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담은 조재원의 '플로팅 L'

이메일
- huh@chosun.com
입력 : 2013.04.27 09:30
“제주도 사람 누구나 알고 있는 제주도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꼭꼭 숨어 있는 속살을 엿보려면 온몸으로 바람을 느끼고 이해해야 한다. 바람을 이해하지 않고는 겉으로 드러나는 아름다움만 보고 느낄 뿐이다.” (출처: 김영갑갤러리두모악)
- ▲ 플로팅 L에서 바라본 삼나무 방풍림과 귤농장 일부./허성준 기자
바람 소리 외엔 적요(寂寥)한 이곳은 조재원(43) 01(공일) 스튜디오 대표가 지은 단독주택 ‘플로팅 L’이 있는 곳이다. 주먹만 한 현무암이 주택 후면에 붙어 있어 제주 돌집으로도 불린다.
- ▲ 플로팅 L 후면부./진효숙 사진작가
플로팅 L은 대문을 열자마자 탄성이 나오는 집이다. 대문이 거실과 침실 사이 복도에 있는데 복도 벽면이 전면 창이다. 즉 출입문을 열고 집에 들어가도 곧바로 주택 앞에 펼쳐진 귤 농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집을 필로티(건물 상층을 지탱하는 독립기둥) 방식으로 띄운 것이나, 출입문과 복도 벽체의 전면 창을 나란히 둔 것은 바람이나 사람의 시선을 막고 싶지 않았기 때문. 필로티로 건물을 띄운 것은 기능적으로도 습기를 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 ▲ 플로팅 L 거실 전경./진효숙 사진작가
거실은 귤 농장 쪽으로 전면 창이 설치돼 한눈에 한라산까지 볼 수 있도록 했다. 거실의 하이라이트는 삼나무로 뚝딱 만든 툇마루. 타일이 깔린 거실에 약 35cm의 높이를 둔 툇마루를 둬 벽을 세우지 않고도 공간을 따로 구획하는 느낌을 살렸다.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아기자기한 요소를 담고 싶었다. 바닥재가 타일이기 때문에 소파가 아니면 앉을 곳이 마땅치 않은데, 툇마루를 설치해 앉고 눕기에 무리가 없도록 했다. 특히 이 툇마루는 전면 창 외부까지 이어져 테라스에서도 밖을 내다보며 앉아 있을 수 있다.”
집안 곳곳에 숨겨진 세세한 손길도 눈길을 끈다. 대형 전면 창이 많지만, 침실에는 가로는 길고 세로는 짧은 창을 하나만 뒀다. 동틀 무렵 눈이 부시지 않으면서도 은은하게 햇살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 주방은 일반 주택과 다를 바 없지만, 싱크대를 벽면에 두지 않고 식탁 겸 조리대에 둠으로써 거실에 있는 사람들과 주방에서 요리를 준비하는 사람이 마주 볼 수 있도록 했다.
- ▲ 플로팅 L 후면부에 붙인 현무암./허성준 기자
이날 플로팅 L에서 저녁을 맞이했다. 동향(東向)인 탓에 늦은 오후가 되자 주변 풍광은 좀 더 차분해졌다. 바람에 흔들리는 삼나무와 구름에 가린 한라산, 옹기종기 모여 있는 귤나무들이 늘 그대로인 듯 자리를 지킨 채 어둠을 맞이했다.
'산행기 > 주택설계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급증하는 1~2人 가구, 이젠 '큰 집'을 찾지 않는다 (0) | 2013.05.03 |
---|---|
원룸 쪼개기 등 건축주·건축사 142명 적발 (0) | 2013.05.01 |
아름다운 섬 제주에서 볼수있는 원목주택 [7] (0) | 2013.03.19 |
전기요금 한 푼도 안내… 에너지 자급자족 공공건물 첫 등장조선닷컴 인포그래픽스팀 (0) | 2012.12.05 |
산림경제. (0) | 2012.1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