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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잠정 폐쇄] 北, 미수금 협의 때 "전기·수도 끊으면 개성공단 망가질텐데…"

화이트보스 2013. 5. 4. 08:20

개성공단 잠정 폐쇄] 北, 미수금 협의 때 "전기·수도 끊으면 개성공단 망가질텐데…"

  • 이용수 기자
  • 전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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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3.05.04 02:59

    - 실무 협의 중 미련 드러내
    北,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미수금 회담 진행 지연시켜…
    완제품·원자재 회수요구에도 아무런 대답 안 내놔

    - 정상화 불씨 남아
    양측 다 완전 폐쇄 원하지 않아 남북 대화 나설 가능성… 6~7월 지나면 재가동 어려워

    정부 당국자들은 북한이 지난 5일간 미수금 문제를 내세워 우리와 실무협의를 진행한 데엔 우리 측과의 소통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한 측면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우리 정부가 '중대조치' 예고(4월 25일)→전원 귀환 결정(〃26일)→1차 귀환 단행(〃27일)→2차 귀환 실시(〃29일) 등으로 몰아붙이자 미수금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개성공단이 3일 우리 측 잔류 인원(7명) 철수로 잠정 폐쇄됐지만, 조만간 남북이 개성공단 문제로 대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련 남은 듯한 북의 태도

    북한은 실무협의 과정에서 미수금 내역도 제대로 정리해놓지 않은 채로 "무조건 정산하라"는 식의 요구를 하는가 하면, 정부가 "줄 돈은 주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도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회담 진행을 지연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마치 돈을 받아내는 것이 최종 목적이 아닌 것처럼 행동했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제기한 완성품·원자재의 회수 요구에 대해서도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돌아온 사람들… 홍양호(오른쪽에서 셋째) 개성공단관리위원장이 3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에서 이날 함께 돌아온 관리위원회 직원 등과 함께 귀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돌아온 사람들… 홍양호(오른쪽에서 셋째) 개성공단관리위원장이 3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에서 이날 함께 돌아온 관리위원회 직원 등과 함께 귀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채승우 기자
    통일부 관계자는 "북측은 개성공단이 정말로 폐쇄 일보 직전 상황이 되자 우리 측의 진의(眞意)를 파악해보려는 기색이 역력했다"며 "특히 실무자들은 개성공단에 대한 미련이 커 보였다"고 했다.

    '존엄'에 발목 잡힌 정상화

    정부도 이 같은 북한의 속내를 읽고 홍 위원장을 통해 '공단 정상화'를 끊임없이 언급했다. 현 사태가 북한의 통행 제한 조치(4월 3일)와 근로자 철수 조치(4월 9일)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북측이 이 같은 부당한 조치를 철회하면 개성공단 정상화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정상화 문제에 대해 전혀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통일부 당국자)고 한다. 개성공단을 '북의 돈줄'로 표현한 우리 언론의 보도와 김관진 국방장관의 '개성공단 인질 구출 작전' 언급 등이 자신들의 '존엄'을 모독했다면서 오히려 우리의 사과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보부서 관계자는 "개성공단 문제를 존엄 문제와 결부시킨 게 북한 입장에선 자승자박이 됐다"고 했다. 북한에선 수령의 권위와 직결된 '존엄'이란 말이 한번 언급되면 아무도 이 말을 거둬들일 수가 없다.

    불씨는 살아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3일 남북이 '최후의 7인'과 미수금을 교환한 것은 일단 개성공단을 완전 폐쇄가 아닌 잠정 폐쇄 상태로 묶어놓겠다는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남북은 준비가 되는 대로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개성공단에 대한 단전(斷電)·단수(斷水) 조치를 서두르지 않겠다고 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북한 전문가들은 "북이 공단 폐쇄의 책임을 우리에게 떠넘길 구실을 안 주겠다는 전략적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북측은 실무회담 과정에서 "전기·수도를 끊으면 공단이 망가질 텐데 어떡하느냐"는 우려를 전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개성공단 사정에 밝은 IBK기업은행 기업연구소의 조봉현 연구위원은 "재가동 여부를 결정짓는 주요 요인은 기업들의 설비와 거래처"라며 "6~7월까지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재가동은 물 건너간다"고 했다. 결코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