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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병원 살리려면

화이트보스 2013. 4. 8. 16:38

공공 병원 살리려면

  •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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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3.04.07 22:45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진주의료원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경상남도는 적자를 감당할 수 없으니 문을 닫겠다고 하고, 노조는 공공 의료 죽이기라며 반발한다. 한쪽은 사태 원인이 의료 수익 대비 인건비 비율이 민간 병원의 두 배인 '노조 병원' 탓에 있다고 하고, 다른 편은 공공 병원을 수익성 잣대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맞선다. 전국 34개 시·도립 의료원이 비슷한 처지다.

    공공 병원 경영 부실의 근본 원인을 알려면 민간 병원이 어떻게 먹고사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민간 병원도 의료 수익은 적자다. 입원 대기 환자가 늘어서 있는 서울의 대형 병원조차 진료 수입은 손해다. 건강보험 진료 수가가 원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신 초음파나 MRI, 비싼 암 치료 장비, 1~2인실 상급 병실료, 선택 진료비 등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이른바 '비급여' 수입으로 그 적자를 메운다. 장례식장은 병원을 떠받치는 큰 수입원이다. 환자를 살리는 병원이 환자가 죽어야 가는 장례식장으로 먹고산다는 것은 한국 병원의 아이러니다.

    그럼 어떻게 민간 병원들은 이제껏 병상을 늘리고 암센터를 키웠는가. 규모의 경제 덕분이다. 환자 수를 늘려야 의료진과 장비 활용도를 최대한 올릴 수 있다. 박리다매로 생존하는 구조다. 삼성·현대 등 대기업 병원들은 재단 출연금으로 커왔다.

    공공 병원은 이 모든 것을 할 수 없다. 공립 병원이니, 비급여 항목도 적고, 진료비를 높게 책정하기 어렵다. 1~2인실 병실료나 선택 진료비가 거의 없고, 장례식장 수입도 적다. 수술 의료진, MRI·CT 등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면 병원이 700~800병상은 되어야 하는데 공립 병원은 대개 150~500병상으로 어정쩡한 규모다. 여기에 진주의료원처럼 공공기관 특유의 방만한 경영, 경직된 인력 수급, 빈약한 업무 효율성이 더해지며 세금먹는 하마가 된 것이다. 민간 병원이라면 망해도 벌써 망했다.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공공 병원 병상 비율은 전체의 30%대로 꽤 높았다. 현재의 3배 이상이었다. 그러다 1990년대부터 몰락했다. 결정적 계기는 전 국민 건강보험 도입이다. 당시 경제 수준에서 병원을 고르는 최우선 기준은 저렴한 진료비였다. 하지만 건강보험 시행으로 필수 의료 진료비가 같아졌다. 병원 선택 기준이 의료 서비스 질로 바뀐 것이다. 현대 의학 수준은 장비와 우수 인력에서 결정 나는데 공립 병원은 적시에 투자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경쟁력을 급속히 잃었다. 그사이 국민의 의료 기대치는 암 치료 장비 기종을 따질 만큼 높아졌다. 웬만큼 가격 차이가 나지 않으면 최고 장비와 의료진을 갖춘 병원에 환자가 대거 몰린다. 이 상태에서 4대 중증 질환 100% 의료 보장이 되면 공립의료원은 더욱 몰락하고 민간 대형 병원으로의 환자 집중은 가속화될 것이다.

    이제 공공 병원은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 공적 의료 서비스 혁신을 통해 적자분을 세금으로 메워도 아깝지 않다는 신뢰를 주든지, 공공 의료 기능을 과감히 민간 병원에 위탁하고 저소득층 환자들에게 직접 의료비를 지원하는 공공-민간 파트너 방식으로 가든지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