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사의 재발견/겨례의 지도자

'박근혜 스타일' 탐구

화이트보스 2013. 4. 15. 09:51

'박근혜 스타일' 탐구

  • 최재혁 정치부 기자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입력 : 2013.04.15 03:06

    안녕하십니까? 조선일보 정치부의 청와대 취재팀에는 팀장인 저를 포함해 후배인 황대진, 김진명 기자가 포진해 있습니다. ‘클릭! 취재 인사이드’ 코너를 통해 저희 청와대팀이 번갈아가며 종종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첫 여성 대통령입니다. 여성이지만 현 정치권에서 가장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정치인이기도 합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대결했던 세종시 사태에서 봤듯이, 승부처라고 판단되면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강단이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선거의 여왕’ 답게 120석도 어렵다던 지난해 총선에서 과반(過半)을 넘어서는 저력도 보였습니다. 어떤 사안에선 “이번엔 아닌 것 같은데”라며 마지 못해 끌려 가던 참모들도 결과를 보고는 “이번에도 박(朴)이 옳았다”고 하기 일쑤입니다. ‘친박 진영’에서 박 대통령의 영향력은 그만큼 절대적입니다.

    돌직구 던져 정면 승부 거는 스타일조용하고 예의바른 인간형 선호

    친박들에게 ‘정치 공학’이란 말은 금기어(禁忌語)로 통합니다. 박 대통령이 싫어하기 때문이죠. 박 대통령은 ‘원칙과 신뢰’를 자신이 가진 최대의 정치적 자산(資産)으로 생각합니다. 언제나 ‘돌직구’를 던져 정면 정부를 거는 스타일이죠. 정치공학적으로 생각해 ‘변화구’를 던지자는 조언은 거의 받아들여지질 않습니다.

    2012년 12월 제주도 제주시 동문재래시장을 방문한 당시 박근혜 대선 후보 /뉴시스
    그는 가식적인 정치 행위도 체질적으로 몹시 싫어합니다. 예를 들어, 지난해 12월 대통령 선거 때 박 대통령은 재래시장을 많이 찾았습니다. 청과물점에 들르면 직접 과일을 사기도 합니다. 하루는 딸기를 골랐는데 수행하던 참모가 “후보님, 사과도 한 상자 사시죠”라고 했답니다. 지지를 부탁하는 마당에 가게 주인한테 좀더 인심을 쓰자는 얘기였지요. 그랬더니 박 대통령의 대답은 “집에 사과 있는데요”였다고 합니다. 통상의 정치인과는 완전히 다른 반응이었던 셈입니다.

    재래시장 옷가게를 방문했을 때는 1만원짜리 블라우스 두 개를 놓고 고민하기도 했답니다. 주인이 2개를 골라주면 대개의 정치인들은 2만원을 주고 두개 다 사는데, 박 대통령은 정말로 고민하다가 자신이 선호하는 스타일의 브라우스 하나 만을 선택한다는군요. 입지 않을 것을 왜 사느냐는 분명한 원칙에 입각한 것입니다.

    ①“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이런 언급은 박 대통령이 특정인을 비판할 때 사용하는 가장 심한 표현입니다. 주로 자신을 ‘배신’하는 사람들을 향해 쓰는 말이라고 합니다. 필요할 때는 박 대통령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가 나중에 안면몰수했던 몇몇 정치권 인사들이 그 대상이랍니다.

    박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시해되자, 그 혜택을 받았던 수하들이 아버지에게 등을 돌리는 모습을 보고 비애를 느꼈다고 여러 자리에서 토로한 바 있습니다. 그래서 “변절과 배신에 대해 박 대통령이 느끼는 감정의 깊이가 남다르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②“도대체 왜 이렇게 하셨어요”

    이 표현은 격노까지는 아니지만 화가 단단히 나서 참모들을 질책할 때 쓰는 말이랍니다. 주로 전화를 이용하는데 조목조목 잘못을 지적하는 스타일이어서 길게는 30~40분씩 통화를 할 때도 있습니다. 물론 아무나 그런 전화를 받는 것은 아닙니다. 믿고 일을 맡긴 사람들에게 국한된 얘기죠. 박 대통령이 진짜 화가 났을 때는 표정이 굳어진다고 합니다. 그런 자리에 있었던 한 친박 의원은 “주변 공기가 일시에 서늘해지는 느낌이 든다”고 했습니다.

