 시한은 오는 2013년이다. 공항 기능을 이전한 지 15년 만에 카이탁공항 자리가 홍콩 관광산업의 중심지로 탈바꿈하고 있는 셈이다.
      
      
    외국관광객 2230만명이 원천
      
    홍콩은 관광대국이다. 인구 700만명에 불과한 홍콩을 찾은 관광객은 지난해 2231만명에 달한다. 한국(979만명), 일본(621만명)에 비해 2~3배 많고, 중국 대륙(5758만명)의 딱 절반이다. 같은 도시국가인 싱가포르(1039만명)에 비해서도 2배가량 많다. 세계 최고의 관광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쇼핑과 야경을 제외하면 특별한 관광자원이 없는 홍콩이 초대형 크루즈터미널을 짓는 자신감은 ‘마이스(MICE)’에서 나온다. 기업회의와 포상관광, 국제대회, 전시박람회 등을 결합한 소위 ‘마이스 산업’은 기업행사를 관광과 결합시키는 개념이다. 기업행사 참가자들은 일반 관광객들보다 구매력이 월등하다는 것이 일반적 통계다. 이들이 홍콩으로 왔을 때 관광지, 택시, 백화점, 식당, 술집, 호텔, 공항 면세점에서 쓰는 돈은 막대하다. 이들이 쓰고 가는 돈은 고스란히 홍콩에 남고, 관광산업 종사자들의 고용을 유지하고 신규 고용을 창출한다. 기업행사 참가자들이 쓰고 가는 돈을 발판으로 서민경제에까지 미치는 소위 ‘낙수(落水)효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과거 지리적 입지를 활용한 무역과 금융이 홍콩을 먹여 살렸다면, 향후에는 마이스산업을 홍콩의 제3의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 지난 3월 출범한 렁춘잉(梁振英) 홍콩 정부의 방침이다. 1997년 홍콩의 중국 반환 15주년을 맞이해 무역을 통한 물자, 금융을 통한 돈뿐만 아니라 사람들까지 한데 모이는 홍콩으로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카이탁공항과 첵랍콕공항 등 홍콩의 신구 두 공항은 홍콩의 마이스산업 지도를 바꾸고 있다. 홍콩 서부 란터우섬과 붙어 있는 홍콩 첵랍콕공항 바로 옆에는 홍콩 정부가 지분의 90%를 갖고 있는 컨벤션센터인 아시아월드엑스포가 있다. 한국의 일산 킨텍스와 경쟁관계에 있는 아시아월드엑스포는 세계 3대 허브공항인 홍콩 첵랍콕공항과 공항전철로 곧장 연결돼 있고, 공항과의 거리도 한 정거장에 불과하다.
      
    다양한 노선을 갖춘 허브공항의 유무는 마이스산업의 선결 조건이다. 다국적기업의 초대형 기업행사를 개최하기 위해서는 수십 개국에 퍼져 있는 수백~수천 명의 임직원을 한데 모아야 하기 때문이다. 전시박람회에 쓰일 물품과 장비도 원활히 통관시켜야 한다. 160개 도시와 연결하는 첵랍콕공항이 있는 홍콩으로서는 더없이 유리한 조건을 갖춘 셈이다. 게다가 홍콩에는 미국과 유럽의 다국적기업과 금융기관의 아·태지역 본부가 대거 둥지를 틀고 있다.
      
    또 아시아월드엑스포는 7만㎡에 달하는 전시공간을 확보하고 있어 초대형 규모의 기업행사에 문제가 없다. 특히 전시공간을 단층으로 확보해 무게가 많이 나가는 중장비 전시에도 거뜬하다고 한다. 아시아월드엑스포 천젠밍(陳建明) 기업커뮤니케이션 총괄부장에 따르면, 아시아월드엑스포는 2005년 12월 개관한 지 7년 만에 홍콩의 컨벤션산업에서 30%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했다.
      
    아시아월드엑스포로 인해 창출되는 고용인원도 2만6000여명에 달한다. 천젠밍 총괄부장은 “지난해에도 두 자릿수 성장을 했고 1년 365일 가운데 210일 이상을 가동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아시아월드엑스포가 홍콩경제에 기여하는 효과는 134억홍콩달러(약 2조원)에 달한다”고 했다.
      
      
    중·일 간 기싸움에 어부지리
      
    특히 지난해 아시아월드엑스포 방문객 중 중국에서 온 사람이 차지하는 비중은 34%에 달했다. 그리고 이 비중은 매년 증가 추세다. “오는 2016년 홍콩에서 마카오와 주하이를 연결하는 강주아오(港珠澳)대교가 개통되면 두 지역 간 거리가 현재 1시간에서 20분대로 대폭 줄어들면서 중국에서 찾는 방문객이 더 늘어날 것”이란 것이 천젠밍 부장의 설명이다.
      
