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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이 反美? 진짜 反美 대통령은 YS였다"

화이트보스 2013. 5. 10. 16:57

노무현이 反美? 진짜 反美 대통령은 YS였다"

  • 김경은 기자
  • 입력 : 2013.05.10 03:24

    [28년간 美 국무부 통역관 지낸 김동현 교수]
    역대 韓·美 정상회담 비롯해 美·北 간 주요 회담 등 통역
    美와 가장 친했던 대통령은 DJ… 노무현, 의외로 부시와 잘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영어 발음은 흠 잡을 데 없을 만큼 정확했다

    "전두환 前 대통령이 퇴임하자마자 미국을 방문했는데 레이건 대통령이 그를 기억하지 못했어요. 보좌진이 한국에서 만나봤다고 하자 그제야 '아! 그 머리 빠지고, 학생들에게 죄다 빨갱이라고 했던 친구?'라고 했죠."

    1978년부터 28년간 미 국무부 통역관으로 역대 한·미 정상회담을 비롯, 미·북 간 주요 회담 등에서 통역을 맡았던 김동현(77) 고려대 연구교수를 9일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김 교수는 레이건·아버지 부시·클린턴·아들 부시 前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 김정일 前 북한 국방위원장과 매들린 올브라이트 前 국무장관의 면담, 1994년 제네바 합의 협상, 2002년 제임스 켈리 특사의 평양 방문 등에서 미국 측 통역을 했다. 8일 오후 방송된 TV조선 '신율의 시사열차'에도 출연해 화제를 모은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상하원 합동 회의에서 한 연설에 대해 "한·미동맹에 임하는 자세를 흠 잡을 데 없을 만큼 정확한 발음으로 차분하게 설명한 연설이었다"고 평했다.

    
	김동현 교수는“영어로 대화할 때 뻔뻔할 정도로 크게 말하라. 그러고 나서 시치미 딱
떼고 있으면 상대방이 못 알아들은 게 미안해서 들으려고 애쓴다”고 말했다. /이명원 기자
    김동현 교수는“영어로 대화할 때 뻔뻔할 정도로 크게 말하라. 그러고 나서 시치미 딱 떼고 있으면 상대방이 못 알아들은 게 미안해서 들으려고 애쓴다”고 말했다. /이명원 기자
    서울에서 태어난 김 교수는 1961년 고려대 영문과를 졸업하면서 주한미군 1군단사령부의 통역을 맡았고, 10년간 유엔군 방송의 번역기자·한국지부 편집국장으로 활약했다. 1972년 유엔군 방송이 문을 닫은 뒤 미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으로 유학한 그는 1978년 미 국무부 통역관으로 들어가 2005년 9월에 은퇴했다.

    김 교수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성공적"이라 했다. "미국에서 정상회담 성공의 기준은 '그 회담에 참석한 대통령의 기분이 좋으냐, 나쁘냐'로 갈립니다. 오바마는 일부러 박 대통령을 향해 상체를 구부리고, 같이 로즈가든을 걷고, 등을 얼싸안는 포즈를 취해요. 다 준비한 행동이지요."

    그는 "한·미 관계가 가장 어려웠던 때는 반미로 알려진 노무현 前 대통령과 아들 부시 때가 아니라 김영삼 前 대통령과 클린턴 초기 때였다"고 했다. "DJ처럼 친미적인 대통령이 없었고, YS는 반미에 가까웠다"는 것. "YS는 미국이 한국 몰래 북한과 협상을 맺을까 봐 의심했어요." 김 교수는 "제네바 합의 협상 때 미 대통령이 북한에 경수로 보장서를 써줬다"며 "YS 정부가 난리 칠 걸 아니까 미국이 북한에 보안을 철저히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북한 협상자가 '우린 비밀 지키는 데 이골 난 나라'라고 해서 폭소가 터졌다"고 전했다.

    노무현 정부 때는 아들 부시가 북한을 싫어했다. 그러면서도 남북관계 개선은 지지한다고, 다만 핵 문제는 나쁘니까 북한에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했다. "앞의 것은 외교적 수사였고, 뒤의 것이 진짜였어요. 진의를 알 수 없었던 노 대통령은 미 샌디에이고에서 부시를 만나 어느 게 진짜냐고 물었고, 부시는 자신이 하는 말만 진짜라고 했습니다."

    김 교수는 "회담(대화)은 전쟁보다 (값이) 싸다"고 했다. "국제정치외교는 냉철합니다. 예를 들어 경찰은 인질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납치범과도 협상하죠. 북한에 대해 미국보단 한국이, 한국보단 중국이 더 잘 압니다. 그런데도 한국은 알고 싶은 것, 듣고 싶은 것만 알려 하고 불편한 부분은 외면합니다. 그러면서 어떻게 신뢰를 쌓고, 대화할 수 있겠습니까?"

    김 교수는 "한국에서 5년 살아보니 중도적 입장을 취하는 사람이 설 자리가 없다"며 "한쪽만 봐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도랑으로 빠져 죽는 것보단 양쪽에서 얻어맞더라도 목적을 향해 꾸준히 나아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