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5.09 13:35
"저금리 시대, 국내 채권은 매력 없어… 저도 브라질 國債 샀어요"
저금리·저성장 시대 장기화 가능성… 요즘 현금 10억원 갖고 있어봤자…한 달에 200만원도 제대로 못 받아
요즘 같은 재테크 불황기에 자산은 어떻게 굴려야 할까. 종잣돈을 불려야 하는 개인들만의 고민은 아니다. 회사 고유자산으로 수익을 올려야 하는 증권사들도 비슷한 걱정을 하고 있다.
통상 증권사들은 수조원대의 자금을 채권으로 운용한다. 채권에 들어가 있는 자금이 워낙 거액이다 보니 시장 금리가 하루에 단 0.01%포인트만 움직여도 이익과 손실이 수억원씩 왔다갔다한다. 그래서 금리 변동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채 채권을 운용하다 보면 하루에 수십억원의 손해를 보기도 한다.
김병철 신한금융투자 부사장은 이런 불꽃 튀는 전쟁터에서 귀신같이 정확하게 흐름을 꿰뚫고 수익을 거두는 '채권의 귀재(鬼才)'로 꼽힌다. 정부에서 채권시장 제도를 손 볼 때 그에게 자문할 정도다.
통상 증권사들은 수조원대의 자금을 채권으로 운용한다. 채권에 들어가 있는 자금이 워낙 거액이다 보니 시장 금리가 하루에 단 0.01%포인트만 움직여도 이익과 손실이 수억원씩 왔다갔다한다. 그래서 금리 변동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채 채권을 운용하다 보면 하루에 수십억원의 손해를 보기도 한다.
김병철 신한금융투자 부사장은 이런 불꽃 튀는 전쟁터에서 귀신같이 정확하게 흐름을 꿰뚫고 수익을 거두는 '채권의 귀재(鬼才)'로 꼽힌다. 정부에서 채권시장 제도를 손 볼 때 그에게 자문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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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철 신한금융투자 부사장은 국내 채권보다는 해외 채권 투자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정기예금 금리의 2~3 배를 목표로 삼고, 원금 손실 리스크를 제어할 수 있는 상품에 많은 관심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김 부사장은“일본 증시는 2~3개월 전이었다면 무조건 들어가라고 권했을 것 같은데, 지금은 약간 애매하다”면서“지금 일본 증시에 투자한다면 하락 위험을 5~10% 내에서 막아주는 파생상품이 더 낫다”고 말했다. / 이명원 기자
서울대 경제학과(81학번)와 대학원(경제학 석사)을 졸업한 김 부사장은, 지난 1989년 동양증권에 입사한 이후 IB(투자금융)본부장을 지낸 3년 반 이외에는 줄곧 채권이라는 한우물을 파온 채권통(通)이다. 주식시장이 한창 호황을 누리던 시기에도 한눈팔지 않고 채권 관련 분야에만 몸담아 여의도에선 다소 특이한 경력을 쌓아왔다. 지난해 8월 신한금융투자로 자리를 옮겼다. 머니섹션 M플러스가 김 부사장을 만나 향후 자산관리에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을 들어봤다.
―최근 투자자들이 채권 투자에 관심이 많다. 어떻게 보나?
"지난해부터 채권에 직접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이 크게 늘었다. 예금보다 수익성이 좋으면서 주식보다는 안전하고 분리과세 등 절세 효과가 높다는 소문에 뭉칫돈이 몰린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채권 시장은 개인들에게 그리 관심을 받지 못할 것이다. 완연한 저금리 시대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0.25%포인트 낮추느냐 안 낮추느냐는 이제 중요치 않다. 옛날 금리가 6%였던 시절엔 현금 10억원을 가지고 있으면 이자로만 연간 6000만원이 나왔다. 하지만 지금은 2500만원 정도고, 세금 떼고 나면 2000만원 수준이다. 10억원 갖고 있어봤자 한 달에 200만원도 제대로 못 받는 것이다. 여기서 금리가 한 번 더 내려가 1년에 이자가 1900만원이 나온다고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경기가 좋아지면 고금리 시대가 오지 않겠나.
"앞으로 금리 4~5%인 시대가 올 것인지는 현재 시점에선 단언하기 어렵다. 오히려 (나는) 저금리·저성장 시기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미 발 빠른 투자자들은 그런 패러다임의 변화에 서서히 몸을 실어 움직이고 있다."
―미국에선 애플이 발행한 회사채(아이본드)가 인기였다.