    이런 박 대통령도 유머를 즐기는 편입니다.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법’과 같은 철 지난 유머로 좌중을 썰렁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분위기를 좋게 만들려는 뜻이겠지만 본인만 웃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이 비속어가 들어가는 유머를 하면 표정이 안 좋아진다고 하네요.

    한 친박은 “박 대통령은 조용하면서도 예의바른 스타일의 인간형을 좋아한다”며 “15년간 자신을 모셨던 보좌관들에게 아직도 존대말을 쓰는 걸 보면 알지 않느냐”고 합니다.

    동선·프라이버시 노출 싫어해, 15년 동고동락한 보좌관들에게 지금도 존대말

    박 대통령은 국회의원 시절부터 본인의 동선(動線)이나 프라이버시가 노출되는 것을 매우 싫어했습니다. 일정이 새면 ‘보안 사고(事故)’로 간주하고 유출자를 색출하기도 했죠. 이제 국가 원수가 됐으니 그의 일상은 공식적인 기밀이 됐습니다.

    예컨대 박 대통령이 어디서 옷을 맞춰 입는 지도 철저하게 ‘비밀’입니다. 대통령 취임 이후 박 대통령은 부쩍 하얀색, 하늘색, 진홍색 같은 밝은 색 옷을 많이 입고 있습니다. 대선 때와 인수위 시절에는 검은 색, 짙은 쑥색처럼 어둡고 무거운 색 위주로 옷을 선택했죠.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18대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했다. 박 대통령은 취임식 당일 3차례의 바뀐 패션을 선보였다/ 뉴스1
    그는 18대 국회 초반까지는 맞춤옷 뿐만 아니라 여러 브랜드의 옷을 섞어서 입었답니다. 그러다가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치르면서 한군데에서만 옷을 맞춘다고 합니다. 대통령 본인이 편안하게 생각하는 기본 디자인을 몇 개 정해 놓고 장식이나 옷감을 바꿔서 주문하는 것 같다는군요. 원로(元老) 디자이너들은 누가 박 대통령의 옷을 만드는지 알고 있다는 얘기도 있지만 모두들 밝히길 꺼려한다고 합니다.

    이는 모친인 육영수 여사의 영향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육 여사는 생전에 우아한 한복 차림으로 유명했고, 외국에 나갔을 때는 “한복 한 벌 얻을 수 없느냐”는 부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육 여사는 “한복을 어디에서 맞춰입느냐”는 질문에 언제나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답니다. “제가 어디에서 옷을 맞춰입는지 알려지면, 그 집에서 일반인들에게 비싸게 옷을 팔 것 아니에요?”란 이유에서였다고 합니다.

    박 대통령은 1952년 2월2일 생입니다. 올해로 예순 한살이죠. 작년 대선 때 각 언론들은 박 대통령의 키는 162㎝, 몸무게는 52㎏으로 보도했습니다. 나이답지 않게 날씬한 체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 비결이 궁금해 최측근들에게 물어봤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습니다. “박 대통령이 과식(過食)하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그게 비결이라면 비결 아닐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박 대통령의 식사량이 적은 것도 아니랍니다. 대통령에 취임한 후 공식 오·만찬을 함께 한 사람들에게 확인해본 결과, “박 대통령은 나오는 음식을 별로 가리지 않고 두루 잘 드시더라”라는 대답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박 대통령이 한시도 가만히 있는 성격이 아니기 때문에 살이 안 찐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관저에 들어가더라도 편히 쉬는 게 아니라 보고서(報告書) 읽고 여기저기 전화 하느라 바쁘다는군요. 그리고 40대 초반부터 매일 새벽 꾸준히 단전호흡을 하고 있는데다 어지간한 장정들도 어려워하는 ‘세 손가락으로 팔굽혀펴기’를 20회쯤 할 수 있는 내공을 갖고 있는 것은 널리 알려진 얘기입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 한반도 정세가 요동치고 글로벌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최초의 여성 대통령인 박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은 그 만큼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요주의 1호 관찰 대상입니다. 앞으로 대한민국 최고 콘트롤타워인 청와대 권부(權府) 핵심 이야기들을 이 코너에서 종종 전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