    실제 홍콩 마이스산업의 주 공략 대상은 중화권 기업들을 겨냥한 각종 기업행사다. 중화권 시장을 겨냥한 각종 기업회의와 포상관광, 전시박람회를 모두 홍콩에서 처리하겠다는 전략이다. 홍콩 시내 전체에서는 이 같은 수요를 겨냥해 중국과 홍콩을 더 빠르고 편히 연결하는 기반시설 정비도 곳곳에서 벌어진다.
      
    홍콩과 마카오·주하이를 연결하는 강주아오대교를 비롯해, 광저우에서 선전을 거쳐 홍콩으로 내려오는 광선강(廣深港)고속철도도 부설 중이다. 향후 베이징에서 광저우를 거쳐 홍콩까지 고속철로 직결되는 셈이다. 심지어 최근 홍콩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기싸움에 어부지리마저 얻고 있다. 중국이나 일본에서 대규모 기업행사를 개최하려는 기업들이 정치적 부담이 큰 두 나라 대신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홍콩을 개최지로 낙점한 것.
      
    지난 11월 30일 홍콩에서 열린 ‘엠넷아시안뮤직어워드(MAMA·마마)’가 대표적이다. 한국 기업인 CJ가 주최하는 ‘마마’는 올해 가수 싸이의 참석이 알려지면서 더 주목을 끌었다. 마마 행사에 관여한 홍콩 현지 관계자에 따르면, CJ 측은 당초 중국과 일본 등을 행사 개최 예정지로 검토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CJ 측은 중·일 간 분쟁으로 행사가 차질을 빚을 것을 염려해 상대적으로 중립적인 홍콩을 낙점했다고 한다. 행사장은 1997년 홍콩 반환식이 열린 홍콩컨벤션전시센터로 낙점됐다. 홍콩섬 북쪽 해안 매립지에 있는 홍콩컨벤션전시센터는 홍콩 정부가 사실상 100% 지분을 갖고 있는 곳으로 한국의 코엑스와 같은 곳이다.
      
    자연히 6500명이 모여든 행사를 통해 창출된 수익은 홍콩컨벤션전시센터로 고스란히 돌아갔다. 홍콩컨벤션전시센터와 연결된 5성급 그랜드하얏트호텔과 르네상스하버뷰호텔의 전 객실이 동났을 정도다. 재주는 한류 가수들이 넘고, 돈은 홍콩 기업들이 벌어들이는 것이다.
      
    홍메이신(洪美欣) 홍콩컨벤션전시센터 커뮤니케이션부장에 따르면, 지난해 1224개의 활동이 열렸고 116개의 대형 전시회가 열렸다. 이 중 103개가 장기 고객들이 정기적으로 여는 행사였고, 50개 이상은 CJ가 주최한 ‘마마’와 같이 해외 기업들에 의해 조직된 행사였다.
      
    이들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홍콩컨벤션전시센터를 찾은 사람은 지난해 560만명에 달했다. 홍메이신 커뮤니케이션 부장은 “지금도 하루 평균 4~6개의 각종 행사가 개최된다”며 “싸이가 참석한 ‘마마’ 행사 때 6500명을 처리했는데, 영국의 팝 가수 엘튼 존의 공연이 예정돼 있는 내일은 아마 8000명 정도가 모여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홍콩 첵랍콕공항(위쪽)과, 바로 옆에 아시아월드엑스포(아래쪽). photo 아시아월드엑스포
    한국 약점은 ‘목적지관리기업’ 부재
      
    물론 허브공항과 컨벤션센터, 호텔 등 하드웨어 인프라를 갖췄다고 해서 마이스산업 선진국은 아니다. 인천공항을 비롯해 코엑스·킨텍스 등을 갖춘 우리나라도 마이스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다. 다만 초대형 기업행사를 조직하고 운영해본 경험과 역량을 갖춘 소위 ‘목적지관리기업(DMC)’의 상대적 부재는 한국의 약점이다.
      
    DMC만 20~30개가 활동하고 있는 홍콩은 기업행사 수용 태세에서 단연 세계 최고라는 평가다. 이 중 5개가량의 업계 수위권 메이저 DMC는 단독으로 적어도 4000명 규모의 기업행사를 실제로 치러본 능력을 갖추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컨벤션산업 초기 단계에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단일 DMC로 치러본 자체 기업행사는 대략 2000명 선 정도로 알려졌다.
      
