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5.20 03:02
재판부에 '미국놈의 개' 욕설해 구속 기소된 범민련 간부 2심서 이례적으로 방청객에 발언권
해당 판사는 야당 의원의 부인, 피고인은 野의원 보좌관 남편
지난 7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최씨에 대한 항소심 공판에서 민 부장판사는 피고인 최후진술을 앞두고 갑자기 "방청객 중 피고인을 위해 발언할 분이 계시면 말씀해달라"고 했다. 윤기하 국가보안법 피해자모임 회장이 일어나 "(피고인은) 나라를 위해 순수한 마음으로 한 게 아니냐. 북한은 반(反)국가단체가 아니라 국가"라고 했다. 발언이 끝나자 민 부장판사는 "한 분에게 더 기회를 주겠다"고 했고, 이에 김규철 서울범민련 고문이 "충실하게 일해온 통일운동가"라고 최씨를 옹호했다. 재판장은 이어 "한 분만 더 하실 이야기가 있으면 말해 달라"고 주문했고, 권낙기 통일광장 대표는 "이런 기회를 준 재판장에게 감사한다. 국가보안법은 시대에 맞지 않는 법"이라고 했다.
최씨는 지난해 6월 이규재(75) 범민련 남측본부 의장에 대한 공판에서 "민족 반역자, 이 개XX, 너 죽을 줄 알아. 미국 놈의 개야" 등의 욕설을 퍼부으며 법대(法臺)를 향해 돌진하는 등 난동을 부리고 인터넷에 북한 찬양글을 올린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에 자격정지 2년을 선고받았었다.
형사 재판에서 피해자 측 방청객에게 발언권을 주는 사례는 더러 있어도 피고인 측 방청객, 그것도 법정 난동과 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을 위해 발언권을 주는 건 전례 없던 일이다. 범민련을 지지하는 언론매체조차 "전무했던 초유의 일" "재판장의 파격적 행동"이라고 반응했다.
한 부장판사는 "진정서나 탄원서 등을 통해 방청객에게 의견을 밝힐 기회를 주면 되는데 굳이 발언권까지 준 것은 적절치 못한 재판 진행"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 방청객 중에 계속 손을 들고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하는 분들이 있어 발언 기회를 줬을 뿐"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정 당국 관계자는 "민주당 의원의 부인이 민주당 보좌관 남편의 재판을 맡은 것부터 부적절했다. 민 부장판사는 중립성을 위해 스스로 재판을 회피했어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작년 7월 저축은행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상득 전 의원 사건을 맡았던 재판장은 이 전 의원과 같은 소망교회를 다닌다는 이유로 스스로 재판을 회피(回避)했었다.
서울고법 관계자는 "민 부장판사는 피고인 부인이 민주당 의원 보좌관이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