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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의 차기는 누구?

화이트보스 2013. 4. 18. 10:58

새누리당의 차기는 누구?

  • 권대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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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3.04.18 03:06 | 수정 : 2013.04.18 10:31

    권대열 기자
    권대열 기자

    조선일보 정치부에서 새누리당을 맡고 있는 권대열 차장입니다. 현재 새누리당 취재팀은 팀장인 저와 함께 논설위원 출신인 정우상 차장, 박근혜 대통령을 최근 7년간 계속 취재해온 김봉기 기자, 새 정부 들어 경제부에서 정치부로 옮겨온 금원섭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정책을 지난 대선 내내 팔로업했던 선정민 기자 등 5명으로 짜여있습니다. 

    오늘은 최근 새누리당의 물밑 분위기와 움직임에 대한 얘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새누리당은 요즘 전반적으로 여유롭습니다. 물론 ‘논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국회의원으로서 지역구나 임시국회 업무에 의원 개개인은 다들 바쁘게 지냅니다. ‘여유롭다’는 뜻은 두 번의 대선에서 정권을 잡고 난 뒤 상당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고, 지난 1년간 총선과 대선을 치른 뒤 한숨을 돌리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런 새누리당 의원들을 만나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요즘 두가지 질문을 꼭 합니다. 하나는 “이번 원내대표 누가 될 거 같애? 최경환(의원)에게 박심(朴心)이 가 있는 게 맞아?”라는 것입니다. 이번 4월 임시국회로 사실상 임기가 끝나는 이한구 원내대표 후임 자리를 놓고 이주영·최경환·김기현 의원 등이 출마를 선언했고, 남경필 의원도 고민 중입니다. 일반 국민들은 별 관심이 없는 사안이지만, 정권 초기 여당의 핵심 실세 자리인 원내대표를 놓고 당 내부적으로는 상당히 뜨거운 경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또 한가지 매번 빠지지 않는 질문은 “다음 번에는 누가 될 거 같애?”라는 겁니다. 다음 대선에서 새누리당 후보가 돼서 대권을 잡을 사람이 누구일 것 같으냐는 질문입니다. 대통령이 취임한지 한 달 밖에 안됐지만, 독자분들도 어느 자리에선가 그런 말을 하셨을지도 모릅니다. 말 그대로 ‘심심풀이 땅콩’처럼 말이죠. 일종의 재미입니다.
    2007년, 2012년 당시 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려워진 ‘차기 주자 판별’ 셈법

    그러나 새누리당 의원들의 이 질문은 일반인들이 그냥 술자리 안주로 하는 질문과는 차원이 좀 다릅니다. 자신들의 생사(生死)를 언제부터 누구에게 걸어야 할 것인가 하는 탐색전이 이미 시작된 것입니다. 지금 새누리당 의원들, 특히 영남권 의원 중에는 ‘저 사람이 어떻게 3선, 4선을 하고 있을까’ 할 정도인 사람이 많습니다. 지명도도 떨어지고 이렇다 할 의정 활동을 한 것도 없고, 정권 재창출에서 별 역할도 한 게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분들은 대신 이런 ‘다음에 누가 될까’라는 문제에 답을 잘 찾는 재주가 있습니다. 줄을 어떻게 서느냐에 따라 자신의 운명이 결정되기 때문에 이런 분들일수록 일찍부터 차기 구도에 대한 탐문에 일찍 들어갑니다.

    문제는 이번에는 답이 좀 어렵다는 겁니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는 이른바 양강(兩强) 후보가 뚜렷했습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이명박, 영남을 중심으로 한 박근혜. 시험 문제로 치면 확률 2분의 1인 ‘OX 문제’ 수준이었던 겁니다.

    2012년 대선은 더 쉬웠습니다. 친이(親李) 세력들조차도 정권 후반기에 접어들어서는 깨끗이 포기하고 박근혜 단일체제로 굳어졌습니다. 의원들은 박근혜 대통령(당시에는 평 의원이었던)에게 잘 보이느냐 아니냐만 고민하면 됐습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그런데 이번에는 답은 커녕, 보기도 안 보인다”고 하고 있습니다. 바꿔 말하자면 “누구를 잡아야 다음에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뜻입니다. 물론 저희 출입기자들도 답은 모릅니다.
    김문수 경기도 지사
    김문수 경기도 지사
    ①김문수 경기 지사

    의원들이 하는 말을 종합해 보면 몇 명의 후보군이 있습니다. 가장 먼저 김문수 경기지사입니다. 김 지사는 최근 새누리당 공채 신입사원 전원(全員)을 경기도청이 있는 수원으로 불러서 밥을 샀습니다. 이어서 당의 중추라고 할 수 있는 국장급 당직자들도 전원 초대했고, 당내 정책을 실무적으로 만들고 다듬는 정책전문위원들도 모두 수원으로 초청해 ‘한 턱’을 냈습니다.

    명목은 “대선 승리를 위해 고생한데 대해 감사하기 위해”서였지만, 당직자 누구도 그렇게만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아! 벌써 시작됐구나”라는 말이 파다했습니다. 김 지사는 지난 대선에서 자신이 실패한 원인 중 하나가 측근 중심의 참모 시스템이라고 보는지, 이번에도 일부 참모 진영을 교체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 김지사는 진짜 정리해야 할 사람들은 정리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몽준 의원
    정몽준 의원
    ②정몽준 의원

    김 지사와 함께 ‘상수(常數)’로 거론되는 후보는 정몽준 의원입니다. ‘재벌’이라는 후광(後光)이자 족쇄 때문에 매번 발목이 잡혔지만 이번에는 ‘마지막 승부’로 보고 준비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는 이번 북핵 문제 정국에서 ‘자체 핵 무장론’ ‘전술핵 재배치론’ 등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폈습니다.