    홍콩의 메이저 DMC 중 한 곳인 비고의 리처드 윌스 기업개발부문 이사는 “우리는 4000명 정도의 기업고객들을 같은 색깔의 대형버스로 이동시킬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있다”며 “기업행사 VIP들을 홍콩의 90여개 호텔로 실어 나를 200여대의 메르세데스벤츠도 구비하고 있고 자체 정비소까지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호주 콴타스항공이 대주주로 있는 투어이스트의 롱즈선(容植深) 총무국장은 “1972년부터 DMC를 했고 40년의 역사를 갖추고 있고 최대 4000명 정도의 기업고객들을 처리해 봤다”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각지에 연락처를 뒀는데 2~3개월 전 연락을 받으면 기업행사에 필요한 항공, 비자, 호텔, 전시장, 교통, 관광, 골프, 파티를 모두 다 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중화권 ‘관시(關係)’가 좋은 화교들은 DMC 업계에서 발군의 실력을 자랑한다. 홍콩과 마카오, 선전 등의 각종 프로그램을 엮는 것이다. 가령 홍콩에서 회의, 마카오에서 카지노, 선전에서 골프를 치는 기업행사 프로그램을 기획 판매하는 것이다. DMC 업계에서 34년간 일했다는 장젠밍(張健明) 우련여행사 부회장은 “40년 전인 1972년부터 미국과 유럽 기업고객들을 주로 상대해 왔다”며 “대규모 기업회의는 2~3개월 정도면 가장 안정적인데, 한 싱가포르 기업의 경우 1주일 만에 100명 정도를 처리해 봤다”고 말했다.
      
      
    2013년 인천~홍콩 오픈스카이
      
    이밖에 영어와 중국어의 자유로운 사용 환경도 홍콩 마이스산업의 소프트웨어 경쟁력이다. 반대로 이는 한국이 외국계 초대형 기업행사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결정적 이유 중 하나다. 과거 영국 식민지 시절의 유산 덕에 홍콩에서는 영어 소통이 편리하다. 또 중국 반환 15주년을 맞으며 중국 대륙에서 쓰는 보통화(普通話) 사용 인구도 급증하는 추세다.
      
    이에 홍콩은 최근 중화권 시장을 겨냥한 한국의 기업행사들까지 속속 접수할 태세다. 최근에는 한국과 홍콩의 하늘길마저 넓어졌다. 한국과 홍콩의 항공 당국은 지난 11월 22일 항공회담을 통해 단계적 오픈스카이(여객자유화)에 합의했다. 협정에 따라 지방~홍콩 노선은 여객자유화가 이뤄졌고, 인천~홍콩 구간은 좌석 공급을 점차 늘려 2013년 10월부터 완전자유화에 돌입한다.
      
    상용과 관광 수요가 모두 많아 항공업계에서 ‘황금노선’으로 분류되는 한국~홍콩 노선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5개사, 캐세이패시픽, 드래곤에어 등 홍콩 4개사가 취항 중이다. 화물편의 경우 정기편으로는 기존의 물량을 모두 처리할 수 없어 주 1~2회 부정기편을 띄워서 물량을 소화해온 형편이었다.
      
    이에 한국 여행사들도 홍콩을 한국 기업 마이스 목적지로 적극 검토하고 있다. 지난 12월 4일 홍콩에서 열린 관광교역전에는 국내 여행업계 1위 하나투어를 비롯해 롯데관광, 한진관광, 세중여행 등 국내 20개 여행사가 참가해 홍콩 마이스산업에 관심을 나타냈다. 국내 최대 삼성그룹의 기업출장을 전담하는 세중여행 법인영업본부의 한 관계자는 “업계 네트워크를 넓히고 정보를 얻는 등 상당한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홍콩관광교역전에 참가한 홍콩 최고 갑부 리자청(李嘉誠) 회장의 하버프라자호텔 등 주요 호텔기업을 비롯해 홍콩디즈니랜드, 오션파크 등 테마파크의 기업행사 유치 담당자들은 각종 우대 프로그램을 경쟁적으로 소개했다. 최소 50명에서 200~300명 이상의 기업행사 담당자를 대상으로 자사의 각종 우대 프로그램을 제시했다.
      
    특히 홍콩 정부가 52% 지분을 가진 홍콩 디즈니랜드도 기업행사를 유치하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홍콩 디즈니랜드의 천징즈(陳靜芝) 커뮤니케이션 주임은 “가족과 아이들을 동반한 기업체 포상관광이 홍콩 디즈니랜드의 목표”라며 “100개가 넘는 디즈니 캐릭터를 갖고 있어 가족과 아이들을 동반한 포상 관광에 적격”이라고 소개했다.
      
    홍콩관광청 산하 홍콩기업회의·전시본부(MEHK)에서도 홍콩에서 2박 이상 머무르는 최소 20명부터 700명 이상의 기업들을 대상으로 각종 환영 행사와 우대 조건들을 내걸고 기업행사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홍콩기업회의·전시본부의 덩수이(鄧淑儀) 부장은 “홍콩이 기업회의와 포상관광에 진정으로 이상적인 목적지임을 확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