"국내에선 지금 개인들이 마음 편하게 투자할 만한 회사채가 별로 없다. 금리도 많이 떨어져 별 장점이 없다. 과거엔 신용등급이 BBB급(투자등급 중 가장 신용등급이 낮은 등급) 회사 중에서도 제법 우량해 편히 투자할 만한 회사가 많았는데 지금은 거의 없다. BBB급 중에 우량한 회사는 아예 A등급이 되어 금리가 크게 낮아졌고, 부실한 회사는 워크아웃이나 구조조정 중이어서 위험한 채권이 되는 등 회사채 시장이 양분화됐기 때문이다."
―국내 채권으론 돈 벌기 어려워진 건가.
"과거 일본 사례를 보면 더 명확하다. 일본은 1990년대 중반부터 금리가 연 2%대로 가기 시작했다. 저금리·저성장이 고착화되면서 일본 사람들도 힘들어졌고, 그러자 해외로 뛰어나가는 와타나베 부인(해외에 투자하는 일본 개인 투자자를 가리키는 말)들이 생겨났다. 현재 일본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를 보면 전체 펀드의 50%가 해외 채권형 펀드다. 지난 10여년간 어마어마하게 커졌다고 해도, 아직 국내에선 해외채권형 펀드 비중이 25%밖에 안 된다. 앞으로 김씨 부인(해외에 투자하는 한국 개인 투자자)들의 활약이 더 많이 있을 여지가 크다."
―해외채권은 너무 많아서 고르기 어렵더라.
"개인적으론 여러 해외 채권 중에서 세후 수익률로 연 7% 정도가 예상되는 브라질 국채가 가장 유리하다고 본다. 나도 브라질 국채에 가입했다. 외환거래세(투자금의 6%)를 내야 하지만 표면금리 자체가 높은 데다 한국과 브라질 간 조세 협약에 따라 비과세 혜택도 주어지므로, 최종 수익률로 보면 여타 채권보다 우월하다. 하지만 하나하나 세부적인 내용을 파악해서 투자하기 어려우니 이머징마켓 국채 펀드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다."
―장기간 저금리라면 지금 장기채를 사두면 어떻겠나.
"장기채는 보통 20~30년 국채를 말하는데 만기가 지나치게 길다. 현재 30년 물은 연 3.0%, 20년 물은 2.9% 수준으로 금리만 갖고 본다면 사도 되는데, 샀다가 금리가 떨어지면 팔아야 한다. 적극적인 자산운용의 관점에서 봐야지, 만기까지 보유한다는 관점에서 사는 것은 별로 좋은 전략은 아니다. 장기채 투자를 권유할 때 우리나라 금리가 앞으로 0%가 될 수도 있지 않으냐고 하지만,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 경제는 회복이 불가능해 결국 망한다는 얘기와 같기 때문이다."
―채권 투자는 언제까지 유효한가.
"미국이 양적완화 정책을 접으면 미국 국채 금리가 올라갈 수 있다. 아직 채권 시장에 버블(거품) 기미는 보이지 않지만, 미국 경제가 살아나고 시중 자금을 회수하는 신호가 나오면 팔아야 한다. 1년 후부터는 뭔가 다른 조짐이 나올 수 있다. 미국의 투기등급채권에 투자하는 하이일드펀드 투자자는 1년 정도 단기로 보면 성과가 괜찮을 수 있으나 너무 장기론 보지 않는 게 좋겠다."
―올해 자산시장을 전망해 달라.
"상당 기간 코스피지수는 1850에서 2050 사이의 박스권에 갇혀 움직일 것이다. 1900선이 깨지면 주식 사겠다는 사람들이 참 많다. 주가 폭락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넘쳐 나 크게 떨어지진 않을 것이다. 채권은 현재 상태에선 경기가 안 좋기 때문에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경기가 살아날 때까지는 채권 금리가 오르긴 쉽지 않을 것이다. 경기가 살아나는 것은 경기선행지수가 돌아서는지, 생산은 증가하는지 등의 여부로 파악할 수 있다."
―박스권 장세에선 어떻게 투자해야 하나.
"주식 투자자라면 두 가지 전략이 있다. 요즘 코스닥 시장이 활황인데, 코스닥 개별종목 중에서 이익이 증가하고 있거나 증가할 것이 확실할 것을 찾아서 투자하는 것이다. 단, 이런 전략은 주식 공부를 아주 많이 하고 진입해야 한다. 두 번째는 주식을 금융상품화해서 투자하는 것이다. 목표수익률을 연 7~8%로 잡고 지수형 ETF를 분할매수하는 식으로 해서 사고파는 것이다. 목표수익에 도달하면 팔고, 가격이 내려가면 다시 사는 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