    이에 대해서도 새누리당 의원들은 “국가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강하게 심기 위해 일찍부터 뛰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을 합니다. 아무리 순수하게 움직여도 모든 것을 권력과 정치의 시각으로 보는 ‘여의도식(式) 해석’일 수 있습니다만, 독자들 역시 이런 해석을 더 좋아하십니다. “정 의원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 핵 무장론을 들고 나왔다”라고 기사를 쓴다면 그 기사 누가 읽겠습니까. “대권 포석이 시작됐다”고 해야 “그러면 그렇지”하실 분들이 많을 겁니다. 여의도 정치판 역시 그렇습니다.
    ③김무성·이재오·오세훈과 남경필·원희룡 등

    여기까지 두 분은 ‘기본’입니다. 그런데 당내 의원들은 이 두 분이 어딘가 부족하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른 이름들이 계속 등장합니다. 최근에 많이 나오는 이름은 김무성 전 의원입니다. 이번 24일 재보선에서 무난히 승리가 예상되는 김 전 의원은 지금까지는 솔직히 ‘대권후보’급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총선에서 ‘자신을 희생해 보수대통합을 이뤄낸 정치인’이란 이미지를, 지난 대선에서는 ‘과거의 은원을 모두 잊고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몸을 던진 사람’이란 이미지를 얻으면서 한 번에 대권 후보급으로 몸집을 키웠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새누리당 의원들은 “김무성 선배가 당 대표까지는 기본이고, 곧바로 대선에 나설 것”이란 전망을 많이 합니다.

    최근에 슬슬 몸을 풀고 있는 이재오 의원도 대권 도전의 꿈이 있는 것으로 의원들은 보고 있습니다. 과거 친이계들은 지금 딱히 구심점이 없는데, 이들 중 상당수가 이 의원을 중심으로 재결집할 것이란 전망입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최근 한양대 특임교수로 대외활동을 시작한 것에 대해서도, 여의도에선 “대권 행보를 시작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오 전 시장은 2011년 가을, 무상급식 저지에 정치 생명을 걸고 나섰다가 지면서 사라졌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오 전 시장도 당시에 주민투표에서 질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임기를 포기하면서 나섰던 건 ‘언젠가는 무상 복지 확대에 대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그걸 경고하며 싸웠던 오세훈의 가치가 부각될 것’이란 계산도 깔려 있었다고 저는 봅니다. 2017년에 그 계산이 맞아 떨어진다면 오 전 시장은 폭발력있는 후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왼쪽부터) 김무성·이재오·오세훈·남경필·원희룡
    (왼쪽부터) 김무성·이재오·오세훈·남경필·원희룡
    남경필 의원과 원희룡·나경원 전 의원 등도 잠재적인 후보군으로 새누리당 내에선 거론됩니다. 지난 대선에서 경선에 나섰던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이나 경남지사 출신의 김태호 의원도 재도전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새누리당 의원들 입장에선 2016년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할 사람 중 하나를 잡아야 합니다. 일단 현직 대통령인 박 대통령이 가장 큰 지분을 갖겠지만, 그의 성향상 임기말에 공천에 개입하려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면 ‘중간보스’나 ‘차기 주자’ 중에서 몇 명이 공천을 좌우하게 될텐데, 의원들로선 여기서 삐끗 줄을 잘못탔다가는 바로 정치생명이 끝나게 됩니다.

    차기 주자 잘못 잡았다간 정치 생명 끝장‘상향식 공천’ 도입 같은 자리 보전 아이디어도

    그래서 제 예상엔 아마도 ‘상향식 공천’이란 명분으로 또 한번 공천제도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난 이명박 정권 중반 쯤 한나라당에서 비슷한 시도가 있었습니다. 그 때는 친이계에서 ‘2012년 총선 공천은 박근혜가 장악할 것’이란 불안감 때문에 일찌감치 시도를 했다가, 친박쪽의 반대를 꺾을 힘을 모으지 못하고 포기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의원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서 ‘상향식 공천’이 도입될 수 있습니다.

    국회의원들을 다들 욕하지만 실제로 상향식 공천을 하면 사실상 현역 의원들이 80% 이상 그대로 공천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인지도에서 다른 신인들을 압도하고, 조직면에서도 비교가 안되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의원처럼 누구도 강력하게 자신의 지분을 갖고 있는 사람이 없고, 의원들은 의원들대로 이런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에 상향식 공천이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실현될 수 있다고 봅니다.

    잠시 얘기가 다른 데로 흘렀습니다만, 아뭏든 지금 여의도 새누리당에서는 일찍부터 “다음에는 누가?”라는 질문이 대유행입니다. 새누리당의 새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는 예정대로라면 내년 5월에 열려야 하지만, 6월 지방선거 등을 고려할 때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초에는 열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 전당대회가 향후 ‘포스트(post) 박근혜’ 시대의 가늠자가 될 전망입니다. 그리고 그걸 아는 의원들은 그 이전에 바쁘게 움직이며 세력을 만들거나 재편하고 ‘줄서기’를 할 것입니다. 독자분들도 앞으로 1년간 새누리당 내 정치역학 관계를 그런 시각에서 감상하시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